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패 혐의로 기소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사면을 약속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이를 부인했습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을 마친 뒤 취재진으로부터 '네타냐후 총리가 사면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는 전시(戰時) 총리이자 영웅이다. 어떻게 사면을 안 해줄 수 있겠느냐"며 "(헤르조그) 대통령과 통화했는데, 그가 (사면이) 진행 중(on its way)이라고 내게 말했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세금 우대 입법 등을 원하는 사업가들로부터 샴페인, 시가, 보석 등 20만 달러(약 2억 9천만 원) 안팎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습니다.
또 카타르에서 6천500만 달러(약 932억 원)에 달하는 뒷돈을 받은 혐의로도 재판받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대통령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 성명을 내고 대화 사실 자체를 부인했습니다.
이스라엘 대통령실은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사면 요청이 접수된 이후 헤르조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는 어떤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고 일축했습니다.
그러면서 "몇 주 전 헤르조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 측 인사와 통화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 요청) 서한에 대해 문의받은 적은 있다"며 "당시 정해진 절차에 따라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는 원론적인 설명만 전달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헤르조그 대통령이 이스라엘 국민에게 밝힌 입장을 트럼프 대통령 측에 그대로 설명했을 뿐 사면을 약속한 적은 없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날 오후 '사면과 관련해 헤르조그 대통령과 직접 통화했느냐'는 기자들의 추가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하며 한발 물러섰습니다.
다만 그는 "사면받아야 하고 결국 그렇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헤르조그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네타냐후 사면을 부탁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네타냐후 총리를 둘러싼 부패 혐의 재판을 자신이 재선 이전에 겪었던 사법 문제와 비교하며 동질감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정책을 자기 뜻대로 하려면 호흡이 잘 맞는 네타냐후가 권력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군사·외교적으로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이스라엘의 현실을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헤르조그 대통령을 곤혹스러운 처지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습니다.
한편 의원내각제인 이스라엘에서 국가 원수는 대통령이지만 외교·안보 등과 관련한 실권은 총리에게 있습니다.
이스라엘 대통령이 가진 고유한 권한 중 하나가 사면권입니다.
(사진=AP, 연합뉴스)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