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도보도 못한 이른바 '위장 미혼' 논란에 대해 "장남이 결혼 직후부터 파혼 위기였다가 이후 관계를 회복했다"는 아침 드라마 급 해명이 등장했고, 청문회 현장에선 아들의 대학 입시와 관련해 '시아버지 훈장 찬스' 논란까지 더해졌습니다. 갑질, 입시, 병역, 부동산까지. 국민이 가장 민감해 하는 모든 이슈에서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결국 청문회는 이 후보자의 마지막 반전 기회가 아니라 추락의 완성으로 마무리됐습니다.
8번째 고발 '입시 비리'
그런데 오늘 시민단체 활빈단이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시아버지 훈장 찬스' 관련해 방배경찰서에 추가로 고발장을 제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8번째 고발장입니다. 활빈단은 "입시 비리는 단순한 개인 비리가 아니라 수많은 청년의 노력과 땀, 인생의 기회를 짓밟는 악질적인 권력형 비리"라면서 "(의혹이) 사실이라면 공직은커녕 공적 발언 자격조차 없다"고 했습니다.
이 전 후보자는 2010년 장남의 연세대 입학을 처음에는 '다자녀 전형'이라고 했다가, 시간이 지나 혼동했다며 시아버지인 고(故) 김태호 전 내무부 장관이 받은 훈장에 따라 '사회기여자 전형'으로 입학했다고 정정했습니다. 하지만 사회기여자를 판단하는 연세대 내부 기준에 '훈장'이 들어있다는 점을 일반 지원자들은 알 수 없었다는 점, 또 장남 대입 당시 이 전 후보자 남편이 연세대 입학 업무를 관할하는 교무부처장이었단 점에서 해명은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 전 후보자와 관련한 대중의 관심은 이제 경찰 수사로 옮겨갔습니다. 이미 낙마한 상황에서 경찰이 얼마나 철저하게 수사를 이어갈지는 또 다른 문제겠지만, 여론의 최종적 관심은 '위장 미혼' 청약에 대한 주택법 위반 여부 판단 및 해당 아파트 당첨이 철회될지, 그리고 '할아버지 훈장 찬스' 관련한 입시 비리 여부 판단 정도에 맞춰질 것입니다.
보수진영 3선 국회의원에서 이재명 정부 통합 리더십의 핵심 퍼즐로 변신하려 한 이혜훈 전 후보자로선 상상도 못한 결말일 테지만, '과도한 망신주기' '배신자 프레임 희생양' 같은 정치적 대응이나 '자숙과 침묵' 같은 망각의 전략으로 넘어가기에는 너무 멀리 왔습니다. 드러난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는 필연으로 보입니다.
실패한 도전...정치적 득실은?
청와대 검증 시스템에 허점이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진영을 떠나 거의 모든 언론에서 지적하는 문제지요. 당장 '위장 미혼' 의혹만 해도 청와대가 공개한 검증 자료를 야당과 언론이 검토하는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같은 자료를 야당 의원실과 언론이 검증하면서 찾아낸 문제를, 청와대는 걸러내지 못했다는 건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폭언과 갑질 녹음 파일을 청와대가 사전에 알기는 어렵다는 해명도, 사람 쓸 때 각계각층의 '세평 수집'을 하는 일반적 과정조차 부실했다는 비판에 대한 설명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런데 이런 비판을 청와대가 얼마나 아파할까요? 홍익표 정무 수석은 이 전 후보자 지명 철회를 밝히면서 "보수정당에서 세 차례나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안타깝게도 국민주권 정부의 기획예산처 장관으로서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방점은 앞 단 "보수정당에서 세 차례나 국회의원을 지냈지만"이라는 부분에 찍혀 있는 걸로 읽힙니다. 검증 실패라는 비판이 오롯이 청와대로만 향할 수 있느냐는 반문 같습니다.
게다가 청와대가 이 전 후보자 지명으로 얻고자 했던 결정적인 효과는 이미 거뒀습니다. 이 전 후보자는 "내란은 헌정사에 있어서는 안 될 일이며,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불법 행위"라면서 "정당정치에 매몰돼 국가 공동체가 처한 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반성했습니다. 탄핵에 반대하고 윤어게인 활동을 한 데 대한 반성입니다. 경제 정책과 관련해서도 "엄중한 대내외 여건 속에서 재정이 적극적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똑똑한 재정'이라는 표현도 썼습니다.
이재명 정부로선 아쉽지만 아프지는 않은, '실패한 도전'인 셈입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물론 얻은 게 많습니다. 화력을 집중해 '지명 철회'를 이끌어냈고, '명백한 인사 참사' '검증 실패'에 대해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만시지탄이다. 진즉 지명 철회했어야 마땅한 사람을 20일 넘게 끌어온 데 따른 시간 낭비와 국력 소진은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대여 관계 측면에서 찾을 수 있는 이런 성과보다, 어쩌면 '내부 이탈과 (여권으로) 추가 귀순' 가능성에 쐐기를 박았다는 점이 심리적으로는 더 큰 성과로 여겨질지 모르겠습니다. 청와대는 '통합의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했지만, 이혜훈 낙마를 보면서도 입각을 결심하는 국민의힘 계열 인사가 더 나올 가능성은 낮아졌습니다.
다만 정권의 도덕성을 공격하면 할수록 "이혜훈 전 후보자는 국민의힘이 반복적으로 공천하고 정치적으로 키워온 인사"라는 일종의 '거울 효과'가 커지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여기에다 탄핵 반대와 윤어게인 활동은 정파성에 매몰된 잘못된 판단이라는 이 전 후보자의 반성이 장동혁 체제에 대한 보수의 자기고백으로 계속 소환될 것입니다.
오늘 한겨레신문 만평처럼, 자기 진영에도 침이 많이 튄 절반의 승리일 뿐인데 장동혁 대표와 국민의힘 당권파가 정확한 메타인지를 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