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 인트로
00:22 서해구조물 일부 이동…”기업 자율적 판단”?
02:26 사드 보복 ‘한한령’도 “민간의 자발적 불매”
03:24 추가 구조물 이동은 언제?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설치한 대형 구조물 3개 가운데 하나를 잠정조치수역 밖으로 옮기고 있다고, 중국 외교부가 최근 발표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를 "의미 있는 진전"이라 평가하며 환영했는데요. 하지만 중국 외교부의 발표 내용을 보면,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가 중국 특유의 외교 화법과 얽혀 있습니다.
1. 서해구조물 일부 이동…”기업 자율적 판단”?
중국이 옮기겠다고 한 구조물은 바로 '아틀란틱 암스테르담'입니다. 원래 석유 시추선이었던 걸 개조한 시설인데, 헬기 착륙장과 주거 시설까지 갖췄습니다. 중국은 겉으론 "양식시설 관리용"이라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마음만 먹으면 '군사 기지'로 전용될 수 있다고 경고해 왔습니다. 실제 제가 인터뷰한 전문가는 개조만 잘하면 사람들도 많이 살 수 있고, 전력이 계속 공급되기 때문에 바다에 굉장히 많은 센서를 깔 수 있어서 서해의 대형구조물들 가운데 가장 위협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시설을 옮기겠다는 계획은 지난 26일, 중국 해사국 홈페이지를 통해 처음 공개됐습니다. 공지 내용을 보면, 예인선을 이용해 한국 시각 2월 1일 새벽 1시까지 약 4일 넘게 이동시키겠다고 되어 있습니다. 지금 보시는 화면은 좌표를 기준으로 그린 예상 이동 경로인데요. 예정대로 수역 바깥으로 빠진다면, 우리 정부로서는 일단 큰 시름 하나는 놓게 되는 셈입니다. 이번 조치는 그간 한중간에 이어온 여러 실무 협의들이 최근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결실을 본 사례로 해석됩니다. 이 대통령이 지난 7일 "(중국 측이) 관리 시설은 철수하기로 했다”는 취지로 언급한 이후 약 20일 만에 실제 이동이 시작된 겁니다.
[이재명 대통령 (지난 7일) : 양식장 시설이 2개 있다고 그러고, 그걸 관리하는 시설이 또 있다고 그래요. 그런데 관리하는 시설은 그건 뭐 '철수할게' 이래서 아마 옮기게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중국 외교부의 발표 방식이 묘합니다. 중국 외교부는 "정부가 옮긴다"라거나 "정부가 옮기라고 했다"가 아니라, "중국 기업이 자율적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궈자쿤/중국 외교부 대변인 : 기업이 자체적인 경영 발전 필요에 따라 내린 자율적 조정입니다.]
민감 수역에서 시추선급 구조물을 옮기는 조치를, 중국 기업이 중국 국가의 승인도 없이 ‘자율’로 결정했다는 설명인데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가 관여했다고 인정하는 순간, 그동안 “문제 없다”고 주장해온 논리가 흔들릴 수 있는 만큼, ‘기업의 판단’으로 포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2. 사드 보복 ‘한한령’도 “민간의 자발적 불매”
이 장면, 어디서 많이 본 대응이죠. 과거 사드 보복 국면에서도 중국은 이른바 ‘한한령’ 조치를 두고, '정부가 금지령을 내린 적은 없다, 민간이 자발적으로 불매한다'는 식으로 한 발 빼는 태도를 보였는데요. 당시에도 중국 정부의 직접 조치임을 인정하기보다는, 민간·시장 움직임이라는 프레임을 앞세워 책임 소재를 흐리는 방식을 택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도 나중에 한중 관계가 틀어지면, “기업이 결정한 것”이라며 다시 잠정조치수역으로 되돌릴 여지를 남겨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실제로 중국 외교부는 이번 이동 조치와 별개로, 서해 양식 시설을 둘러싼 자신들의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재확인했습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서해 양식 시설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즉 ' 민간 어업시설이니 잠정조치수역에 계속 있어도 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할 걸로 보입니다.
3. 추가 구조물 이동은 언제?
이런 중국 측의 발표, 외교부 출입기자들도 외교부 당국자에게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특히 “기업의 자율적 판단”이라고 표현한 중국이 앞으로 추가 구조물 이동 문제에서는 더 방어적으로 나오는 것 아니냐는 이런 우려들도 제기를 했는데요. 외교부 당국자는 뭐라고 답을 했냐하면, 좋은 질문인데 관리시설이 실제로 이동한 게 중요한 사실이다, 최근의 한중 관계가 전면 복원되는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다, 라고 하면서요. 앞으로 의미 있는 진전을 위해 건설적으로 협의해나가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남아있는 대형 구조물 2개의 경우, 언제 빠질 거라고 보는지도 물었는데, 당국자는 단언하기 어렵다는 답했습니다. 참고로, 지금 보시는 사진은 미 CSIS 산하 ‘비욘드 패럴렐(Beyond Parallel)’이 지난달 공개한 위성사진인데요. 14번이 이번에 이동하는 관리시설이고, 15번과 16번이 여전히 수역 안에 버티고 있는 선란 1호와 선란 2호의 지난해 4월 모습입니다. 여기에 1번부터 13번까지, 수많은 부표들의 모습도 보이는데, 여전히 잠정조치수역 안팎에 남아 있는 걸로 파악됩니다. 정리하자면, 이번 관리시설 이동은 한중 관계 복원 흐름 속에서 분명 의미있는 진전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남은 구조물들까지 염두에 둔다면, 이번 조치는 ‘완성’이 아니라 ‘협상의 시작’에 가깝습니다. 정부는 올해 1분기 중에 한중 외교장관회담 개최를 포함해 여러 채널로 중국측과 협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인데요. 과연 정부가 '기업의 자율' 프레임을 앞세운 중국을 상대로 남은 대형 구조물 문제, 나아가 경계 획정 문제까지 여러 서해 현안의 실질적 진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취재 : 김혜영,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류지수, 디자인 : 이수민, 제작 :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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