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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정청래는 왜 지금 조국에게 손을 내밀었나

[취재파일] 정청래는 왜 지금 조국에게 손을 내밀었나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라고들 한다. 쉴 새 없이 변화하는 정치 세계에서 자신의 의도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시점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바꿔 말하는 타이밍에는 행위자의 의도가 담겼다는 말이기도 하다. 현재 여권은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조국혁신당에 대한 합당 제안으로 뜨겁다. 핵심은 타이밍, 즉 왜 지금이냐는 것이다. 그리고 이 타이밍이 암시하는 의도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방선거 전 합당'이라는 예정된 미래?

양당이 언젠가 합당할 것이라는 것이라는 건 그동안 정치권의 중론이었다. 2024년 총선 당시 민주당 지도부였던 한 인사는 "총선 후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가 모여 논의했는데 2026년 지방선거 전에 조국혁신당과 합당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었다"고 전하기도 한다. 조국혁신당이 12석이라는 예상을 넘는 선전을 해서 합당을 하면 민주당에 의석수 면에서 도움이 되기도 하고, 결국 뿌리가 같은 만큼 따로 정치를 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최근 합당에 대해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 사이에 원칙적 공감대가 있었다는 이야기의 시작점이 아닐까 싶다.

조국혁신당 측에도 마찬가지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입장에서도 합당은 언젠가 다가올 미래였을 것이다 문제는 '왜' '지금' 정청래 대표가 '먼저' 손을 내밀었느냐는 것이다. 정 대표의 합당 제안 후 민주당과 청와대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와 이 대통령의 합당에 대한 원칙적 공감대는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점'이나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왜' '지금'이냐가 더욱 중요하다. 합당 이야기가 더 뜨겁게 제기됐던 때가 이미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관심 밖으로 밀려났던 합당론, 다시 불붙은 이유

정치권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 이야기가 가장 많이 나왔던 건 지난해 8월이었다. 조국혁신당의 시작이자 전부라고도 할 수 있는 조국 대표가 광복절 특사로 출소한 직후였다. 조국 대표의 행보 하나하나에 많은 사람들이 주시했다.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던 조국혁신당도 주목도도 전에 없이 높아졌다. '정치 9단'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합당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했고, 조국혁신당 인사들이 오히려 합당에 선을 긋는 모습도 보였다.

이 시기 민주당의 한 의원은 양당의 합당 필요성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밖에 두고 상대하기보다 안에 두고 관리하는 게 낫다. 원래 싸움이라는 것도 같은 뿌리에 있던 사람들끼리 싸울 때 더 치열하다. 다만 시점은 조국 대표와 조국혁신당에 대한 여론의 반응을 보아가며 합당이 지방선거에 진짜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서야 할 때다."

그런데 조국 대표와 조국혁신당에 대한 관심은 당내 성비위 사건으로 급속도로 사그라들었다. 대중의 관심이 조국 대표를 비껴가면서 민주당 내에서 합당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점차 사라져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이 고공 행진하고 있고, 민주당의 지지도가 국민의힘을 압도하는 현실도 있었다.
 

정청래, 먼저 손을 내민 이유는?

정청래

그래서 관심은 '왜' '지금'이냐는 것이다. 그리고 당 규모나 지지도만 보면 아쉬울 것이 없어 보이는 민주당의 정청래 대표가 먼저 손을 내밀었는냐다.

"지방선거에서 확실한 승리를 위해서다." 정청래 대표와 정 대표 측 인사들은 합당 제안을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수도권, 특히 서울은 지금 정당 지지도가 차이가 나지만 결국 2~3%포인트 안팎의 박빙의 승부가 벌어질 수 있는데,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으로 후보가 줄어 표의 분산을 막는다면 승산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정당 지지율을 산술적으로 계산한 결과다.

하지만, 합당 효과에 대해서는 다른 전망도 나온다. 합당을 해도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을 지역구로 둔 한 민주당 의원은 "서울과 수도권에서 합당이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도 전국적으로는 그만큼 마이너스가 발생해 총합은 합당을 하든 하지 않든 크게 차이가 없을 것이다"고 전망한다.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을 공개 비판하고 있는 이언주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이 오히려 손해가 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여당이 국민의힘을 오른쪽 끝으로 몰면서 중도와 보수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상황인데, 민주당보다 왼쪽에 있는 조국혁신당과 합당하면 중도층이나 온건 보수층이 이탈해 결과적으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성비위 사건 때문에 여성 표, 조국 대표의 입시 비리 처벌 전력 때문에 청년층의 표도 달아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방선거를 넘어선 '다른 꿍꿍이'에 대한 의심

정청래 대표는 아직 합당했을 때의 전망에 대해서 당 지도부 등에 설명한 적은 없다고 한다. 비당권파 입장에서 당내 논의 없는 전격적인 합당 제안도 못마땅한데, 왜 합당을 하자고 하는지 설명이 없다 보니 반발감이 커지는 상황. 여기에 합당을 해도 지방선거에 썩 도움이 될 것이라는 개개인의 예측까지 더 해지면서 정 대표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합당의 목적은 지방선거가 아니라 8월 전당대회에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대표나 정 대표 측은 손사래를 친다. 지금이 아니면 합당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합당 제안을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5월 14일부터 이틀간은 본 후보자 등록 기간이다. 그 전에 당내 공천을 마무리 짓고, 출마자들 간 교통정리를 하기 위해서는 지금 합당을 추진해 3월 중순까지는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도 늦었다는 것인데, 합당 제안의 이유는 오롯이 지선 대비용이라는 설명이다.

정 대표나 정 대표 측이 나서서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런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민생 법안의 신속한 통과를 위해서는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제한할 필요가 있는데, 현재는 조국혁신당이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합당을 통해 필러버스터법을 개정하자! 조국혁신당이 지방선거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내면 합당은 더 어려워질 수도 있지 않은가'
 

8월 전당대회 포석이라는 의심의 논리

하지만, 비당권파의 의심은 완전히 반대다. 정청래 대표가 김민석 총리가 출마할 것으로 정치권에서 예상하고 있는 8월 전당대회에서 연임을 노리기 위해서 합당을 제안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 총리는 최근 유튜브 방송에서 "당 대표는 로망"이라고 언급했다) 전 당원 1인 1표제를 정 대표가 재추진하고 있는 시점에 합당 제안을 한 점이나, 코스피 5천 달성이라는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 뜻깊은 날에 합당을 제안한 걸 볼 때, 합당 제안의 이유가 이재명 정부의 성공에 있는 건 아닌 것 같다는 것 의심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의심의 논리는 이렇다. 8월 전당대회에서 친명계 당원들의 표심은 김 총리에게 쏠릴 가능성이 높다. 세가 크지는 않지만 이른바 동교동계 구주류 당원들도 김 총리 쪽으로 결합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연임을 위해선 정 대표에게 새로운 우군이 절실한데, 혁신당과 합당하면 친문 성향의 혁신당 현 당원들이 정청래 대표를 지지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8월 전당대회에서 현재의 혁신당 당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 정 대표가 합당을 제안했다는 의심이다.

이런 의심은 민주당 권리당원이 되기 위한 요건이 가중시킨다. 민주당에서 전당대회 투표권을 갖는 권리당원이 되기 위해서는 입당 후 6개월간 당비를 납부해야한다. 지금 합당을 제안해 합당이 신속하게 이뤄진다면, 8월 전당대회에서 현재의 혁신당 당원들이 권리당원이 될 수도 있는데 이런 것까지 고려해 정 대표가 절차적 논란을 감수하면서도 지금 합당을 제안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조국의 '생존'과 정청래의 '리더십 시험대'

이에 대해서는 반론과 재반론이 나온다. 정 대표 측은 "합당 후 조국 대표가 전당대회에 출마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정청래 대표로서는 경쟁자가 늘어나는 것인데, 전당대회를 겨냥해 합당을 제안했겠느냐는 것이다.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라는 순수성을 믿어달라는 의미다. 이에 대해 정 대표의 의도를 의심하는 측에서는 합당이 이뤄진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조국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일축한다. 1등이 되기는 어려운 선거에 조국 대표가 출마하는 건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정 대표 측은 합당이 아무리 빨라야 3월 중순에나 가능한 만큼 산술적으로도 권리당원 규정을 노렸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는 비판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당헌·당규 개정을 시도할 수 있고 합당 과정에서 새로운 당헌·당규가 생길 수도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불신의 골이 깊은 상황이다.

그런데 왜 지금 조국 대표는 내부 의견 수렴을 진행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긴 했지만 합당 제안에 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일까.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합당 제안 관련 논의를 위해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말에 만난 조국혁신당 관계자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 조국 대표 개인의 지지율에 비해 현격히 낮은 당 지지율이 문제였다. 총선과 달리 지방선거에는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이라는 '지민비조'를 외칠 수 없는 것도 문제였다. 해당 인사는 "사람들이 민주당을 포함한 범여권 단일 후보로 조국 대표를 지지하지만 당 지지는 민주당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방선거에서는 당 지지율이 중요하고, 언제가 됐든 민주당과 합당을 하지 않을 것도 아닌 만큼 최대한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의 말은 더 직설적이었다. "조국혁신당은 여차하면 정의당처럼 존재감을 잃고 소멸해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전원 비례대표로 구성돼 지역 기반이 없고, 사실상 조국 대표의 개인기에 의해 당이 운영되고 있는 만큼 여론에 따라 당의 운명이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였다. 그리고 올해 초 조국혁신당 안팎에서는 "조국 대표가 당 운영을 2030년 자신의 대선 출마에 맞춰서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당장 다가온 지방선거 전략까지 조 대표 본인의 대권 플랜에 맞춰서 짜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합당을 제안했고, 조국 대표는 진지하게 고민하겠다며 합당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합당이 성사된다면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이 조국 대표를 배려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원외의 설움을 조국 대표가 겪고 있는 만큼, 원내로 들어올 수 있는 안정적 지역구에 조국 대표를 단수 공천할 가능성도 있다는 예상이다.
 

당 대표 취임 후 가장 큰 시험대에 선 정청래

어쩌면 정청래 대표와 조국 대표의 진짜 속내는 한동안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정 대표의 리더십이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는 것이다. 전 당원 1인 1표제 추진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반발이 비당권파를 중심으로 공개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자신이 임명한 박지원 최고위원마저 "절차와 숙의라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켜주셔서 당원주권이 허울뿐인 구호가 아니라는 것을 납득시켜 주실 것을 요청한다"며 공개적으로 직격했을 정도다. 정 대표가 강조해 왔던 '당원주권'이 부메랑이 돼 정 대표를 겨누고 있는 모양새는 정 대표 입장에서 곤혹스러울 수 있다.

그런데 정 대표가 상황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설득과 절차적 정당성, 숙의를 통한 의견 수렴은 직진형이라는 비판받았던 정 대표 리더십에 대한 재평가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합당을 통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면 한국 정당사에 족적을 남길 수도 있다. 정청래 대표에게 취임 후 가장 큰 숙제가 주어졌다. 반면 상황과 과정 관리에 실패하다면 합당을 통해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정청래 대표 입장에선 상처뿐인 영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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