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 이번 작전의 명분은 '마약 밀매'입니다. 마두로 대통령이 미국을 상대로 치명적인 마약 테러리즘 캠페인을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미국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주권 존중과 영토 보전을 핵심으로 하는 유엔 헌장을 어겼다는 비판이 교차합니다.
체포, 압송되는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비판에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습니다. 늘 그랬듯,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군사 작전의 정당성을 강조, 홍보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 자세히 짚어 보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아래의 영상을 공유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군중들이 한데 모여 집회를 열고 있는 영상인데, "수백만 명의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마두로 정권 붕괴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축하하고 있다"는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 보수 성향의 평론가가 올린 영상을 자신의 SNS에 공유한 겁니다. 영상 조회수가 수백만에 달했고, 국내에도 영상이 빠르게 퍼졌습니다.
그런데 이 영상, 사실일까요.
일단, 영상을 이미지 형태로 캡쳐한 뒤, 구글에서 이미지 검색을 직접 해봤습니다. 그랬더니 아래와 같은 언론사 기사가 검색됐습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공유한 이 영상은, 미국의 군사 작전 이후가 아닌, 2024년 7월 31일, 베네수엘라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 영상으로 확인됐습니다. 남미의 한 언론은 당시 영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베네수엘라 거리에 니콜라스 마두로의 부정 선거에 격렬하게 항의하는 시위대들로 가득하다. 온 국민이 정의와 민주주의를 향한 외침에 하나로 뭉쳤다.
Las calles de #Venezuela se desbordan de manifestantes que protestan enérgicamente contra el fraude de Nicolás Maduro. La nación entera se une en un clamor por justicia y democracia.
- 남미 온라인 매체 <Actualidadinformativa> 페이스북, 2024년 7월 31일
당시 집회는 2024년 7월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 직후 열렸습니다. 베네수엘라 선관위가 마두로 대통령이 당선됐다고 공식 발표하자, 야권에서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던 겁니다. 해당 영상은 당시 시위 때 찍힌 영상 가운데 하나로 추정됩니다. 이번 군사 작전과는 상관 없었습니다. 구글 검색으로도, 꽤 손쉽게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공유한 영상이 또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뒤, 비슷한 내용의 영상 여러 개를 거의 동시에 올렸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위 영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주 언급했던 부정 선거 음모론이 담겼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당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게 패배한 이유가 부정 선거 때문이라고 주장해 왔는데, 투표 기계가 트럼프에서 바이든으로 표를 뒤집었기(flip) 때문이라는 근거를 댔습니다.
음모론 중심에 베네수엘라가 있었습니다.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과 같은 트럼프 측근들은 투·개표기 업체인 도미니언(현 리버티보트)이 베네수엘라에서 선거를 조작하기 위해 설립됐고, 바이든 전 대통령의 당선을 돕기 위해 미국에서도 같은 수법을 사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의 표를 집계하고 그 과정에 대한 통제권까지 가진 회사가, 과거에는 차베스의 동맹이었고 현재는 마두로의 동맹인 두 명의 베네수엘라인이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을 것입니다.
You couldn't possibly believe that the company counting our vote with control over our vote is owned by two venezuelans who were allies of chavez are present allies of maduro.
- 2020년 11월 20일,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기자회견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작전의 정당성을 얻기 위해, 트럼프 자신이 주장해 왔던 부정 선거 음모론을 다시 활용한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하지만, 이 음모론, 이미 2023년 3월 미국 법원에서 명백한 허위라고 판결했습니다.
법원 판결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 사건은 천문학적인 합의금으로 대가를 치른 걸로 유명합니다. 투표기 업체는 음모론을 보도한 언론사를 향해 명예가 훼손됐다며 소송을 걸었는데, 1심 판결 직전, 언론사들이 거액의 합의금을 지불하기로 한 겁니다.
폭스뉴스의 합의금은 7억 8천750만 달러, 우리 돈으로 1조 1천450억 원에 달했고, 미국 케이블 방송 뉴스맥스는 6천7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974억 원을 물었습니다. 그 액수가 워낙 커서, 국내에서도 꽤 많이 보도가 됐습니다.
미국의 팩트체크 언론 팩트체크닷오르그(factcheck.org) 홈페이지. 미국 팩트체크 기관들은 홈페이지에 트럼프 항목을 따로 만들어 집중 팩트체크 하고 있다.
허위 정보가 넘쳐 나는 SNS 시대, 하지만, 이 허위 정보를 유력 정치인이 '공유'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허위 정보에 그럴듯한 포장지를 제공해 '신뢰'라는 딱지를 붙여줄 뿐만 아니라, 유통 속도 역시 빠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정치인의 입과 손가락을 통해 재확인된 허위 정보는, 음모론자에게 다시금 장사가 되는 아이템이 됩니다. 유력 정치인일수록 그런 경향은 더욱 강해지고,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이라면 두말 할 나위가 없습니다.
이런 까닭에 미국의 팩트체크 기관들은 홈페이지에 정치, 경제, 사회 등으로 뉴스를 분류하듯, 아예 트럼프 칸을 따로 만들어 집중적으로 검증하고 있습니다. SNS로 대중과 '직거래'하는 트럼프 정치의 특성상 메시지도 많고, 그만큼 허위 정보도 많다는 문제 의식이 깔렸습니다.
국내에서도 꽤 많은 정치인들이 자신의 SNS를 통해 유권자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메시지도 남기고, 마음에 드는 글과 영상을 자주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SNS 메시지 정치'가 보편화된 시대, 우리 정치권에 시사하는 바 역시 적지 않습니다.
(작가 : 김효진, 인턴 : 황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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