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이해찬 전 국무총리 별세를 계기로 물밑으로 가라앉았던 더불어민주당 내 '합당 갈등'이 조문 정국이 끝나자 폭발했습니다.
정청래 대표의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을 두고 당 지도부 내 당권파와 비당권파 최고위원들이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인 데 더해 초선 의원들도 통합 논의 중단을 촉구하고 나선 것입니다.
합당의 손익을 둘러싼 충돌이 당권 경쟁과 맞물린 계파 갈등으로 확산하면서 당내 파열음은 점점 더 커지는 모습입니다.
비당권파인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당과의 합당 추진에 일제히 반기를 들었습니다.
특히 이 최고위원은 "조기 합당은 민주당 주류 교체 시도이자 이재명의 민주당을 정청래·조국의 민주당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이 사안의 정치적 본질은 대통령 지지율이 매우 높고 대통령의 권한이 강력한 임기 초반에 2, 3인자들이 판을 바꾸고 프레임을 바꿔 당권과 대권을 향한 욕망, 본인들이 간판이 되려는 욕망이 표출된 결과"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고대 로마에선 2, 3인자들에 의한 반란이 빈번했다"며 "최근 상황을 보면 고대 로마가 생각난다. 하늘 아래 2개의 태양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황 최고위원도 "합당은 당내 분란만 키우고 우군인 혁신당과의 불필요한 갈등만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강 최고위원은 2014년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합당을 거론, "밀실 합의로 진행된 새정치민주연합 사례를 반복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공개 비판이 이어지자 정 대표 측 인사인 문정복 최고위원이 반격에 나섰습니다.
문 최고위원은 "면전에서 면박을 주고 비난하는 게 민주당 가치이냐"며 "공개 석상에서 모욕에 가까운 얘기를 하는 것은 당인으로서의 자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나아가 "이재명 당 대표 면전에서 독설을 쏟아냈던 그 많은 사람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기억하라"며 "그 사람들을 당원들이 다 심판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두고 문 최고위원이 이른바 '비명횡사' 공천에 빗대 정 대표를 비판한 최고위원들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습니다.
이날 자리는 고(故) 이해찬 전 총리 장례를 마친 뒤 처음 열린 최고위원회의였습니다.
이 전 총리 별세로 합당 논쟁이 잠시 멈췄다가 조문 정국 직후 급속히 표면화하며 당 내홍이 격화하는 양상입니다.
특히 논쟁의 전선이 정 대표 측과 잠재적 당권주자인 김민석 총리 측 인사들 사이로 확대되면서 합당을 둘러싼 갈등은 당내 권력 경쟁 양상으로까지 비치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통합은 힘을 합치자는 것이고 분열은 힘을 빼자는 것"이라며 "(혁신당과) 통합해 선거를 치르는 것이 하나라도 이익이고 승리의 가능성을 높인다"며 합당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반면 김 총리는 이날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합당이 되느냐 안되느냐와 별개로, 이런저런 이슈들이 범여권 내에서 갈등을 일으키거나 국정 운영에 덜 플러스(도움)가 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통합 과정과 절차는 결과 이상으로 중요하다"라고도 했습니다.
당내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도 이날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합당에 관해 토론했습니다.
40여 명의 참석자는 대체로 "지금 합당 논의는 중단돼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더민초 회장인 이재강 의원이 기자들에게 전했습니다.
합당 논의를 6·3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의견 등도 제시됐다고 합니다.
김영환 당 대표 정무실장과 권향엽 조직사무부총장이 정 대표의 입장을 설명한 가운데 일부 의원들은 "출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설 전에 이 문제를 정리하지 않으면 당이 큰 분란에 빠진다"는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내 친명(친이재명)계 모임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역시 이날 성명을 통해 "정책 연대, 공동 입법, 선거 협력 등 다양한 선택지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정치공학적 합당만을 전제하는 접근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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