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
몇 년 전 영국 명문 케임브리지대학을 졸업한 맨체스터 출신의 레이 암자드는 지난해 일본 도쿄로 거주지를 옮겼습니다.
대학을 졸업할 때만 해도 영국에 머물 생각이었지만 20개국을 여행하며 틈틈이 웹 디자인 분야에서 원격 근무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향후 일본 영주권을 신청할 생각이라는 암자드는 29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인터뷰에서 "여기선 훨씬 안전하다고 느낀다. 휴대전화 도난 걱정 없이 걸어 다닐 수 있고 카페에 노트북을 잠시 두고 나와도 그대로 있다"며 도쿄 생활에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지금 세 들어 사는 아파트 정도면 런던에서는 세 배는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암자드의 대학 친구들도 호주나 한국, 홍콩으로 이주해 살고 있습니다.
주로 영국의 높은 생활비 부담과 취업 기회 부족 때문입니다.
암자드는 "영국은 유능한 젊은이를 너무 많이 잃고 있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올해 30세인 아이소벨 펄도 5년 전 자신의 피부관리 브랜드를 시작했으나 새해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옮겨 사업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그는 "일 년 내내 햇볕이 내리쬐는 게 내겐 이주의 큰 이유다. 생활비는 비싸지만 두바이에선 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며 이주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는 콘텐츠 제작자를 위한 1만 개의 골든 비자 중 하나를 획득했고 덕분에 10년간 두바이에 거주할 수 있게 됐습니다.
펄은 두바이로 가는 이들 대부분이 큰 야망과 꿈을 품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그 에너지 속에 있는 게 정말 중요하다. 두바이에는 번창하는 사업 커뮤니티가 있고 매우 영감을 주는 곳"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지난 1년간 35세 미만 인구 19만 5천 명이 해외로 이주했습니다.
영국 자산관리사 에벌린 파트너스의 데이비드 리틀 재무설계 담당자는 높은 실업률과 증가하는 세금 부담, 줄어든 채용 기회 등 점점 부정적으로 바뀌는 영국의 경제 상황 탓에 젊은이들이 해외를 선택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두바이는 급여에 세금이 없고 범죄율이 낮은 데다 일자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 수천 명의 영국 근로자를 끌어모으며 글로벌 커리어 허브로 변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과거엔 부모가 자녀의 첫 주택 계약금을 지원했지만 이제는 자녀들의 이민 비용과 해외 정착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20대 중반인 솔 하이드도 지난해 10월 회사 생활로 자신이 불행해진다는 걸 깨닫고 사표를 냈습니다.
그는 "무엇을 해야 할지 전혀 몰랐지만 그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했다"고 떠올렸습니다.
올해 1월 하이드는 소셜미디어에서 기업 성장을 돕는 마케팅 컨설팅 회사를 차렸고 조금씩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올해 대부분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보낸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에 정착할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는 영국엔 성공한 사람을 시기하는 '키 큰 양귀비 증후군' 같은 부정적인 문화가 퍼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증후군은 정원사가 키 큰 양귀비를 먼저 쳐내듯, 집단 내에서 뛰어난 재능이나 능력을 보이면 타인의 공격이나 분노의 대상이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그는 "영국을 사랑하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더 나은 상황이 되면 돌아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면서도 "지금 당장은 떠난 것을 정말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영국 노동연금부 대변인은 젊은 인재의 해외 유출에 맞서 정부가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여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대변인은 아울러 "대졸자의 고용률은 87%로, 학위가 없는 사람보다 여전히 취업 가능성이 더 높다"고 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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