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광의 통화(M2) 비율이 미국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만큼 실물경제 규모에 비해 시중에 통화량이 많이 풀렸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오늘(14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M2 비율은 153.8%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기존 M2에서 상장지수펀드(ETF) 등 수익증권을 제외한 한은의 새로운 기준을 적용했을 때 도출되는 값입니다.
종전 기준에 따른 GDP 대비 M2 비율은 167.5%로 더 높았습니다.
한국의 GDP 대비 M2 비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3분기 100.1%로 100%를 넘어선 뒤 추세적으로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습니다.
2009년 3분기 110%, 2015년 3분기 120%, 2019년 3분기 130%, 2020년 2분기 140%를 차례로 넘었고, 코로나19 때인 2021년 2분기 150%를 처음 웃돌았습니다.
이어 2023년 1분기 157.8%로 최고치를 경신했고, 이듬해 4분기 151.6%까지 하락했다가 지난해 다시 반등한 상황입니다.
미국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은 수준입니다.
미국의 GDP 대비 M2 비율은 지난해 3분기 71.4%에 그쳐, 한국의 절반에도 못 미쳤습니다.
코로나19 직전 60%대에서 2020년 2분기 90.9%로 가파르게 치솟았다가 2022년 4분기 이후 다시 80%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한국의 수치는 다른 주요국보다도 높은 수준입니다.
유로 지역의 지난해 3분기 GDP 대비 M3 비율은 108.5%로 집계됐습니다.
유로 지역은 광의 통화량을 M2가 아닌 M3로 표시합니다.
코로나19 때인 2021년 1분기 126.7%까지 뛰었으나, 이후 점차 하락해 지난해 1분기부터 다시 110%를 밑돌았습니다.
영국(광의 통화량을 M4로 표시)은 지난해 3분기 105.8%로 유로 지역과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역시 2021년 1분기 135.8%까지 오른 뒤 줄곧 하락세를 이어왔습니다.
다만, 저성장에 초저금리를 장기간 유지해온 일본(M3로 표시)의 경우 지난해 3분기 243.3%에 달해,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보다 높았습니다.
M2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도 한국이 주요국보다 높습니다.
한국의 M2 증가율은 지난해 10월 기준 5.2%로, 미국(4.6%), 유로 지역(3.1%), 영국(3.6%), 일본(1.1%) 등보다 눈에 띄게 높았습니다.
종전 기준에 따른 한국의 M2 증가율 역시 8.7%로 더 높았습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소비쿠폰 지급과 한은의 완화적 통화정책 때문에 통화량이 과도하게 풀려 환율이나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합니다.
시중에 원화가 너무 흔해져서 가치가 하락했다는 논리입니다.
최근 M2 등 통화 및 유동성 기준 변경 역시 정부와 한은의 '책임론'을 일축하는 연장선에서 이뤄졌다는 해석까지 나왔습니다.
그러나 한은은 환율 상승이 서학개미 등 내국인의 해외주식투자 확대에 따른 수급 불균형에서 주로 기인했다고 평가합니다.
특히 장기 추세와 비교해 통화량이 과도하게 늘지 않았으며, 통화량 증가만으로 최근의 원화 약세나 자산가격 상승을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합니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 경제 상황에 비춰 통화량으로 측정되는 유동성이 과도하게 풀렸다고 보기 어렵다"며 "환율이나 집값이 유동성만으로 올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의 GDP 대비 M2 비율 차이와 관련, "한국은 은행 중심의 금융 시스템이고, 미국은 자본시장이 많이 발달한 구조적 차이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일부 요구대로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해 통화량과 유동성을 크게 줄일 경우 오히려 한미 성장률 격차가 확대되면서 환율이 더 오를 수도 있다는 게 한은 안팎의 인식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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