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두번째 집권 이후 외교적 문제를 국제 관행이나 외교 문법 대로 대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관세를 무기로 마치 상업적 거래나 협상을 하듯 처리합니다. 이번 행태도 1987년 언론인 토니 슈와츠와 함께 쓴 저작 '거래의 기술'을 근거로 분석하면 더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책에서 강조한 협상 원칙들을 국가 간 통상 관계에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① 지렛대를 확보하라 (Get the Leverage)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렛대(Leverage)다. 지렛대란 상대방이 원하는 것,
혹은 상대방이 없으면 안 되는 것을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에게 '관세'는 단순한 세금이 아니라 상대의 급소에 찔러 넣어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하는 가장 강력한 지렛대입니다. 우리 정부로부터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 받았지만 시기와 투자 대상 등은 추가 협상 대상입니다. 이를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지렛대를 놓았다는 분석입니다.
최근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환율 문제를 들어 대미 투자가 늦어질 수 있다고 밝힌 것이 트럼프 심기를 건드렸을 수 있습니다. 원하는 시기에 투자를 받을 수 없는 불확실성이 마뜩지 않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공연히 요구하는 알레스카 가스 개발 투자에 대해 우리 정부가 신중론을 펴는 것도 못마땅할 수 있습니다. 이런 뻣뻣한 태도를 고치기 위해 관세로 이른바 군기를 잡았다는 것입니다.
② 크게 생각하라 (Think Big)
"나는 크게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차피 무언가를 생각해야 한다면, 크게 생각하는 것이 훨씬 낫다."
트럼프는 "비준을 서둘러 달라"고 정중히 요청하지 않습니다. 대신 '관세 25% 환원'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던집니다. 단순히 한국에 대한 경고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 관세는 언제든 꺼내들 수 있는 카드임을 각인시키려 했다는 분석입니다.
최근 트럼프는 그린란드를 놓고 갈등을 빚은 유럽 8개국에 관세 인상을 공언했다가 철회한 바 있습니다. 유럽연합 의회가 미국과의 무역 협정 의안 통과 절차를 늦추는 등 예상 외로 강하게 반발하자 한발 물러서면서 망신을 당한 셈입니다. 때문에 비슷하게 의회 통과가 지연되고 있는 한국을 상대로 관세가 여전히 위협적이고 관련 키를 미국이 잡고 있다는 점을 증명하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③ 강하게 반격하라 (Fight Back)
"누군가 나를 부당하게 대우하거나 이용하려 한다면, 나는 아주 거칠게 반격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국회의 계류 상황을 미국과의 '약속 위반'으로 프레임화해 피해자라는 명분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대단히 거칠게 공격함으로써 '나한테 조금이라도 피해를 입히면 뼈저린 보복을 감수해야 함'을 명확히 했습니다. 협상에서 상대방에게 항상 저자세를 취하도록 강요하는 전략입니다.
④ 선택의 폭을 넓혀라 (Maximize Your Options)
"하나의 거래에만 매달리지 마라. 나는 항상 여러 개의 공을 공중에 띄워 놓는다."
그는 이번 관세 인상 발표를 공식 행정 명령이 아닌 SNS를 통해 돌발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이는 언제든 철회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한 채 상대의 반응을 살피는 전략입니다. 한국이 특별법을 즉각 처리하면 "나의 압박이 통했다"며 승리를 선언하고 관세를 유지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관세 원복을 실제로 집행하며 더 큰 양보를 요구할 것입니다.
⑤ 상대를 압박하라 (Push Hard)
"극단적인 요구를 먼저 제시한 뒤에 타협하는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하라."
'돌발적이고 갑작스러운' 행동은 트럼프식 협상의 전형적인 스타일입니다. 예측 불가능성을 유지함으로써 상대가 시나리오를 짜지 못하게 흔드는 것입니다. 전격적인 이번 액션은 한국 통상 당국을 혼란에 빠뜨려, 통상적인 절차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움직이도록 강제하려는 의도가 다분합니다. 또 상대의 당혹감을 이용해 전략적 허점을 노출하게 만들어 가외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수법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는 국제 관계가 이런 '힘의 논리'만 판치는 모습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리스의 역사학자 투키디데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힘의 폭주는 결국 파멸을 부른다." 외교는 '명분을 앞세워 실리를 취하는 예술'입니다. 장사꾼도, 조폭도 무시하는 '명분'이 국제 관계에서는 '최우선 핵심 요소'임을 역사는 수시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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