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4년 전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70대 할아버지와 7살 손주가 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조사 결과, 불이 시작된 곳은 현관 통신 단자함 속의 인터넷 공유기였습니다. 법원은 공유기를 설치한 통신사가 유족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제희원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어린이날을 맞아 할아버지 댁에 놀러 간 날이 마지막 순간이 됐습니다.
현관에서 시작된 불은 70대 아버지와 7살 아들의 목숨을 한순간에 앗아갔습니다.
[유족 (아이 엄마) : (불이) 입구에서 나서 피할 방법이 없었던 걸로 알고 있어요. 저희 아들 보니까 계속 손으로 얼굴을, 계속 이렇게 가렸던 것 같아요.]
유족은 사고 석 달 전 현관 통신 단자함에 인터넷 공유기를 설치했던 통신사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3년간 이어진 법정 공방 끝에 1심 재판부는 통신사가 장례비와 위자료 등 4억 6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공유기 어댑터에서만 전기적 단락흔이 발견된 걸 토대로, 통신사 측이 주장한 외부 화재 원인이 아닌 전기 합선에 의한 화재로 판단한 겁니다.
[하인준/변호사 : 대기업 통신사가 설치한 어댑터의 하자로 발생한 화재는 소유자인 통신사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재판부는 이번 화재가 통신사가 고객에게 안전을 보장하며 빌려준 공유기의 기기적 결함으로 인한 사고라면서, 통신사가 해당 제품을 직접 제조하지 않았더라도 위험에 따른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임대 장비 소유주인 만큼 통신사가 혹시 모를 위험에 대해 '무과실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겁니다.
다만 법원은 통신사가 공유기를 매입하면서 하자가 있는 제품을 모두 가려내기 어렵다는 점 등을 감안해 피고의 책임을 80%로 제한했습니다.
[이영주/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공유기는) 한 번 설치된 공간 자체가 사실 일반인들이 다시 확인하거나 또 점검하기 어려운 공간이라면 별도의 화재 안전에 대한 시설 보완을 (고려할 필요도 있겠다.)]
해당 통신사는 "1심 판결 결과를 존중하며, 회사의 입장이 일부 수용되지 못한 부분이 있어 항소를 제기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강시우, 영상편집 : 김준희, 디자인 : 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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