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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몽둥이' 막으러 줄줄이 미국행…병법서로 본 우리의 대응책 [이브닝 브리핑]

'관세 몽둥이' 막으러 줄줄이 미국행…병법서로 본 우리의 대응책 [이브닝 브리핑]

'25% 관세 복원' 협박에 줄줄이 美로

조현 외교부 장관도 미국으로 향했습니다. 현지시간으로 오늘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관세 문제를 논의할 예정입니다. 3번 타자입니다. 앞서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러트닉 미 상무장관을 만나고 왔습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미국에 머물며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 대표를 비롯한 미 측 관계자들과 연쇄 접촉을 진행 중입니다. 한국에 대한 상호 관세를 다시 25%로 올리겠다는 협박에 우리 정부 관계 장관들이 총출동한 셈입니다.

지금까지는 상황을 그다지 개선시키지 못했습니다. 김정관 장관은 "불필요한 오해는 해소됐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관세 인상 철회를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미국이 관세 인상을 위한 절차에 나선 사실만 확인했습니다. 이왕 관세 몽둥이를 뽑아 든 미국이 제대로 으름장을 놓아 두둑하게 챙길 작정으로 보입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출국길에 "(대미투자특별법은) 절차에 따라 입법화하는 상황"이라며 "그런 내용을 미 측에 잘 설명해 양해를 구하겠고 이미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관세 재인상 요구가) 합의 파기는 아니며 우리가 좀 더 이행에 서둘러 주기를 바라는 메시지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김 장관이 이미 해당법의 추진 일정을 미 측에 상세히 밝혔지만 큰 성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법 통과를 서두른다고 사태가 해결될지 불투명해 보입니다.
조현 외교부 장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인도는 50% 관세를 18%로 인하

공교롭게도 미국은 인도에 대해서는 상호관세와 제재성 관세를 더해 50%에 달하던 관세율을 18%로 낮춘다고 발표했습니다.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더 이상 사지 않기로 약속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대신 미국의 관리 아래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베네수엘라산 석유 소비를 늘리기로 했습니다.

미국으로서는 중국 견제용 다자 안보체 '쿼드(QUAD)'의 일원인 인도와의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대 중국 압박을 강화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인도는 값싼 원유 공급 대체재를 확보한 만큼 큰 손해 없이 관세 압박에서 벗어난 셈입니다. 서로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입니다.

엘살바도르는 최근 미국과 10%의 상호관세마저 철폐한 0% 관세 무역 협정문을 공개했습니다. 서반구내에서 우호적 국가들과의 공급망 재편, 이른바 프렌드 쇼어링의 일환으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이번 조처는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의 노골적 친미 행보 덕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부켈레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에 수감 중이던 마약 카르텔 갱단원을 자국 교도소로 데려왔습니다. 소위 '수감자 아웃소싱'을 통해 불법 이민자 문제 해결이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습니다. 50% 관세를 부과 받으면서도 미국과 얼굴을 붉히며 기싸움을 벌인 끝에 타협점을 찾은 인도, 자존심 버리고 미국 입맛대로 행동해 관세를 피해 간 엘살바도르, 우리의 해법은 이 두 나라 사이 어디쯤 있을 것입니다.

칼자루 쥔 미국에 대해 우리의 대응은

트럼프 관세 미국 대법원 심리 개시
앞서 짚어봤듯이 미국은 단순히 법안 통과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닙니다. 이를 통해 보장받을 실질적인 이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우선 요구 조건은 당연히 대미투자특별법의 즉각적 입법입니다.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1,000억 달러의 에너지 구매를 명문화한 법안을 국회에서 신속하게 통과시키라는 것입니다.

미국 중심의 공급망 편입 가속화를 꾀할 수도 있습니다.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전략 자산의 생산 기지를 미국 내로 더 빠르게 옮길 것을 종용하고 응하지 않을 경우 100% 보조금 박탈과 추가 관세까지 언급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디지털 및 플랫폼 규제 철폐를 들고 나올지도 모릅니다.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가 쿠팡 등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도록 확약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어느 것이든 국익을 철저히 따져 신중하게 결정할 문제들입니다. 미국의 압박에 밀려 호락호락 내줄 일이 아닙니다. 성공적인 협상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한다는 손자병법의 계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투기소애(投其所愛) : 상대가 아끼는 것을 공략한다.
중국과의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미국에 있어 한미 안보동맹의 가치는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관세로 우리 경제를 흔들어 안보동맹까지 영향을 주는 것은 소탐대실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합니다. 조현 장관이 이번 방미 기간 동안 북한 관련 이슈와 동북아 평화, 그리고 여러 글로벌 이슈도 함께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됩니다.

조호이산(調虎離山) : 호랑이를 산에서 끌어내듯 전장을 바꿔야 한다.
호랑이(미국)를 산(관세인상)에서 끌어내 다른 전장으로 유도하는 계책입니다. 즉 논의의 장을 단순히 '관세 인하'에 두지 말고,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 공급망 동맹 강화'라는 큰 틀로 옮겨야 합니다. 한국에 대한 관세 부과가 결과적으로 중국에 이득이 된다는 점을 부각해야 합니다.

상병벌교(上兵伐交) : 내부 동맹을 깬다. 즉, 미국 내부의 '우군'을 활용한다.
미국은 단일한 목소리를 내는 것 같지만, 주정부, 의회, 기업 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합니다. 한국 기업의 투자가 집중된 주의 주지사와 의원들을 공략해야 합니다.
"관세가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면 해당 지역 투자와 일자리, 세수가 오히려 줄어든다"며 미 행정부를 압박하는 '내부에서의 압박' 전술이 필요합니다.

이일대로(以逸待勞) : 편안함으로 피로한 적을 상대한다.
이 계책은 삼십육계에 나옵니다. 상대가 거세게 몰아칠 때 정면으로 맞서기보다, 상대의 기운이 빠지기를 기다리며 내실을 다지는 전략입니다. 협상의 호흡을 우리에게 맞도록 끌고 가라는 충고입니다. 미 트럼프 대통령은 이르면 이달 말 나올 미 연방대법원의 관세 관련 판결 전까지 결말을 보려 합니다. 아울러 우리나라와의 협의 결과를 지렛대로 역시 무역협정 승인을 유보하고 있는 EU의회를 압박할 계획입니다. 시간에 쫓기는 미국에 비해 우리는 긴 호흡이 유리합니다.

국회, 정치권까지 한 팀이어야 하는데

칼자루는 여전히 미국이 쥐고 있습니다. 압박도 거셉니다. 따라서 관세 인상 없이 향후 협상의 주도권까지 빼앗기지 않으려면 살펴본 대로 치밀한 전략과 계산이 필요합니다. 이는 행정부 장관 몇 사람이 아니라 우리 정부, 나아가 국회와 정치권까지 한 팀으로 움직여야 가능합니다. 하지만 사분오열돼 상호 비방에 몰입하고 있는 우리 사정을 보면 과연 될까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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