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정상들을 상대로 경멸적 언사를 이어가며 이른바 '유럽 망신주기'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주요 외교 현안에서 미국의 지원을 잃지 않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던 유럽은 최근 그린란드 병합 추진에 반발하며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도발적인 발언을 잇달아 내놓으며 긴장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자신이 주도한 '가자 평화위원회' 참여를 거부한 데 대해 "그는 곧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기 때문에 아무도 그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또 프랑스산 와인과 샴페인에 2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이어 20일에는 마크롱 대통령이 자신에게 보낸 메시지를 소셜미디어에 그대로 공개했습니다.
외교 관례를 무시한 이 행동은, 자신에 대한 마크롱 대통령의 '저자세' 접근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메시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친구'라고 부르며 그린란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오는 22일 파리에서 주요 7개국 회의를 열고 저녁 식사를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보낸 메시지도 공개했습니다.
뤼터 총장은 메시지에서 시"시리아, 가자, 우크라이나에서 보여준 당신의 업적을 다보스(세계경제포럼 개최지)에서 널리 알리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 일은 뤼터 총장이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찬양 일색의 메시지를 보내고, 트럼프 대통령을 아빠(Daddy)에 빗대 표현하면서 환심을 사려 한 일화까지 상기시켰습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공격 대상이 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영국이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 반환한 결정을 두고 SNS를 통해 "충격적이게도 우리 '멋진' 나토 동맹국인 영국이 중대한 미군 기지가 있는 (차고스 제도) 디에고 가르시아 섬을 모리셔스에 아무런 이유도 없이 줘버릴 계획"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정상 간 비공개 소통마저 '무기'처럼 활용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는 유럽을 '문명적 자존감'을 상실한 약하고 무기력한 집합체로 보는 현 미국 행정부의 인식이 깔려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는 분석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국가안보전략에서 유럽이 과도한 규제에 집착해 '문명 소멸' 위기에 처했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20일 다보스 포럼 연설에서 과거 질서에 대한 향수로는 현실을 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미국과의 협력 없이는 안보와 경제 안정이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 때문에 유럽의 대미 대응을 둘러싼 고민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취임 1주년 기념 언론 브리핑실에서 발표 및 질의응답 시간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건 때문에 나토의 붕괴 혹은 유럽의 대미 투자가 무산돼도 감수할 수 있냐"는 질문도 받았습니다.
(구성 : 진상명, 영상편집 : 채지원, 제작 :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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