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 '얼굴 없는 천사' 놓고 간 성금
연말이면 성금을 몰래 놓고 사라지는 전북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그의 선행은 올해로 26년째입니다.
30일 전주시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43분 노송동주민센터에 한 중년 남성의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전화를 받은 직원은 "중년의 남성 목소리였다"고 말했습니다.
주민센터 공무원은 센터에서 도보로 3분가량 떨어진 현장에서 A4 복사 용지 박스 안에 담긴 현금다발과 돼지저금통, 편지를 발견했습니다.
편지에는 "2026년에는 좋은 일들만 있었으면 합니다.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상자에 담긴 성금은 오만 원권 묶음 9천만 원을 포함해 9천4만 6천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로써 얼굴 없는 천사가 놓고 간 누적 성금은 모두 11억 3천488만 2천520원에 달합니다.
천사의 선행은 올해까지 26년째, 27차례에 걸쳐 이어지게 됐습니다.
전주시는 천사의 뜻에 따라 성금을 노송동 지역의 소년소녀가장과 독거노인 등 어려운 계층을 위해 쓸 예정입니다.
이 천사는 2000년 4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58만 4천 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놓고 간 것을 시작으로 매년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씩을 놓고 가면서도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전혀 드러내지 않아 '얼굴 없는 천사'로 불립니다.
성금은 생활이 어려운 노송동 주민과 학생에게 연탄, 쌀, 장학금으로 전달됐습니다.
2019년에는 노송동주민센터 인근에 놓고 간 6천여만 원을 도난당했다가 되찾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기부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주시는 천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노송동주민센터 일대 도로를 '얼굴 없는 천사도로'로 조성하고 '얼굴 없는 천사비'를 세웠습니다.
주민들도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해 나눔 행사를 펼치고 있습니다.
전주시는 100년 후 전주의 보물이 될 것이라는 취지에서 '미래유산'으로 선정했습니다.
노동식 전주시 얼굴 없는 천사 축제 조직위원장은 "이름도 얼굴도 밝히지 않은 채 26년간 조용히 선행을 이어온 한 분의 또다시 깊은 울림을 줬다"며 "천사의 선행이 사랑을 퍼트리는 홀씨가 돼 전국에 익명의 기부자들이 늘어나게 하는 '천사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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