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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비 미지급' 초유의 사태에 "통상적"이라는 재경부·여당 [취재파일]

'국방비 미지급' 초유의 사태에 "통상적"이라는 재경부·여당 [취재파일]
연말 기준 1조 8천억 원 국방비가 지급되지 않은 사태가 터졌습니다. 며칠째 국방비 미지급의 이유에 대해 명쾌한 답을 않던 재정경제부가 어제(6일)야 돈 없어서 적시에 국방비 못 내준 사실을 인정하고 서면 입장을 내놨습니다. "금주 중 최대한 신속하게 (국방비 지출을) 집행하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재경부 입장에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이러한(연말 자금 집행이 증가한) 경우 자금 배정 절차상 연말 일부 집행 자금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족을 단 것입니다. 재경부는 국방비 미지급이 통상적인 일로 읽히도록 입장 자료를 써놨습니다. 민주당도 통상적인 행정 절차라고 거들었습니다. 절대로 통상적이지 않습니다. 전대미문이라고 불러도 무방한 사건입니다.

연말 자금 집행이 많거나, 세수가 모자라서 나라 살림이 빠듯한 해에도 국방비는 따박따박 나왔습니다. 2조 원 가까운 국방비가 막힌 것은 유례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국방부 공무원들, 군인들 모두 국방비가 조달되지 않은 상황에 어리둥절하고 있습니다. 여당과 재경부는 솔직하지 못합니다.

지난 3일 국방비 미지급 초유의 사태를 첫 보도한 SBS 뉴스

▶ [단독] 국방비 1.8조 초유의 미지급…일선 부대 '비상'
 

국방비 미지급이 통상적이라니…

2023년과 2024년은 세수가 부족해서 모든 정부 부처들이 허리띠를 졸라맸습니다. 재경부 입장 자료에도 "23~24년은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고 적혔습니다. 국방부 공무원들과 군인들에 따르면 팍팍했던 2023년과 2024년에도 국방비는 제때에 계획대로 나왔다고 합니다. 반면 2025년 세수는 제법 넉넉했지만 연말 국방비는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그제 브리핑에서 "국방비가 다음 해로 이월된 과거 사례가 있나"라는 기자 질문에 "관련 정보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국방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IMF 때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20년 넘은 공무원 생활 중에 국방비가 안 나온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습니다. 국방부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국방비를 주지 않을 경우 정치적인 부담이 너무 커서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국방비는 챙겨준다"고 말했습니다.

재경부는 어떻게든 책임을 면하고 싶겠지만 국방비 미지급은 초유의 사태입니다. 군인들은 괜히 전전긍긍입니다. 계엄으로 밉보인 것에 더해 국방비 미지급 사태로 권력에 부담을 주는 것 같아서입니다. 육군의 한 고참 장교는 "마음 같아서는 돈 달라고 상부에 큰소리치고 싶지만 지금은 그저 입 다물고 기다리고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정부 잘못 인정하는 여당은 없을까…

국방비 미지급 사태에 대한 SBS의 취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은 지난 2일입니다. 재경부와 국방부는 미지급의 원인에 대해 한동안 함구했습니다. 취재의 돌파구는 민주당에서 찾았습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가 "돈이 없어서 벌어진 일이다", "그래서 국방부, 재경부 모두 말을 못 하는 것"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것입니다.

그럼에도 문대림 민주당 대변인은 어제 야당 공세에 서면 브리핑을 통해 "예산 이월은 법적으로 허용된 제도이며 전 부처를 통틀어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행정적 절차"라고 반박했습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국방비 미지급 또는 국방비 이월은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행정 절차가 아닙니다. 국방부 외 다른 부처의 예산 이월 사례가 있었을지는 몰라도 국방비가 모자라서 다음 해로 이전한 사례는 찾기 어렵습니다.

지난 5일 SBS의 국방비 미지급에 따른 병사 적금 지각 지급 보도

▶ [단독] 국방비 미지급 '초유의 사태'…심지어 병사 적금까지 지각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습니다. 여당이라고 해서 무조건 정부 실책을 감싸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여당이 자꾸 편들어주면 정부 버릇만 나빠집니다. 잘못은 잘못이라고 여당이 냉정하게 꼬집어야 정부는 긴장해서 잘 돌아갑니다. 그랬을 때 이재명 정부의 성공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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