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봄 겨우 봉합한 미국 국채 시장과의 갈등이 되살아날 조짐이 보인다고 로이터 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4월 상호관세 부과를 강행하면서 미국 국채 시장에선 전례 없는 '패닉'이 발생했습니다.
대표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 가격이 급락했습니다.
깜짝 놀란 트럼프 행정부는 이후 관세 기조와 정책 메시지를 대폭 완화해 시장 심리 달래기에 나섰지만, 이 '휴전'이 지금 위태위태한 상황이라는 것이 적잖은 시장 참가자들의 평입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균열의 조짐은 올해 11월 5일 나타났습니다.
이날 미국 재무부가 국채 장기물의 추가 발행을 시사하고 동시에 연방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에 대한 위헌 여부 심리를 시작하자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갑자기 6bp(1bp=0.01%포인트) 치솟은 것입니다.
이는 최근 수개월 사이 최대 상승 폭이었습니다.
국채 장기물의 추가 발행 방안은 미국 정부의 막대한 부채를 둘러싼 종전 시장 우려를 더 부풀렸습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대법원의 상호관세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막대한 예산 손실이 촉발될 수 있어 자칫 30조 달러(4경 3천조 원)에 달하는 시중 미 국채를 관리할 정부 여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습니다.
로이터는 대형 은행과 자산운용사 임원 10여 명을 취재한 결과 최근 평온해 보이는 채권 시장 뒤편에서 미 행정부와 투자자들 사이에 치열한 기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계속 그대로인 미국 재정적자와 부채 수준에 대해 투자자의 불만이 이미 너무 크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 국채에 적용되는 '기간 프리미엄'도 최근 몇 주 사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시장 안정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특히 벤치마크인 국채 10년물은 정부 재정적자와 가계·기업의 대출 비용 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최우선 관리 대상입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12일 연설에서 "나는 미국의 1호 국채 영업사원"이라고 자처하면서 10년물 등의 금리를 낮게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와 함께 주요 정책 결정에 관해 비공개로 채권 투자자들의 견해를 들으며 신뢰 쌓기에 열심이지만, 실제 시장에선 정부 측의 이런 노력이 '시간 벌기'에 불과하다는 혹평이 나온다고 로이터는 전했습니다.
미국의 연간 재정적자가 GDP(국내총생산)의 6%에 달해 이를 메우기 위한 자금 조달이 계속되는 한 국채 시장은 언제든 또 '전쟁'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당장 관세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데다 인공지능(AI) 주도 증시의 거품 우려가 계속되고, 트럼프 측이 통화완화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을 악화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겹쳐 투자자들의 원성은 매우 높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걱정거리는 '채권 자경단'입니다.
이들은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용에 반발해 국채를 매도하고 금리를 끌어올리는 투자자들을 뜻합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트럼프 정부가 채권 자경단의 공세를 간신히 막아내는 상태로 봅니다.
미국 정부의 시장 관리 수단도 논란이 됩니다.
올해 7월 말 미 재무부는 유동성이 낮은 장기 국채의 발행 잔액을 줄이고자 '국채 바이백'(국채 조기 상환) 조처의 확대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이 조처가 10년·20년·30년 등 장기물 국채를 주 대상으로 삼으면서 시장에서는 '정부가 장기 금리에 인위적인 상한선을 씌우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런 논의가 한창이던 올해 여름 장기 국채 금리 상승에 베팅하는 '숏 포지션'(매도 포지션)이 눈에 띄게 줄었지만, 최근 몇 주 사이에는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습니다.
록펠러 글로벌 패밀리 오피스의 지미 창 CIO는 이 같은 상황을 "불안한 평형"으로 평하면서 "우리는 정부가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국채 금리를 인위적으로 누르는 '금융 억압'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편 재정적자를 메꿀 자금을 조달하고자 국채 단기물의 유통량을 늘리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하면 정부의 이런 조처가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큽니다.
이렇게 단기 부채를 너무 늘리면 인플레이션으로 시중 금리가 오를 때 부채를 재상환하는 비용이 치솟는다는 것입니다.
스티븐 마이런 현 연준 이사는 작년 전임 바이든 행정부가 재정적자 대책으로 단기 국채에 의존한다고 강력하게 비판한 바 있습니다.
현 트럼프 정부도 같은 정책을 펴는 것에 대해 로이터가 미란 이사에 논평을 요청하자 그는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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