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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 '어쩔수가없다'는 왜 오스카와 멀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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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담어워즈부터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골든글로브까지 연이은 무관이다.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까. '기생충'(2019)의 오스카 레이스로 눈이 높아졌기에 '어쩔수가없다'의 빈손 행진이 아쉽게 느껴진다.

'어쩔수가없다'의 오스카 레이스에 적신호가 켜졌다. 오는 3월 열리는 제98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메이저 영화 시상식이 북미에서 열리고 있지만 '어쩔수가없다'의 수상 소식은 요원하다.

영화의 주역인 박찬욱 감독과 이병헌은 연말부터 미국에 장기간 체류하며 오스카 캠페인에 열을 올렸지만, 정작 시상식에서는 경쟁작의 수상에 박수만 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어쩔수가없다'의 아카데미 시상식 최종 후보 지명도 낙관할 수는 없다.
아카데미

◆ '기생충' 신화 이끈 네온인데…한 지붕 경쟁 '역대급'

'어쩔수가없다'가 아카데미 시상식 최종 후보 지명을 노릴 수 있는 건 국제장편영화상(구 외국어영화상) 부문이다. 이병헌의 남우주연상 후보 지명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런데 이조차 전망이 어두운 것은 한 지붕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LA 타임스는 최근 기사에서 올해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최종 후보에 오를 작품으로 '시크릿 에이전트', '센티멘탈 밸류', '그저 사고였을 뿐', '시라트', '힌드의 목소리'를 꼽았다. 오스카 레이스가 본격화되기 전까지만 해도 올해 오스카 트로피는 '그저 사고였을 뿐'과 '센티멘탈 밸류'의 2파전으로 예상됐지만 최근 열린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시크릿 에이전트'가 외국어영화상을 받으며 대항마로 떠올랐다.

이 중 '시크릿 에이전트', '그저 사고였을 뿐', '센티멘탈 밸류'는 '어쩔수가없다'와 마찬가지로 북미 배급사가 네온(NAON)이다. 북미 지역 인디영화 배급의 명가였던 네온은 2019년 '기생충', 2021년 '티탄', 2022년 '슬픔의 삼각형', 2023년 '추락의 해부', 2024년 '아노라'까지 5회 연속(2020년은 코로나19로 미개최)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뿐만 아니라 2020년에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작품상 신화를 쓴 데 이어 지난해 '아노라'로 또 한 번 오스카 작품상의 영예를 안았다.

오스카 레이스는 약 5개월에 걸쳐 이뤄지는 장기전이며 이 레이스에는 막대한 캠페인 비용이 투입된다. '어쩔수가없다'가 네온이라는 한 울타리 안에서 세 작품과 보이지 않은 경쟁을 펼쳐야했다.

네온의 영화가 4편이나 된다는 것은 자사 입장에서는 영광이지만 각 나라를 대표해 국제장편상 수상을 노리는 개별 영화들에겐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네온도 수상 가능성이 높은 영화를 정해 집중적인 캠페인을 펼칠 수밖에 없다. 외신에 따르면 사실상 이번 경쟁에서 하위권으로 분류된 '어쩔수가없다'는 네온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으며 '시크릿 에이전트' 캠페인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도 '기생충' 때처럼 막대한 지원을 하기는 여의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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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쟁작의 화려한 수상 이력…'어쩔수가'는 간판이 아쉽다

'그저 사고였을 뿐'은 2025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고, '센티멘탈 밸류'는 2025년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이다. 강력한 복병으로 떠오른 '시크릿 에이전트'는 2025년 칸영화제 감독상, 남자배우상 수상작이다.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고 있는 '시라트'도 2025년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이다. '힌드의 목소리'는 2025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어쩔수가없다'와 내내 황금사자상 후보로 거론되며 호평받은 끝에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국제영화상 지명을 노리는 작품 중 '어쩔수가없다'만이 세계 3대 영화제 수상 타이틀이 없다.

'어쩔수가없다'의 오스카 레이스는 '기생충' 때와 출발선부터가 달랐다. 봉준호와 박찬욱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 감독이고 CJ엔터테인먼트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지만, 첫 단추라 할 수 있었던 국제영화제에서 명암이 갈렸다. '기생충'은 월드프리미어였던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전 세계 영화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어쩔수가없다'는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진출해 영화제 기간 내내 황금사자상 유력 후보로 주목받았지만 폐막식에서 빈손으로 돌아왔다.

수상 이력이 영화의 등수는 아닐지라도 그 영화의 빛나는 훈장이자 내세울 타이틀이 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수상 이력이 그 영화의 작품성을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쩔수가없다'는 마케팅 포인트나 캠페인 전략은 모호할 수밖에 없다.

첫 단추가 잘못 꿰진 셈이다. 이번 오스카 레이스에서 '어쩔수가없다'가 내세울 마케팅 포인트가 애매하다. 그저 작품성만을 내세우기에는 함께 경쟁 중인 영화들 모두 뒤처짐 없이 쟁쟁하다.

최근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상(2024년 '존 오브 인터레스트', 2025년 '아임 스틸 히어' 수상)부문은 사회, 정치적 이슈를 다룬 영화에 주목해 왔다. '어쩔수가없다' 역시 자본주의적 경쟁 구조가 인간성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비판하는 작품이지만 1970년대 후반 브라질 군사정권 말기의 정치적 혼란을 다룬 '시크릿 에이전트'나 이란의 폭압적인 사회를 배경으로 개인의 복수와 도덕적 혼란을 그린 '그저 사고였을 뿐'과 비교하면 블랙코미디라는 장르적 특성 때문인지 메시지가 두드러지진 않는다. 

어쩔수가없다

◆ 트로피를 멀어졌지만, 북미 흥행으로 웃는다

부정적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스카 레이스에선 멀어지고 있지만 미국 내 흥행은 미소 지을 만하다. '어쩔수가없다'는 성탄절 연휴였던 지난해 12월 25일 미국 뉴욕, 로스앤젤레스(LA),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오스틴 5개 도시 13개 극장에서 '제한 상영' 형태로 개봉했다. 이는 아카데미 출품 요건을 맞추기 위한 전략적 개봉이었다.

그러나 개봉 후 관객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지난 16일부터는 전국 695개 극장에서 와이드 릴리즈 됐다. 전국으로 상영을 확대한 첫날 88만 8,000달러의 추정 티켓 매출을 거두며 전체 개봉작 중 9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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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수치보다 눈에 띄는 건 내실이다. 특히 좌석 판매율 면에서 두각을 보였다. 영화는 북미 개봉 첫 주에 약 2만 2,000달러의 '극장당 평균 수익'(PTA)을 기록하며 '아바타3'(1만 6,000달러), '마티 슈프림'(5,921달러) 등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지난 16일 PTA도 1,277달러로 전체 영화 중 5위에 올랐다.

현지에선 '어쩔수가없다'가 북미 개봉 한국 영화 중 역대 흥행 2위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까지의 북미 극장 수입은 687만 달러(월드 와이드는 3,017만 달러)다. 할리우드 매체인 데드라인은 지난 16일 "'어쩔수가없다'는 박찬욱 감독의 34년 연출 경력 중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가장 큰 흥행작이 될 것"이라며 북미 지역에서 최종 1,000만 달러의 수입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영화 북미 흥행 성적은 '기생충'(약 5,385만 달러)에, '디워'(약 1097만 달러) 순이다.

'어쩔수가없다'는 현재 국제장편영상을 목표로 하는 영화들과의 오스카 레이스에서 하위권에 분류됐지만, 네온이 배급하는 네 편의 영화 중에서는 가장 높은 박스오피스 성적을 올리고 있다. 오스카 레이스에선 찬밥 신세지만 네온의 배를 채워주고 있는 건 '어쩔수가없다'인 셈이다.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종 후보는 22일 오후 10시 30분(한국 시각) 발표된다.

(SBS연예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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