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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없어도 새벽은 온다" : 한밤의 격무에 대하여 [스프]

[갑갑한 오피스] (글 : 권남표 노무사)

쿠팡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자기 전에 누워서 이런저런 검색을 하다 보면, 쿠팡의 존재가 도드라진다. 배너로 달리는 광고, 사이트에 접근할 때 연결되는 광고, 어딜 가나 늘 쿠팡이 있다. 그리고 주문으로 이어지고 상품의 배송이 시작된다. 전날 밤 주문하면 아침에 문 앞에 박스가 놓여 있다. 핸드폰 화면 속에서 쿠팡은 조용하지만, 그 조용함의 뒤에 있는 쿠팡 물류센터와 캠프, 배송 현장은 밤마다 전쟁통이다.

"새벽배송은 물류노동을 1배속이 아니라 1.X배속으로 만든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했던 노동자의 말이다. 오후 5시 반에 출근해 새벽 2시 반까지 일하는 신선센터 야간조는 오후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단 1분의 휴게시간도 없이 일한다. 마감 시간이 촘촘하게 걸려 있어서다. 밥도 예전에는 밤 10시에 먹었는데, 이제는 마감 때문에 저녁 7시나 8시에 당겨졌다. 쉬는 시간은 없다. 물량이 잠깐 끊길 때 걸터앉아 있으면 "가만히 있지 말라"는 말이 날아온다.

캠프(CLS) 현장은 더 노골적이다. 1년 반 동안 상품봉투의 바코드를 찍고, 소분류 작업을 했던 일용직 노동자는 자신의 논문 제목을 이렇게 붙였다 - '전쟁통 같은 쿠팡에서 노동자로 살아남기'. 캠프 내 방송에서는 "1초에 1개씩 스캔을 찍으라"는 지시가 나온다. "뛰어라", "속도 더 내라"는 지시가 마이크를 통해 반복된다. 관리자는 2층에서 노동자 한 명, 한 명의 움직임을 내려다보며 감시한다. 조금만 속도가 떨어지면 다가온 조장은 속도를 내라고 압박한다. 휴게시간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잠깐 멈춰 서 있어도 관리자에게 혼이 나고, 신입은 쉽게 일을 그만두는데, 모욕적이고 수치스러운 경험을 견디지 못해서다.

이렇게 일하면 몸이 남아나지 않는다. "야간에 정신없이 일할 때는 아픈 줄도 모르는데, 쉬는 날이 오면 몸이 한꺼번에 무너진다"고 쿠팡 노동자는 이야기했다. 손가락 마디가 부어서 병뚜껑도 혼자 따지 못한다. 같이 일하던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야간노동을 1년 넘게 하고 나니 이제는 통증이 몰려온다. 그는 쉬는 게 더 무서울 정도라고 했다.

배송기사도 다르지 않았다. 쿠팡 퀵플렉스 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11시간 넘게 일하고, 하루에 평균 388개의 물품을 배송한다. 분류작업만 하루 2시간 반이 넘고, 프레시백 회수·세척·정리까지 떠안는다. 그 모든 걸 하고도 하루 휴식시간은 평균 22분밖에 되지 않는다. 주 5일만 일해도 주 60시간을 육박하지만, 그런데도 수입은 늘지 않는다. 물량은 늘었는데 수수료는 깎였다. "자유롭게 휴가를 쓰기 어렵다"는 응답이 80%를 넘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쉬면 물량을 잃고, 구역을 잃고, '클렌징(성과 기준 미달을 이유로 물량과 구역을 쿠팡이 회수하는 사실상의 해고)'된다.

사망 사고가 특별한 일이 아니다.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알려진 쿠팡 노동자 사망은 25명이다. 야간근무 후 쓰러진 물류센터 노동자, 배송 중 사망한 기사, 졸음운전으로 사고를 낸 새벽배송 노동자. 2024년에는 야간노동 후 귀가해 숨진 배송노동자가 산재로 인정됐다. 2025년에도 안성, 대구, 제주에서 과로가 의심되는 사망이 이어졌다. 그런데도 현장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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