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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3천억 톤…초대형 '탄소 저장고' 열리나 [이과적사고]

알래스카 페어뱅크스에서 북서쪽으로 16km.

북위 64도, 드넓은 침엽수림 속 호수 하나가 눈에 띕니다.

알래스카의 얼어 있던 땅이 녹아 생긴 열 카르스트 호수입니다.

극지연구소 연구진이 작은 보트를 타고 호수로 나갑니다.

한 켠에서 보글보글 기포가 올라오는데,

[메탄이 계속 쭉 올라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공기 방울들이 빠글빠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 효과가 20배 이상 강한 메탄입니다.

[김진현/극지연구소 생명과학연구본부 박사 : 지금 측정 중인데 데이터를 보시면 계속 상승을 하고 있거든요. 그 말은 표면에서 메탄이 대기 중으로 방출이 되고 있다는.]

북극권보다 위에 있는 북위 70도의 데드홀스 지역에서도 얼음이 녹아 생긴 연못과 호수가 군데군데 보입니다.

[김민철/극지연구소 생명과학연구본부 박사 : 과거에는 여기가 땅 밑이 얼음으로 덮여 있었는데 (현재는) 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연구진이 조사한 호수 7곳 모두 수면에서 메탄가스가 관측됐습니다.

대기 속 메탄 농도의 2~3배에 달하는 지역도 있었습니다.

알래스카 지역은 과거 동식물의 잔해 등 유기물이 얼어 지하 퇴적층에 잘 보존돼 있는 곳인데, 미생물들이 이 잔해를 분해하면서 메탄이 발생하는 겁니다.

사시사철 얼어 있어야 하는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서 생긴 결과입니다.

미국과 캐나다 연구팀의 연구 결과 지난 40년간 데드홀스 지역 영구 동토층의 땅속 온도가 3도나 올랐습니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의 마지노선인 1.5도보다 2배 높습니다.

[김민철/극지연구소 생명과학연구본부 박사 : 미생물도 이제 깨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얘기거든요. 지금이라도 이제 그 변화를 좀 감지하고 저희가 연구를 하는 게.]

영구 동토층에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량의 두 배에 달하는 1조 3천억 톤 이상의 탄소가 저장돼 있습니다.

이 초대형 탄소 저장고의 문이 열리면 기후변화가 걷잡을 수 없이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영구 동토층에서 앞으로 100년 동안 나올 탄소의 양은 수만 년 전 빙하기부터 지금까지 이 지역 배출량과 맞먹습니다.

서울대학교와 연세대, 미국 해양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탄소 농도가 더 증가하지 않는 '탄소 중립' 달성이 늦어지면 영구 동토층에서는 메탄가스가 지속적으로 배출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얼음이 녹아 토양에 수분이 많아질 경우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해 메탄을 만드는 속도가 식물의 탄소 흡수 속도를 압도하는 데다 이미 호수로 변한 지역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도 좀처럼 다시 얼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종성/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 표층이 0도 이하로 내려가더라도 땅 밑이 0도 밑으로 내려가지 않거든요. 다시 얼리는 데 굉장히 많은 에너지가 소비됩니다.]

영구 동토층의 변화를 늦추기 위해서는 2050년 탄소 중립 달성보다 더 공격적인 탄소 감축 목표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영상취재 : 김학모·한일상, 영상편집 : 윤태호, 디자인 : 서승현·이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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