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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징역 1년 8월…형무등급(刑無等級)? [이브닝 브리핑]

김건희 징역 1년 8월…형무등급(刑無等級)? [이브닝 브리핑]
김건희 씨에게 '징역 1년 8월, 추징 1,281만 원'이 선고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오늘 낮 생중계된 김건희 씨 1심 선고 공판에서, 김 씨가 받고 있던 3가지 혐의 가운데 알선수재 혐의(통일교 금품 수수)에 대해서만 일부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 8월' 형을 내렸습니다.

구형 15년에 비해 충격적이라고 할 정도로 낮은 형량입니다. 3개 혐의 가운데 법정형이 가장 높았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혐의에 무죄, 또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 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혐의도 무죄가 선고됐기 때문입니다. 형량도 형량이지만 이후 관련 재판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습니다. 특검은 "법리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납득할 수 없는 논리"라며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브닝브리핑

'형무등급(刑無等級)' 읊을 때부터...

우인성 판사는 재판 시작에 앞서 몇 말씀 드리겠다면서 '형무등급(刑無等級)' 고사성어를 꺼냈습니다. 형무등급은 재상이나 장군에서 대부와 서인에 이르기까지 처벌에 예외도 없고 차별도 없어야 한다는 뜻으로 법조에서 '재판의 엄정함과 공정성'을 강조할 때 인용하는 말입니다. 우 판사는 "법의 적용에 있어서 권력자이든 권력을 잃은 자이든 예외나 차별이 없어야 합니다."라고 한 뒤, "불분명할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법의 일반원칙도 예외적으로 적용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생중계로 선고 공판을 함께 지켜보던 SBS 논설위원들 사이에선 이때 "어? 뭔가 조짐이..."라는 탄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김건희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는 보이지만, 공동정범이라는 특검의 기소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일부 거래 시점은 공소시효가 만료된 것으로 봤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주범 격인 권오수 씨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받았던 터라, 김건희 씨에 대해 특검 구형보다는 낮은 형이 나올 거란 전망이 많았지만 아예 무죄가 나올 거란 예측은 드물었습니다.

오늘 유죄 판결이 나왔다면, 지난 2024년 '무혐의 결론'을 내렸던 당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라인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해졌을 겁니다. 하지만 오늘 1심 판결로 '부실수사 책임'을 묻기도 어렵게 됐습니다.

이 사건 초기 김건희 씨를 '주가조작 방조범'으로라도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죠. 김건희 특검은 공동정범으로 기소했을 뿐 방조범으로 예비적 기소를 추가하진 않았습니다. 우인성 판사는 방조범 부분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특검이 예비적 기소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정에서 관련 변론이 없었고, 그렇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원칙에 따라 방조범 부분은 판단하지 않은 걸로 보입니다. 특검은 이후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중심으로 기소할지, 수사를 보강해 공동정범으로 다시 기소할지 고민이 깊어질 것 같습니다.

정치자금법 '무죄'...윤석열 재판에도 영향

통일교 금품 수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건희 여사가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명태균 씨로부터 58차례에 걸쳐 무상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았다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재판부는 명시적인 계약이 성립하지 않았고, 명 씨가 "돈 받아 오겠다"며 서울로 가져갔었다는 엑셀 파일(여론조사 비용 정리)도 대금 청구를 위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명 씨의 이른바 비즈니스 방식이,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축적된 결과를 제공하면서 유력자에게 접근해 그 주변으로부터 추가적인 사업기회를 마련하는 식이었다는 게 재판부 판단으로 보입니다. 특검은 물론이고 많은 사람들이 대가성에 대한 재판부 판단에 쉽게 동의할지는 의문입니다. 이 부분 역시 특검의 항소는 불가피해 보입니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도 같은 혐의의 공범으로 기소돼 별도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때문에 오늘 판결 가운데 이 부분, 정치자금법 무죄 판결은 윤 전 대통령 재판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뜩이나 거친 재판 전략을 보였던 윤 전 대통령 변호인들이, 이번 판결로 더욱 공격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나마 통일교 관련 알선수재 혐의가 유죄로 인정됨으로써, 검경합동수사본부가 진행 중인 통일교 관련 수사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통일교 집단 입당 등에 대해서는 별도 재판이 진행 중이고, 검경 수사에 따라 여야를 막론하고 관련자들은 늘어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특검 대망신...과정도 결과도 유감

오늘 판결을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형무등급이라는 재판장 말에 고개를 끄덕일까요? 우인성 판사는 주가조작 혐의 관련 특검 기소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왜 이진관 판사처럼 공소장 변경을 미리 요구하지는 않았을까요? V0라 하더라도 김건희 씨에 대해 법적 예외나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오늘 판결이 법 위에 군림하던 특권을 단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했던 국민 법감정은 얼마나 중히 여겼는지 의문입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민중기 특별검사가 이끈 김건희 특검으로선 대망신입니다. 주요 기소 내용에 무죄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주가조작 방조범을 예비적 기소조차 하지 않은 건 정교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명태균 여론조사와 관련해 대가성을 인정받지도 못했습니다. 특검 자신의 주식거래 논란, 검사들의 복귀 요청, 술자리 보안사고 논란까지. 수사 진행 과정에서 발생했던 온갖 논란들이 다시 소환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김건희 여사의 혐의는 끝내 '뇌물죄'가 아닌 '알선수재'에 머물렀습니다. '윤석열-김건희 공동체'를 단죄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는 의미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검사 윤석열은 '박근혜-최순실 경제공동체' 법리라도 세웠는데, 민중기 특검은 "사법시스템 위에서 특권"을 누린다고는 했지만 '김건희-윤석열 관계'를 정확히 법적으로 규정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오늘 김건희 씨가 받은 징역 1년 8월에 추징금 1,281만 원은, V0로 불리던 권력자에게 내린 형이라기보다 선물 밝히는 부도덕한 대통령 부인에게 내려진 선고로 들렸습니다. 민중기 특검, 과정에서 결과까지 유감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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