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프 핵심요약
ㅇ 오라클은 대규모 '빚투'를 통해 AI 인프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이는 미래 성장 가능성(RPO 675조 원)과 마이너스 잉여현금흐름(-98억 달러)이라는 상반된 시나리오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습니다.
ㅇ 오라클의 창립자 래리 엘리슨은 IBM이 외면한 관계형 데이터베이스의 잠재력을 파악해 세계 최초의 상용 관계형 데이터베이스 '오라클'을 개발했고, 클라우드 시대에는 경쟁사와 협력하며 AI 시대의 핵심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ㅇ 오라클의 AI 인프라 투자는 주로 오픈AI와의 대규모 계약에 집중되어 있어, 오픈AI의 사업 지연이나 경쟁 심화는 오라클의 미래에 큰 불확실성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데이터를 만지고 다루는 안혜민 기자입니다. 최근 미국 테크 소식들을 살펴보면 자주 언급되는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오라클인데요. 오라클의 상황이 좋으면 좋은 대로 또 나쁘면 나쁜 대로 AI 기술주 가격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AI 버블' 논쟁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오라클, 도대체 어떤 회사이길래 이렇게 난리인 걸까요? 오늘 오그랲에서는 5가지 그래프로 오라클의 비즈니스와 창립자 래리 엘리슨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AI 버블의 핵으로 떠오른 오라클
올해 초로 시곗바늘을 돌려보겠습니다. 연초의 오라클과 관련된 소식은 거의 절대다수가 긍정적인 얘기뿐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렸던 1월 21일. 이날 AI 관련 대형 프로젝트가 발표되었죠. 2029년까지 최대 5,000억 달러를 투입하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였습니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백악관에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핵심 기업 대표 3인이 참여했습니다. 오픈AI의 샘 올트만,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그리고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이었죠.
프로젝트에 들어갈 자금 규모도 엄청났고 정부의 지원도 약속받은 만큼 오라클은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으며 2025년을 시작했습니다. AI 붐에 힘입어 오라클의 클라우드 수요 계약은 급증했고, 주가도 상승가도를 달렸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불을 지핀 건 지난 9월 9일에 발표한 실적이었습니다. 이 날 실적발표에서 눈길이 갔던 건 오라클의 RPO였습니다.
계약은 체결되었지만 아직 이행되지 않은 잔여 이행 의무를 RPO라고 합니다. 향후에 RPO는 모두 매출로 전환될 거기 때문에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수치로 해석할 수 있죠. 그런데 이 날 실적발표에서 오라클의 잔여 이행 의무가 무려 4,550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675조 원이 넘는다고 발표한 겁니다. 이 금액은 작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수치였어요.
당연히 시장은 반응했고 오라클 주가는 급등했습니다.
실적 발표 직후 오라클 주가는 전날과 비교해서 무려 35.9% 급등했습니다. 전날 241.5달러에서 하루 만에 328.3달러로 뛰어버린 거죠. 이날의 주가 급등으로 오라클의 창립자 래리 엘리슨은 일론 머스크를 꺾고 세계 1위 부자에 등극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장이 마감되면서 상승세가 잦아들어 머스크가 바로 1위 자리를 되찾긴 했지만요.
이렇게 잘 나가던 오라클의 분위기는 현재는 완전히 반전되었습니다. 하반기부터 AI 기술주 상승이 '버블'이 아니냐는 우려와 회의감이 시장을 휩쓸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오라클이 빚내서 투자하는 '빚투' 기업의 대표 격이었기에 그 우려심은 극에 달했죠. 오라클이 공격적으로 만들고 있는 데이터센터들, 이게 다 빚내서 만들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지난 오그랲 AI 버블 편에서 말씀드렸듯이 AI 기술주의 대표주자인 M7 기업들은 여유 있는 현금을 가지고 AI 인프라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물론 최근엔 M7들도 빚을 내고 있는데, 이들 기업들은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오라클은 그렇지 않거든요.
회사가 갖고 있는 돈 중에 사업에 필요한 돈을 제외한 진짜 남은 돈, 이른바 '잉여현금흐름'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오라클의 '잉여현금흐름'은 이미 지난해부터 마이너스로 전환되었습니다.
블룸버그의 자료에 따르면 오라클의 자본 지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2026년 회계연도의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 98억 달러로 예측되고 있어요. 1990년 이후 34년 만인 작년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찍었는데 올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거죠.
최근엔 오라클이 추진 중인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투자 유치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습니다. 블루아울 캐피털이 오라클이 미시간에 짓고 있는 데이터센터에 투자하기로 한 100억 달러를 철회하겠다고 밝힌 건데요, 오라클은 블루아울 캐피털 대신 다른 파트너가 자금 조달을 맡게 되었다고 해명했지만, 주가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오라클의 미래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오라클의 이런 공격적인 투자 방식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실리콘밸리의 악동으로 불리는 오라클의 창립자, 래리 엘리슨은 늘 위기를 기회로 바꿔왔죠. 지금부터는 래리 엘리슨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그 역사를 통해 오라클의 미래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CIA의 '신탁'받아 시작한 오라클... DB의 강자가 되다
래리 엘리슨은 태생이 엔지니어 출신으로 여러 IT 직장을 떠돌며 커리어를 쌓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암펙스라는 회사에서 밥 마이너와 에드 오츠라는 동료를 만나게 되죠. 이들은 1977년에 퇴사해 자본금 2,000달러로 회사를 하나 차립니다.
이 회사의 이름은 SDL, 우리말로 번역해 보면 소프트웨어 개발 연구소 정도가 될 겁니다. SDL에서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CIA의 방대한 첩보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시스템을 만드는 거였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코드명이 바로 신의 계시, 오라클이었죠. CIA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세 사람이 주목한 논문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IBM의 연구원 코드 박사가 쓴 'A Relational Model of Data for Large Shared Data Banks'라는 논문인데요.
코드 박사는 논문을 통해 데이터를 행과 열로 이뤄진 표로 정리하고, 표 사이의 관계를 설정해서 데이터를 관리하는 방법을 제안했어요. 표가 여러 개 있다고 하더라도 공통된 데이터를 통해 서로 연결하는 식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거였죠.
당시엔 데이터를 찾기 위해선 데이터가 저장된 물리적 위치를 알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코드 박사의 논문대로라면 주소를 알지 않고도 데이터를 빠르게 찾을 수 있었죠. 이러한 강력한 이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IBM에서는 이 논문을 상업적으로 활용할 생각은 하지 못했고 방치해 뒀어요. 물론 IBM에서도 이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데이터베이스 언어인 SQL을 만들 정도로 관심은 있었지만, 이걸 실제 컴퓨터에서 돌리기에는 너무 느릴 것이라고 판단했던 거죠.
하지만 래리 엘리슨은 이 '관계형 데이터베이스'가 앞으로 다가올 데이터 비즈니스의 핵심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CIA 오라클 프로젝트에 이 시스템을 적용했죠.
'관계형 시스템'에 과몰입한 이들은 1979년에 아예 사명을 RSI, 관계형 소프트웨어 주식회사로 바꿔버렸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정부 기관만을 상대로 하지 않고 CIA를 위해 만든 시스템을 일반 기업용으로 판매했어요. 세계 최초의 상용 관계형 데이터베이스 오라클 버전2가 그렇게 세상에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곤 1983년엔 아예 회사 이름을 오라클로 바꿔버렸죠.
1980년대 오라클은 데이터베이스 시장을 선도하며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전 세계 주요 시중은행의 계좌 정보, 항공사의 예약 시스템, 대기업의 인사 및 재고 관리 등 주요 DB는 오라클의 것이었죠. 절대로 사라지거나 틀려서는 안 되는 방대한 데이터를 관리하기 위해선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를 쓰는 게 업계의 룰이 되었습니다. 기업들은 자체 데이터센터나 전산실에 서버, 스토리지 같은 인프라를 구축해 두고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했습니다.
머스크가 인정한 천재 '래리 엘리슨'이 꿈꾸는 오라클의 미래는?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게임의 룰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초기 인프라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쓸 수 있는 클라우드 시스템이 떠오르기 시작한 거죠.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은 자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두고 기업 고객들을 유치하기 시작했어요. 내가 쓴 만큼만 비용을 내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으니 클라우드 업무 환경의 이점이 커지면서 대세는 점점 클라우드로 기울기 시작하죠. 오라클은 다른 기업들과 비교해서 뒤늦게 클라우드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라클은 차별화된 클라우드 상품을 만들며 실적을 올리고 있습니다.
2020년대 초반에는 오라클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하는 고객들로부터 받는 라이선스 비용이 클라우드 매출보다 더 많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클라우드 매출이 점진적으로 증가했고, 가장 최근에는 클라우드가 전체 매출의 49.6%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어요.
그렇다고 해서 전체 클라우드 시장에서 오라클이 의미 있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건 아닙니다.
1위는 전체의 29%를 차지하고 있는 AWS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애저가 20%로 2위이고, 구글 클라우드가 3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3대장이 전체 시장의 62%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입니다. 3대장을 제외한 기업들의 점유율은 미미합니다. 오라클도 3%에 불과하고요.
하지만 여기서 래리 엘리슨은 경쟁사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대신 협력하는 유연성을 발휘합니다. 2019년엔 마이크로소프트와, 2023년엔 구글과, 2024년엔 AWS와 파트너십을 맺은 거죠. 잘 나가는 클라우드 기업들의 데이터센터에 오라클의 하드웨어를 직접 설치해서, 많은 고객들이 경쟁사 클라우드를 쓰더라도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도록 하는 거죠. 기존보다 훨씬 빠른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서 클라우드 3대장도, 오라클도 윈윈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이러한 전략을 선택할 수 있던 배경에는 IT 기술을 깊이 이해하는 래리 엘리슨이 있습니다. 단순히 숫자로만 평가하는 리더가 아니라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설계에 직접 참여한 진또배기 엔지니어가 기업을 이끈다는 점에서 일론 머스크는 래리 엘리슨을 '천재'라고 평가하고 있어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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