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비상계엄에 반대했다'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주장을 단호히 물리칠 수 있었던 결정적 근거는 2024년 12월 3일 '계엄의 밤'이 담긴 대통령실 CC(폐쇄회로)TV 영상이었습니다.
계엄을 반대하려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했다는 그의 주장과 달리 CCTV 영상 속 한 전 총리는 대통령을 말리는 부총리를 바라만 보고 있었고, 2분짜리 국무회의를 마친 뒤 계엄을 선포하러 나가는 윤 전 대통령에게는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습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한 전 총리의 내란 중요임무종사 등 혐의 사건 1심 판결문에서 계엄 당시 대통령실 CCTV 영상을 수초∼수분 단위로 분석해 한 전 총리의 말이 거짓임을 입증했습니다.
한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듣고 계엄에 반대하는 국무위원의 뜻을 모아 계엄을 만류하고자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문제가 있었을 때도 국무총리가 국방부에 다 모아서 김재규에게 대통령이 어떻게 된 것인지 묻고, '제대로 된 체계를 갖춰서 해야 한다'고 해서 바로 잡은 역사가 기억났다. 비상계엄 선포를 위해서는 국무회의 심의가 필요하다는 점이 얼핏 떠올랐다"며 "그대로 두면 윤석열 뜻대로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겠다는 우려에 '국무회의라는 장치를 통해 법률가이자 정치인인 윤석열을 설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한 전 총리가 대통령실에 도착한 국무위원에게 윤 전 대통령을 말려보라고 하는 장면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재판부는 결론 내렸습니다.
판결문 별지에 기재된 CCTV 영상 요지에 따르면 계엄 당일 밤 10시 4분쯤 대접견실에서 최상목 당시 경제부총리와 조태열 당시 외교부 장관이 윤 전 대통령을 설득하는 동안 한 전 총리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최상목이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가서 설득해보겠다'고 말할 때도 휴대전화를 사용할 뿐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후 실제 최 전 부총리가 윤 전 대통령을 뒤따라 집무실로 들어가는 동안에도 한 전 총리는 그 모습을 바라만 봤습니다.
밤 10시 16분 시작한 국무회의가 2분 만인 10시 18분 끝나고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러 대접견실을 나가기 전에는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가 이야기하는 모습도 담겼습니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 심의를 마쳤다"는 취지로 고개를 끄덕였다고 해석했습니다.
밤 10시 23분에는 최 전 부총리와 한 전 총리가 대화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당시 최 전 부총리는 한 전 총리에게 "왜 적극 반대하지 않았느냐"고 말했고, 이에 한 전 총리가 "반대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합니다.
재판부는 이를 짚으며 "피고인은 윤석열이 이석한 뒤에야 자신도 반대했다는 취지로 강변했을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과 단전·단수 관련 논의를 한 적 없다는 한 전 총리 주장 역시 CCTV 영상을 토대로 믿을 수 없다고 봤습니다.
CCTV 영상 속 모습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 뒤인 밤 11시 2분쯤 이 전 장관은 한 전 총리에게 계엄 관련 문건을 보여주고 두 사람은 이에 관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이와 관련해 이 전 장관의 '단전·단수 조치에 관한 지시를 받거나 그런 지시사항이 적힌 문건을 받지 않았고, 한 전 총리와 논의하지 않았다'는 진술 역시 "믿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대통령실 CCTV 영상에는 이 전 장관이 밤 9시 16∼26분쯤 대접견실에서 왼손 손날을 네 차례 내려치는 동작을 취하고, 윤 전 대통령 역시 오른 손날을 세워 내려치는 동작을 취하자 이 전 장관이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재판부는 "이런 동작은 일반적으로 무언가를 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다른 사정들에 비춰 '단전·단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밝혔습니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