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는 '잃어버린 이름, 한혜경'이라는 부제로 이름보다 '선풍기 아줌마'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던 한 여성의 삶을 조명했다.
1998년 서울 성북구, 식당을 운영하던 미애 씨 부부는 10년 전 일본으로 떠난 미애 씨의 여동생이 돌아온다는 이야기에 그를 기다렸다.
부모 속 안 썩이고 혼자 알아서 큰 여동생은 너무 예뻐서 부모님이 공주처럼 애지중지 키운 딸이었다. 그런 동생은 타지에서 생활하면서도 집으로 꼬박꼬박 생활비를 보내는 기특한 딸이었다.
그런 동생이 10년 만에 돌아오는 날, 언니 미애 씨는 어느 때보다 설레는 마음으로 동생을 기다렸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동생에 의아하던 그때 남편이 "처제 저기 왔어"라며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리고 남편이 가리킨 곳을 본 미애 씨는 충격에 할 말을 잃었다. 자신들이 알던 얼굴과는 완전히 달라진 얼굴의 동생. 미애 씨 남편은 처제의 당시 얼굴에 대해 "세상에 저런 얼굴이 있는가 할 정도였다. 얼굴이 아주 엉망이었다"라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2004년,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는 "얼굴이 엄청 큰 사람이 있어요"라는 제보가 들어왔다. 처음에는 장난인가 했지만 보통 사람의 3배 정도 되는 큰 얼굴, 인형 같은 얼굴을 한 사람이 있다는 지속적인 제보가 들어왔고 결국 피디가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제보의 주인공을 본 피디는 얼어붙고 말았다. 제보의 주인공은 당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선풍기 아줌마 한혜경 씨였던 것.
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화려한 외모로 주목받았던 한 씨는 가수의 꿈을 꾸며 일본으로 갔다. 그리고 이름을 널리 알리지 못했지만 예쁜 외모와 노래 실력으로 사랑을 받으며 가수 활동을 계속 이어갔다.
그런데 가수 생활을 할수록 내성적인 성격이 걸림돌이 되었고 그 무렵 자신감 넘치는 선배를 보고 자극을 받은 한 씨가 생각한 것은 바로 성형.
미용 성형이 서서히 알려지던 시기, 하지만 비용은 턱없이 비싸 불법 시술과 불법 성형이 성행했고 이에 한 씨도 자연스럽게 불법 성형을 하게 되었다.
한 번의 수술이 두 번이 되고 세 번, 네 번이 되며 한 씨에게 성형 수술을 자존감을 채우는 수단이 되었다. 그리고 성형 중독에 빠지며 결국 가수도 그만두고 한국에 돌아오게 된 것.
너무 달라진 모습에 여권 사진과 실물이 달라 공항에 구금까지 됐던 한 씨. 이에 언니 부부는 거금을 들여 동생의 재건 수술을 도왔다. 엄청난 양의 실리콘을 제거하며 예전 얼굴을 되찾은 한 씨.
그러나 이후 한 씨의 얼굴은 만날 때마다 또 달라져 있었다. 중독을 끊을 수 없었던 한 씨는 이제 자신이 직접 불법 시술 방법을 배워 스스로 자신의 얼굴에 이물질을 주입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실리콘이 아닌 파라핀 오일, 공업용 실리콘, 콩기름을 넣은 한 씨. 이것들은 모두 불법 시술에 쓰이는 재료들이었고 이로 인한 부작용이 점점 생기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선풍기 아줌마'의 얼굴이 된 것이다.
보조금으로 홀로 생활하던 한 씨는 사람 대신 반려견과 시간을 보내며 외로움을 견뎌냈다.
그리고 그런 딸을 보는 어머니의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다 자신의 잘못인 거 같아 자책하는 어머니를 보며 후회하는 마음을 갖게 된 한 씨.
당시 성형이라는 주제를 방송에서 다루기 조심스러웠던 시기에 본인의 실수로 일어난 일을 방송해도 될까 고민했던 제작진. 하지만 제작진은 방송을 통해 한 씨에게 도움을 주자는 마음으로 방송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방송 후 한 씨를 향한 응원의 마음과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재건 수술을 앞둔 한 씨는 오랜만에 엄마를 만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의 도움 속에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하지만 한 씨는 "그대로인 거 같아요. 안 달라진 것 같아요"라며 실망했다.
피부조직과 이물질이 뒤엉켜있던 상황에서 한 번의 수술로는 엄청난 결과를 보이기는 힘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한 씨가 단순한 성형 중독이 아니라 치료가 시급한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얼굴 때문에 병원에서는 치료를 거절했고 이에 몸과 마음은 갈수록 더 망가져가고 있었던 것.
하지만 방송 이후 정신과 치료까지 받게 된 한 씨는 자신의 지난날을 후회하며 점점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몇 번의 수술이 거듭되던 그때 불과 며칠 전 한 씨의 손을 잡아주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말았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절망한 한 씨. 그러나 그는 "엄마 나 다시 살게. 나에게 힘을 줘"라며 다시 일어서기 위한 결심을 하고 고통스러운 수술을 참기로 용기를 냈다.
꾹꾹 참고 견뎌 2년 9개월 동안 15차례의 수술을 거친 혜경 씨. 그의 얼굴에서 빼낸 이물질의 총무게는 총 4kg에 달했다. 신생아 체중 정도의 이물질을 빼내고 새 삶을 찾은 혜경 씨.
그는 일상을 되찾고 다시 노래를 하고 싶었던 꿈도 다시 꾸게 되었다. 그리고 10여 년 만에 무대에 올라 그토록 부르고 싶었던 노래를 불렀다.
2010년 마지막 만났던 혜경 씨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일도 하며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냈다. 하지만 지난 2018년, 5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꿈을 향한 간절한 마음에 잘못된 선택을 했던 사람. 이에 세상은 그녀를 다른 이름으로 불렀지만 잘못을 바로잡을 용기를 내 꿈을 향해 나아간 혜경 씨.
그에 대해 가족들은 "진짜 착한 사람이다. 많이 아팠다는 걸 알아줬으면... 나쁘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또한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의 MC였던 박소현은 "선풍기 아줌마보다는 가수의 꿈을 꾸었던 한혜경 씨로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SBS연예뉴스 김효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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