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중국 '희토류 보복'에 허 찔린 일본 "매우 유감"…일단은 '신중 모드'

중국 '희토류 보복'에 허 찔린 일본 "매우 유감"…일단은 '신중 모드'
▲ 중국 시진핑 주석, 일본 다카이치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타이완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 이후 일본을 압박해 온 중국이 군사 목적 '이중용도 물자' 수출 금지 카드를 꺼내자 일본은 당혹감 속에서 신중하게 사태 파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중용도 물자는 민간용, 군용으로 모두 활용할 수 있는 물자를 뜻합니다.

중국 상무부는 구체적 수출 금지 품목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일본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희토류와 반도체 일부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언론은 중국이 '직접적 경제 제재'를 시행했다고 분석하면서 일본 경제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가 작년 11월 타이완 관련 발언을 한 이후 일본 여행·유학 자제령,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재개 등의 경제 보복 조치를 단행했으나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어제 다카이치 총리의 '타이완 관련 잘못된 발언'을 이유로 들며 전격적으로 발표한 수출 규제는 일본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 단계 끌어올린 조치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아사히신문에 "왜 이 시기에 규제를 강화했는지 모르겠다"며 중국 측 조치에 허를 찔렸다는 인식을 나타냈습니다.

일본은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5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대화에 열려 있다는 기존 태도를 강조한 상황에서 지난달에는 특별한 경제 보복 조치를 하지 않았던 중국이 연초에 갑자기 희토류 수출 규제를 선언하자 상당히 당황한 것으로 보입니다.

외무성에 따르면 가나이 마사아키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전날 스융 주일 중국대사관 차석공사에게 일본만을 상대로 한 이번 조치는 국제적 관행과 크게 달라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매우 유감스럽다는 뜻을 표명했습니다.

아울러 가나이 국장은 중국 조치에 강하게 항의하고 철회를 촉구했습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오늘(7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재차 "매우 유감"이라고 말하고 외무성이 전날 중국 측에 항의 의사를 전하고 철회를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번 조치 대상 등을 포함한 내용에 분명하지 않은 점이 많아 우리나라(일본)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겠다"며 "내용을 자세히 조사하고 분석한 이후 필요한 대응을 검토해 가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기하라 장관은 이번 수출 규제에 희토류가 포함되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도 "아직은 불분명한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이와 관련해 아사히신문은 "희토류를 비롯한 중요 광물, 화학물질, 공업제품, 재료 등 폭넓은 분야의 수입에 영향이 나올 수 있다"고 해설했습니다.

마이니치신문은 "구체적 품목과 규제 정도는 명확하지 않지만, 수출 금지 대상이 확대되면 민생 품목도 포함해 일본 기업의 경제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중국 장시성의 희토류 광산 (사진=AP, 연합뉴스)

중국은 본래 이중용도 물자의 군사 목적 수출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에는 일본을 대상국으로 콕 집었고 자의적 해석 여지가 있는 '군사력 제고에 도움이 되는'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압박 의도를 명확히 드러낸 것으로 보입니다.

교도통신은 "중국 정부는 (다카이치 총리) 발언 철회를 거듭해서 요구하고 있어서 경제적 위압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습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는 일본이 중일 관계 악화 이후 가장 경계했던 경제 보복 조치로 꼽힙니다.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일본의 희토류 중국 의존도는 2009년 85%에서 2020년 58%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편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특히 중국의 이중용도 물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디스프로슘 등 중희토류에 주목해 "전기차부터 무기까지 폭넓은 하이테크 제품에 필요하다"고 짚었습니다.

이 신문은 중국이 작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관세 정책에 대응해 희토류 자석 등의 수출을 통제한 이후 미국 포드자동차가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미국 정부가 결국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를 완화했다고 전했습니다.

닛케이는 미국의 양보를 끌어낸 경험이 있는 중국이 일본에 대해서도 외교 카드 중 하나로 '희토류 수출 규제 강화'를 단행했을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신문은 "(희토류) 수출이 더욱 지체되면 일본 제조업에 끼치는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중국은 2010년 일본과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문제로 분쟁을 겪었을 당시에도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사실상 중단한 바 있습니다.

닛케이는 "2010년에는 (중국의) 수출 관리 법제도 갖춰지지 않았으나, 절차 지연 등을 이유로 일본에 압력을 가했다"고 전했습니다.

일본은 당분간 사태를 주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사태 해결을 위해 '맞불' 조치로 대항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 경우 일본이 2019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사실상 보복 조치로 취했던 포토레지스트(감광제) 등 일부 반도체 소재의 수출 규제에 나설 수도 있습니다.

외무성은 가나이 국장이 마이클 디솜브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동아태) 담당 차관보와 전화 통화를 통해 지역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미국과 일본이 긴밀하게 협력해 나간다는 방침을 다시 확인했다고 전했습니다.

양측은 중국의 수출 금지 규제에 관해서도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