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재해 전 감사원장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등에 대한 감사 과정에서 '주심위원 패싱' 등 위법 행위를 한 의혹을 받는 최재해 전 감사원장에 대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공소 제기(기소)를 요청했습니다.
공수처 수사1부(나창수 부장검사)는 오늘(6일) 최 전 감사원장과 유병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현 감사원 감사위원)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혐의로 검찰에 기소를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전직 감사원 공직감찰본부장, 기획조정실장, 특별조사국장, 특별조사국 제5과장 등도 같은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공수처에 따르면 최 전 원장 등은 2023년 6월 권익위 관련 감사보고서에 주심 감사위원의 열람·결재가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감사보고서를 확정·시행해 감사위원의 권한을 침해한 혐의를 받습니다.
감사원 규정상 감사보고서는 감사위원들을 대표하는 주심위원의 열람·결재를 받아야만 시행됩니다.
하지만, 최 전 원장 등은 감사원 전산시스템을 조작해 주심위원의 열람 결재 버튼을 없앤 뒤 사무처 독단으로 감사보고서를 시행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당시 주심 감사위원은 검찰 출신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로, 감사 내용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 특검은 당시 보고서 처리 과정과 관련해 감사원 내부에서 유 전 사무총장 등과 충돌했고, 국회에 출석해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공수처는 이 사건의 피해자인 조 특검을 2023년 한 차례 불러 면담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최 전 원장의 탄핵 소추를 기각하면서 이 같은 행위의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주심위원의 시행 지연을 막기 위해 부득이한 조치였다는 최 전 원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직권남용죄로 판단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공수처는 전산시스템 결재 내역에 대한 정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 사건 감사보고서 처리 과정에 지연은 없었고, 전산 조작 역시 주심위원에게 결재가 상신된 이후 1시간여 만에 이뤄진 것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또, 수사 과정에서 감사보고서 본문 내용에 대한 감사위원들의 심의·확정 절차가 완료되지 않았는데도, 사무처가 독단으로 문안을 확정해 시행한 사실도 파악해 범죄 사실에 추가했습니다.
공수처는 '열람 결재 버튼 삭제'와 관련한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혐의도 적용했습니다.
주심 감사위원의 결재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없애 열람·결재 버튼을 삭제하고, 감사보고서 자체를 클릭할 수 없게 만들면서, 관련 데이터베이스의 효용을 해쳤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공수처는 임윤주 전 권익위 기조실장에 대해서도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를 요구했습니다.
임 전 실장은 2022년 8월쯤 감사원에 권익위에 대한 감사 사항을 제보했는데도, 이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출석해 감사원에 제보한 사실이 없다고 허위 증언한 혐의를 받습니다.
감사원은 윤석열 정권 출범 초기인 지난 2022년 9월 권익위를 특별감사했습니다.
전현희 당시 위원장의 상습 지각 등 근태 의혹을 비롯한 10여 개 항목이 감사 대상이었습니다.
전 전 위원장은 자신을 사직시키기 위한 '표적 감사'라고 비판하면서 같은 해 12월 최 전 원장 등을 공수처에 고발했습니다.
공수처의 오늘 수사 결과 발표는 2022년 12월 고발장 접수 후 3년여 만에 이뤄졌습니다.
수사 기간 피의자, 참고인 조사를 90여 회 진행했고, 4차례에 걸쳐 감사원과 권익위 등 20여 곳에 대한 압수수색도 벌였다고 공수처는 밝혔습니다.
다만, 수사의 시작점인 '표적감사 의혹'은 무혐의로 판단했습니다.
공수처 관계자는 "고발인이 주장한 절차적 위반이나 감사 대상의 위법성 부분을 따져봤지만, 직권남용에 이를만한 법 위반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공수처는 "이번 사건은 감사의 공정성과 적법성을 훼손하고 감사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킨 중대한 공직 범죄 사건"이라며 "사건 관계인들의 진술과 감사원 전산시스템 결재 내역, 데이터 변경 내역, 감사원 운영쇄신 TF 조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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