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정책이 복잡하다는 것이다. 컵값을 추가로 내는 건지, 보증금제가 없어지는 건지, 빨대는 어떻게 되는 건지. 헷갈린다는 반응이 많다. 정부 발표와 토론회 현장 질의응답을 토대로 궁금한 점을 정리했다.
Q1. '컵 따로 계산제'가 뭔가? 결국 컵값을 추가로 내는 건가?
김고응 기후에너지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은 브리핑에서 "제도의 핵심은 POS(카운터 시스템) 설정으로 컵 가격을 영수증에 분리 표기하는 것"이라며 "명칭 때문에 '추가 부담'으로 오해가 생겼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장 반응은 다르다.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이 점주 160여 명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77%)이 "제도 시행 시 판매 가격을 올리겠다"고 답했다. 고장수 이사장은 "원두 가격과 인건비가 계속 오르는데 컵값만큼 음료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인상으로 체감될 가능성이 높다.
Q2. 컵 가격은 정부가 정해주나? 얼마로 받아야 하나?
정부가 표준가격을 고시하지는 않는다. 점주들이 컵을 사오는 가격이 매장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개인 카페는 인터넷으로 구매하고, 프랜차이즈는 본사에서 일괄 납품받는다. 가격 편차가 50원에서 100원대까지 크다.
김고응 국장은 "컵 가격에는 뚜껑, 슬리브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며 "그렇게 하면 100원에서 200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컵 가격에 무엇을 포함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점주들의 거래내역서(구매 증빙)를 통해 사후 점검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Q3. 보증금제는 폐지되는 건가?
완전 폐지는 아니지만, 전국 의무 확대는 포기했다. 세종과 제주에서 시범 운영 중인 보증금제를 "지역별 여건에 따라 자율 시행"하도록 바꾼다는 것이다. 지자체장이 하고 싶으면 하고, 말면 마는 구조다.
정부가 보증금제를 사실상 접은 이유는 '실효성 부족'이다. 김고응 국장에 따르면 보증금제 참여 매장은 33%에 불과하고, 컵 반환율도 52~54%에 그친다. 소비자 2명 중 1명만 컵을 반납한다는 뜻이다.
비용 문제도 컸다. 컵에 라벨을 붙여야 하는데 라벨 가격이 개당 7원이다. 점주들이 일일이 붙여야 하고, 무인회수기 설치와 반납 컵 보관 문제도 있다. 김 국장은 "페트컵 무인회수기는 경제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아이러니한 점이 있다. 정부가 "실효성 없다"고 판단한 시점에, 제주에서는 반환율이 회복되고 있었다. 제주 반환율은 2023년 10월 73.9%까지 올랐다가, 정부의 '자율 시행' 검토 소식에 참여 매장이 이탈하면서 2024년 6월 44.3%로 급락했다. 그런데 지난해 스타벅스가 참여하면서 올해 60% 수준으로 다시 올라왔다. 대형 프랜차이즈 참여만으로도 제도가 살아날 수 있다는 방증이다.
Q4. '컵 따로 계산제'와 보증금제, 뭐가 다른가?
핵심 차이는 돈이 돌아오느냐다.
보증금제는 300원을 내고 컵을 반납하면 300원을 돌려받는다. 순환 구조다. 소비자는 손해 보지 않고, 컵은 회수된다.
반면 '컵 따로 계산제'는 200원을 내면 끝이다. 반납해도 환불이 없다. 컵을 '사는' 것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토론회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소비자가 돈을 주고 컵이라는 '쓰레기'를 소유하게 되면, 이를 회수할 유인이 완전히 사라진다. 보증금제는 친환경적 선택을 해도 추가 부담이 없지만, 따로 계산제는 소비자에게 비용만 전가하고 회수 유인은 사라지는 구조다."
충남대 연구팀에 따르면 한국인은 1인당 연간 113개의 일회용 컵을 쓴다. 컵당 200원이면 연간 2만 원이 넘는 돈을 컵값으로 내게 된다.
Q5. EPR 도입된다는데, 소비자는 뭘 달리 해야 하나?
분리배출 방식은 그대로다. 아파트에서 플라스틱류로 버리면 된다.
EPR(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은 컵 제조업체나 커피 프랜차이즈 본사에 재활용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다. 지금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컵은 EPR 대상이 아니어서 선별장에서 골라내지 않고 소각됐다. 앞으로는 EPR에 편입시켜 재활용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김고응 국장은 "페트컵과 동일한 재질의 페트트레이, 계란 담는 투명 트레이나 딸기 용기가 이미 EPR에 편입돼 재활용이 잘 되고 있다"며 "추가 인프라 없이 기존 체계를 활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려도 있다. 계란판은 마트에서 수거되고, 커피컵은 길거리에서 버려진다. 같은 재질이라고 같은 방식으로 회수될 수 있을까. 또 EPR 분담금이 결국 가맹점주, 그리고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Q6. 빨대 규제는 어떻게 바뀌나?
'종이냐 플라스틱이냐' 논쟁은 끝났다. 앞으로는 재질과 무관하게 모든 빨대를 고객 요청 시에만 제공한다.
카운터에 빨대를 꽂아두거나 디스펜서로 자유롭게 가져가게 하는 방식은 금지된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종이빨대가 특수코팅을 해야 해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분석된 경우가 많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예외는 있다. 버블티, 슬러시처럼 빨대 없이는 음료를 먹을 수 없는 경우다. 김고응 국장은 "공차나 팔공티 같은 전문 매장은 매번 '빨대 주세요' 하는 게 비효율적"이라며 "이런 매장은 고객 요청 없이도 제공할 수 있도록 예외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리하면 이렇다.
- 원칙: 모든 빨대는 요청 시에만 제공
- 예외: 버블티·슬러시 전문 매장은 기준 마련 후 허용 검토
- 금지: 빨대 비치, 디스펜서 설치
Q7. 종이컵은 어떻게 되나? 플라스틱만 규제하면 종이컵만 늘어나는 거 아닌가?
그 '풍선효과' 우려는 토론회에서도 나왔고, 정부도 문제의식을 인정했다.
현재 종이컵은 매장 내 사용이 허용돼 있고, 폐기물 부담금 부과 대상도 아니다. 플라스틱 컵만 규제하면 종이컵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정부 대책은 이렇다. 테이크아웃 종이컵은 '컵 따로 계산제' 적용. 매장 내 종이컵은 면적 기준으로 단계적 규제 확대를 검토한다. 예를 들어 100㎡ 이상 매장부터 시작해 점차 확대하는 방식이다.
다만 식당의 작은 물컵은 우선 제외하고, 커피컵 같은 고용량 컵을 대상으로 한다. 김고응 국장은 "모든 매장을 한 번에 규제하면 소상공인 부담이 크다"며 "관련 업계 의견을 들어 구체화하겠다"고 했다.
Q8.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은 왜 빠졌나?
없어지는 건 아니다. 다만 "제도의 효과와 현실성을 다시 따져보겠다"는 톤이었다.
김고응 국장은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제가 현장에서 제대로 정착이 안 되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과거 실증 실험 결과, 혼합 배출한 투명 페트병으로도 식품 용기 기준을 충분히 충족할 수 있다고 나왔다"고 덧붙였다.
이 말의 의미는 이렇다. 굳이 소비자에게 '투명 페트병만 따로 모으세요'라고 불편을 강요하지 않아도, 선별·재생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분리배출 체계를 선별·재활용 시스템 관점에서 재설계할 여지를 열어뒀다.
Q9. 전문가들은 이 대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긍정적 평가도 있다. 정지현 이담환경기술 대표는 "이번 대책이 빈틈없이 모든 방향에서 접근했다"며 "특히 재생원료 사용 의무화는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비판도 거세다. 홍수열 소장은 "100만 톤 감량 목표는 의미 있지만, 포장재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통으로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플라스틱의 본질이 일회용·포장인데, 정작 포장재 감량 대책은 없다는 것이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굿즈, 의약품·건강보조식품 과대포장 같은 사각지대가 여전하다"며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은 아예 생산 단계에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한경 에코엠파트너스 대표는 EU 사례를 들었다. "유럽은 재활용이 어려운 하위 20~30% 제품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우리도 분담금 조정에 그치지 말고, 시장 진입 자체를 차단하는 수준까지 가야 설계가 실제로 바뀐다."
Q10. 결국 이 정책, 효과가 있을까?
2년 전 종이빨대 사태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환경부가 플라스틱 빨대 금지를 추진하다 현장 반발에 밀려 계도 기간을 무기한 연장했다. 정부 정책을 믿고 종이빨대 생산에 뛰어든 중소기업 17곳 중 11곳이 문을 닫았다.
홍수열 소장은 단계적 접근을 제안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보증금제가 실시되지 않는 곳은 유상판매제로 공백을 메우는 방식으로 촘촘하게 설계해야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내년 초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정책이 또다시 바뀌면 피해는 누구 몫인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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