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 인트로
00:07 '한국발 무인기 사건'...전말은?
00:54 오랜만에 등판 김여정...담화 뜯어보니
02:24 "북한에 민간단체가 있어?"...'민간단체' 꺼낸 숨은 의도
03:49 '적대적 두 국가론' 제도화 위한 포석?
안녕하세요. SBS 외교안보팀 김아영입니다. 오늘은 북한이 주장하는 이른바 한국발 무인기 사건 관련 얘기 가지고 왔습니다.
1. '한국발 무인기 사건'...전말은?
먼저 북한 주장을 짧게 요약을 해드리면요. 지난 4일과 지난해 9월, 한국발 무인기를 격추시켰다, 격추시켜서 자료를 봤더니, 개성과 황해북도 평산군 사진이 찍혀 있더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사진 여러 장을 공개했죠. 우리 국방부는 당일에 우리가 보낸 적 없다, 북한이 사진으로 공개한 저런 드론은 있지도 않다, 빨리 선을 그었습니다. 군과 경찰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니까 후속 결과가 또 발표될 걸로 예상이 되는데요. 군에서 안 보냈다고 하면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은 크게 두 가지일 겁니다. 북한이 허위 주장을 하거나 아니면 민간에서 했을 가능성이죠. 온라인 쇼핑몰 화면을 가지고 와봤습니다. 도색은 다르지만 북한이 공개한 사진 속 제품과 유사해 보이는 종류입니다. 60만 원 정도면 아무나 살 수가 있고요. 군사용이 아니라 아주 대중화된 제품이라는 걸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2. 오랜만에 등판 김여정...담화 뜯어보니
정부가 그래서 민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그러자 이번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냈습니다.
[조선중앙TV (김여정 담화 대독) : 명백한 것은 한국발 무인기가 우리 국가의 영공을 침범했다는 사실 그 자체이다. 무인기 실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
김여정이 담화를 낸 게 상당히 오랜만인데요. 김여정 요구는 이렇습니다. 첫 번째는 이른바 '한국발 무인기 사건'에 대해서 구체적인 설명이 반드시 있어야 된다는 겁니다. 한국 당국이 사태를 규명하고 결과를 상세하게 공개하라는 겁니다. 지난 정부 당시 무인기 사건을 언급하면서 현 정부 책임론도 제기하고 있는데, 사실은 북한도 2022년에 서울로 무인기를 보내서 논란이 일었었죠. 김여정이 여러 원색적 비난을 했는데 뒤집어보면 북한이라고 자유롭지 않은 겁니다. 김여정은 다음 스텝에 대해서도 자신들이 어떤 카드를 쓸 수 있는지 살짝 언급을 했습니다. 표현을 좀 가져와 보면요. 만약에 한국 당국이 민간단체 소행으로 소위 '발뺌'을 하려고 한다, 그러면서 민간단체 소행이니까 주권침해가 아니다, 이렇게 나온다면 북한 영내에서 자기네 민간단체가 날리는 수많은 비행물체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재작년에 한참 떠들썩했던 오물풍선 사태 기억하실 겁니다. 제가 당직 근무할 때도 이게 떨어져서 경찰 소방이 출동한 적이 있었는데요. 한국 당국의 대응에 따라서 당시 같은 사회적 혼란이 또 야기될 수 있음을 내비친 겁니다. 북한 특유의 엄포일 수도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전면전까지 가지 않으면서 우리 사회 혼란을 야기시키는 회색지대 행위가 또 벌어지는 건 아닌지 우려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3. "북한에 민간단체가 있어?"...'민간단체' 꺼낸 숨은 의도
또 하나 짚어볼 건 김여정 입에서 '민간단체'라는 말이 나왔다는 겁니다. 당장 "북한에 민간단체가 있어?" 이런 질문들 나올 수 있습니다. 과거 남북 민간 교류가 한참 진행될 때를 예를 들어서 설명을 드리면, 북한도 명목상 외곽 단체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북한 체제 특성상 이들이 자율적으로 움직인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흔히 민간단체라는 모자를 쓴 조직이다, 이렇게 표현하는데요. 안보와 관련된 거라면 더더욱 민간 영역이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표현을 썼을까요? 민간 가능성을 열어두는 우리 정부 입장을 역이용하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민간에서 했다고 통제할 수 없다고 한다면, 자신들도 민간에서 하는 것일 뿐이다, 이렇게 논리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처음은 아닙니다. 2020년 6월 북한이 대남 적대감을 대대적으로 조성하던 시기를 가져와 보면요. 당시 인민군 총참모부는 인민들의 대남 삐라 살포 투쟁을 군사적으로 철저히 보장하고 안전 대책을 세우겠다고 주장했습니다. 전단이 남쪽으로 날아간다고 해도 그 주체는 군이 아니라, 민간이 될 거라고 주장한 거죠. 다만 북한도 지금 당장은 뭘 하겠다, 이런 생각은 아닌 것 같습니다. 국방부가 "북한을 자극할 생각이 없다"고 입장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다행이라고 했고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한 것에 유의하겠다고 했으니까 일종의 숨고르기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박원곤/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한국 정부와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을 원치 않고 있고, 오히려 북한 주민에게 '적대적 두 국가론'의 충분한 명분을 제공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4. '적대적 두 국가론' 제도화 위한 포석?
북한은 이번 사건을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 그리고 조선중앙 TV를 통해서 담화 내용을 그대로 방송을 했습니다. 김정은이 2023년 말에 남북관계 근 80년에 대해서 종지부를 찍고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나아가겠다고 선언을 했잖아요. 김정은은 이후에 자신이 북한 헌법을 한번 보니까 영토, 영해, 영공에 대한 정의가 안 담겨 있더라, 주권행사 영역을 법적으로 정확하게 하라면서 헌법 개정을 지시했습니다. 김정은 지시 사항이라서 빠르게 공표되지 않을까 했는데 아직 헌법 개정의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내부 교양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소식도 크게 들리지는 않고 있는데요. 우리민족끼리를 계속 주장하다가 갑자기 입장을 바꾸니까 주민들이 일부 혼란스러워한단 반응이 대북 매체를 통해서 나오기도 했는데 그래서 북한도 속도를 약간 조절한 것 아니냐 이런 해석들이 있었거든요. 이번 사건은 북한이 "그것 봐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가 맞지 않느냐"내부적으로 이렇게 다시 강조하는 계기로 활용할 거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김여정의 담화에는 신성불가침 주권, 우리 국가의 영공, 남부 국경, 국경초소 이런 표현들이 쓰이기도 했습니다. 북한이 조만간 최대 정치 행사인 당대회를 여는데 당 규약, 헌법에 적대적 두 국가론을 어떤 식으로 제도화할지 지켜봐야할 대목입니다.
(취재 : 김아영, 구성 : 신희숙, 영상편집 : 이혜림, 디자인 : 이수민, 제작 :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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