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1889년 6월 생레미)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유명한 작품 '별이 빛나는 밤'(1889)에 '난류'(turbulence)라는 물리학 현상이 드러나 있다는 논문에 이어 반박 논문이 나오는 등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습니다.
'난류'는 물리학과 기계공학의 유체역학 부문에 나오는 개념으로, 압력과 속도 등이 불규칙하게 변화하면서 움직이는 기체, 액체 등 유체의 흐름을 가리킵니다.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붙은 것은 학술지 '유체의 물리학'에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숨겨진 난류」라는 제목의 논문이 게재된 2024년 9월이었습니다.
이 논문에서 중국 샤먼대 소속 마인샹 등 연구자들은 '별이 빛나는 밤'에 나타난 반 고흐의 필치를 분석해 본 결과 난류 현상이 파악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고흐의 필치에 나타나는 패턴이 소련의 위대한 수학자 안드레이 콜모고로프(1903-1987)가 밝혀낸 난류 관련 스펙트럼 법칙에 부합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연구결과는 비전문가 대상 언론매체들의 대대적 보도로 발표 당시 엄청난 화제를 끌었습니다.
WP는 많은 언론사들이 당시 이 논문에 대해 보도했다며, 복잡한 대기 현상을 다루는 연구와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가 드물게 교차한 사례였다고 보도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유체역학 전문가인 미국 워싱턴대 기계공학부의 제임스 라일리 명예교수는 그의 딸이 이 논문에 관한 언론 보도를 문자메시지로 보내줘 알게 됐다며 "논문을 내려받아 읽어봤더니 말도 안 되는 얘기라는 걸 알게 됐다. 그냥 아예 말도 안 된다"고 평가했습니다.
라일리 교수의 대학원 지도교수는 콜모고로프의 난류 스펙트럼 법칙을 확장한 연구도 했던 유체역학의 대가 스탠리 코신(1920-1986) 존스홉킨스대 교수였습니다.
라일리 교수와 버지니아 카먼웰스대 소속 모하메드 가드-엘-하크는 2025년 3월에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난류가 숨겨져 있는가?」라는 제목의 반박 논문을 학술지 '난류학회지'에 게재했습니다.
두 사람은 마인샹 등의 논문에 대해 "전혀 근거가 없는 결론"이라며 "정상적인 경우라면 저자들의 주장은 난류 연구자들에 의해 당장 기각될 것"이라며 매우 가혹한 어조로 비판했습니다.
라일리는 샤먼대 연구팀의 잘못된 연구 결과가 유명세를 너무나 많이 탔기 때문에 기록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반드시 해야만 한다고 말했습니다.
라일리와 가드-엘-하크의 반박 논문 3편 외에도 샤먼대 연구팀의 결론을 반박하는 논문이 다른 연구팀에서 나왔습니다.
난류과 무관한 것이 명백한 에드가 드가(1834-1917)의 '꽃병 옆에 앉아 있는 여인'(1865)에 대해서도 샤먼대 연구팀과 같은 방법을 적용해 분석했더니 똑같은 수학적 패턴이 나온다는 지적이 미국기상학회 회보에 올해 8월 실렸습니다.
논문 제목은 「만약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 완벽한 난류를 묘사한다면, 드가의 '꽃병 옆에 앉아 있는 여인'도 마찬가지라고 해야 한다」였습니다.
그 후 원래 논문이 실렸던 학술지 '유체의 물리학'에도 반박 논평 논문이 실렸습니다.
샤먼대 연구자들의 논문에 공저자로 참여한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소속 연구자 프랑수아 슈미트는 라일리 교수 등의 반박에 대해 "30년간 수많은 논문을 발표해봤지만 동료들로부터 이처럼 적대적인 반응을 받은 적은 없다"며 "이들(라일리 교수 등)이 우리를 이렇게 가혹한 어조로 비판한 건 이번이 벌써 세 번째"라고 말했습니다.
(사진=뉴욕 현대미술관(MoMA) 홈페이지 수록 소장 작품 사진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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