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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인기'에 불어나는 각계의 지원…커지는 방산업계 의존성 [취재파일]

'K-방산 인기'에 불어나는 각계의 지원…커지는 방산업계 의존성 [취재파일]
▲ 지난 달 26일 산업부 장관, 방사청장 등과 함께 잠수함 수출 마케팅을 위해 특사 자격으로 캐나다로 떠나는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주요 방산수출 이슈가 있는 곳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통령 전략경제협력특사 자격으로 방문하는 것은 이제 방산업계에서 수출의 기본 공식이 될 판입니다. 강훈식 실장의 나홀로 방문도 아닙니다. 수출 유관 장차관이나 수출국 현지 협력을 위한 기업 대표들도 동행합니다.

대통령 특사단이 활약하기 전까지도 방산수출에는 특혜라고 불러도 무방한 정부 지원이 뒷받침됐습니다. 수출금융, 기술이전, 현지생산 등 이른바 방산수출 3대 패키지입니다. 사업비의 100%에 육박하는 특혜성 저리 대출 해주고, 국방과학자들이 피땀 흘려 개발한 기술 넘겨주고, 수출국 현지에 공장 지어 외국인 일자리 창출해주면서 수출한 것입니다.

작년 방산업계 전체의 연간 수출액은 약 150억 달러입니다. 역대 최고 기록은 2022년 170억 달러입니다. 170억 달러라고 해봐야 삼성전자, 현대기아차의 한 달 매출액이나 될까말까 하는 액수입니다. 그럼에도 정부와 각계의 지원은 최선, 최고의 수준입니다. 해외 수주전에서 미끄러진 뒤 정부 탓 하는 사례까지 생겼습니다. 지금이야 방산 인기가 좋아서 정부가 자발적으로 도와주지만 정부의 마음이 일편단심일 리 없습니다. 방산업체들은 홀로 설 수 있는 경쟁력을 키워야 합니다.
 

참 작은 시장, 그럭저럭 매출, 폭등한 주가

한국 기업이 잘 만든 자동차, 휴대전화는 세계 어느 곳에서든 팔 수 있습니다. 중국, 러시아, 이란 등 정치체계와 종교를 불문하고 메이드 인 코리아 상품은 거래됩니다. 무기는 다릅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과 러시아, 미국, 일본에는 진입할 수 없습니다. 이슬람 국가 중 서방과 격조한 곳에도 못 팝니다. 이집트 이남 아프리카는 넉넉지 못한 국고 사정에 전차, 자주포 도입할 엄두를 못 냅니다.

K-방산의 시장은 아시아 몇 개국, 유럽에서도 나토에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북부와 중부, 그리고 중남미 정도입니다. 다른 상품과 비교했을 때 절대적으로 시장이 비좁습니다. 아울러 무기는 국제 정치의 상품이라서 그나마 있는 시장도 줄어들기 일쑤입니다.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등 강대국들이 국제 정치적 영향력을 들이밀며 무기를 팔려고 들면 한국은 튕겨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폴란드 K-방산 잭팟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의 안보 위기가 갑자기 고조된 데서 기인합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을 비롯한 나토 주요국들은 전쟁 개입에 바빴고, 무기 생산 라인도 여의치 않아서 K-방산에 기회가 온 것"이라고 평했습니다. 그래서 2022년 170억 달러 기록이 달성됐고, 이후 2023년 135억 달러, 2024년 95억 달러로 뒷걸음질쳤습니다. 작년은 150억 달러로 다소 반등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방사청 핵심 관계자는 "최근 4년 간 방산수출 실적의 5할 이상은 폴란드에 의존했다", "다른 산업과 비교하면 양과 질에서 압도적으로 취약하다"고 촌평했습니다.

2022년 7월 폴란드와 K2 전차, FA-50 경공격기, K9 자주포 수출 포괄계약을 체결한 뒤 폴란드 방산수출은 급증했다.

반면, 방산기업의 주가는 폭등을 거듭했습니다. 2022년 1주당 5만 원 안팎이었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KAI, 현대로템 등 방산 4대장의 주가는 현재 최소 17만 원에서 최대 120만 원대까지 치솟았습니다. 실적 대비 주가가 대단히 높은 편입니다. 하나의 사례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기아자동차를 비교해 보면 자명해집니다. 매출은 기아차가 2배 이상 크지만, 시가총액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7조 원 이상 높습니다. 한 대형 방산업체의 임원은 "과거 실적, 미래 전망과 무관한 어떤 바람을 타고 방산 주가가 폭등한 면이 있다"고 짚었습니다.
 

'국뽕' 취기에 경쟁력·독립심 흐릿해질라

연간 95억~170억 달러 수출의 '약소한' 실적으로 주가가 10배 이상 폭등하는 업종이 방산 외에 또 있을까요. 세계 빅4가 된들 연간 500억 달러 수출이 힘들 텐데 이토록 정부의 지원이 진심인 업종이 방산 외에 또 있을까요. 방산의 매력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올까요.

방사청과 업계가 꼽는 최고의 매력은 이른바 국뽕입니다. 전 방사청 고위직은 "방산수출 소식은 애국심을 차오르게 하는 굿뉴스"라고 말했습니다. 국뽕은 정치권에서도 대환영입니다. 국회 국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방산수출 소식은 정부·여당에 큰 호재로 '표'와 직결된다"고 털어놨습니다. 문재인 정부, 윤석열 정부 때를 되돌아보면 대통령의 해외 순방과 대형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방산수출 계약 체결을 밀어붙였는데 정치적 이익과 연결된 행위로 보입니다.

군 관련 단체, 언론들도 방산 국뽕에 올라타고 있습니다. 예비역 단체들은 방산전시회를 신설하거나 규모를 키우고 있습니다. 언론사들은 앞다퉈 방산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우후죽순 전시회와 세미나는 방산수출이나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이 압도적입니다. 업체들이 수출해서 벌어들인 돈을 나눠쓰는 꼴이라는 비판이 많습니다.

정부와 민간 할 것 없이 방산수출을 귀하게 여기며 도와주다 보니 방산업계는 외부의 지원을 당연하게 여기게 됐습니다. 수출금융, 기술이전은 기본값으로 깔고 대통령 특사까지 동원돼야 마땅한 줄 압니다. 방산업계의 독립심과 경쟁력 무너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건전하지 못한 양상 같습니다.

세계시장의 규모나 미래의 확장성을 봤을 때 방산은 조용하면서 작고 강한 산업의 면모를 지향해야 옳습니다. 국방부, 방사청, 각군과 협조하면서 신무기 신속하게 개발해 세계시장에 다양한 밑천으로 도전하고, 성과는 군과 공유하는 안정적인 방산 선순환의 청사진을 도모할 필요가 있습니다. 방산학계의 한 원로는 "대통령 특사 같은 소중한 자원은 국뽕보다 민생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산업을 위해 가동되는 것이 맞다", "K-방산은 몇몇 지상무기, 지대공무기에서 탈피해 새로운 수출 상품을 개발해 수출의 연속성을 추구해야 할 때"라고 충고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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