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 거리 축제
사우디아라비아가 그간 넉넉했던 복지 혜택을 축소하기 시작하면서 온라인 공간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당국은 이 같은 여론을 즉각 차단하려 유명 가수를 포함한 인사까지 줄줄이 체포하는 강경 대응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우디 미디어 규제 당국은 12월에만 9명에게 "폭력적 내용"을 퍼트렸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내리고 이들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차단했습니다.
지난달에는 "여론을 선동하려고 조직적으로 정보를 퍼트렸다"는 이유로 6명을 체포한 데 이어 연일 강경 대응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당시 체포는 최대 80만 달러(11억 4천만 원)에 달하는 벌금형 또는 5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사이버 범죄 처벌법을 동원한 것입니다.
이같이 여론이 들끓는 것은 사우디 당국이 기존 사회 보장 제도를 손보려 하는 게 불씨가 됐습니다.
특히 당국이 최근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대폭 축소하면서 수많은 주민들이 그간 매월 받던 지원금을 상실하게 됐다고 FT는 전했습니다.
사우디 당국이 이처럼 사회 보장 제도에 손을 댄 것은 경제 개혁의 일환으로,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보조금을 줄이고, 정부 지원에 의존하기보다는 민간 부문 일자리를 갖도록 유도하려는 것입니다.
당국은 사회 안전망이 여전히 "최우선 주안점"이라는 입장이지만 반발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는다고 FT는 전했습니다.
특히 10월 현직 장관의 사촌이자 금융 재벌 '금수저'인 야지드 알라지히가 올린 영상이 대중의 분노를 불렀습니다.
그가 전용기에서 촬영한 영상에서 "우리는 통치자에 대한 부정적 얘기를 들어줘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을 놓고 '소시민이 겪는 어려움을 모르는 특권층의 표본'이라는 비난이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그의 계열사를 상대로 불매 운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사우디 당국이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는 것은 실질적 통치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최근 기조와는 어긋나는 것이라고 FT는 꼬집었습니다.
그는 최근 10년 간 사회 자유화, 오락 규제 완화를 내세웠으며, 최근 몇 달 사이에는 정치범 석방을 연출하기도 했는데, 이번 SNS 단속령은 이와는 반대되는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지난달 체포된 인사 중에는 유명 가수인 팔라 알마스레드도 포함됐다고 영국 인권단체 ALQST는 전했습니다.
그는 체포에 앞서 10월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에서 자신의 여동생에게 최근 사회보장 지원금이 끊겼다고 규탄하면서 "이 나라가 (해외 원조에는) 수십억을 퍼준다"고 주장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사우디 한 당국자는 "지원금을 받을 자격이 있는 이들에게 집중되도록 하는 과정"이라고 FT에 말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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