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국기
러시아 군 장성이 수도 모스크바 한복판에서 차량에 설치된 폭탄이 터지며 숨졌습니다.
최근 1년여 동안 모스크바에서 군 고위급 인사가 폭사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암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로이터 통신과 러시아 매체들은 러시아군 총참모부 작전훈련국장인 파닐 사르바로프 중장이 현지시간 22일 모스크바에서 차량폭탄테러로 사망했다고 전했습니다.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이날 오전 모스크바 남부 주택가의 한 주차장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사르바로프 국장이 흰색 기아 소렌토 차량을 운전해 몇 m 이동하자 차량 하부에 설치된 폭탄이 폭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들은 사르바로프 국장이 중상을 입은 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고 전했습니다.
현장에서 발견된 차량의 문과 뒷유리가 날아가고 폭발로 차체가 심하게 뒤틀린 상태로, 운전석에서는 혈흔이 발견됐고, 폭발 잔해가 주차장 바닥에 널려 있었다고 외신들은 전했습니다.
현장에 있던 한 목격자는 AFP에 "창문이 덜덜 떨릴 정도의 큰 폭발음이 들렸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는 이번 사건의 배후로 우크라이나 정보국을 지목했습니다.
스베틀라나 페트렌코 수사위원회 대변인은 이 살인 사건과 관련해 여러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며, 그중 하나는 우크라이나 정보국이 개입했을 가능성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폭탄을 설치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사르바로프 국장의 사망 소식을 즉시 보고받았다고 말했습니다.
1969년 러시아 페름주에서 태어난 사르바로프 국장은 군사학교를 졸업한 뒤 체첸전과 시리아전에 참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용기훈장과 조국공로훈장, 군사공로훈장 등을 받았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사르바로프 국장이 담당한 부서가 러시아군의 전투태세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수사위원회는 사르바로프 국장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활동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테러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과 우크라이나, 러시아가 마이애미에서 연쇄 회동을 가진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발생했다고 짚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발발 이후 병력과 무기에서 우세한 러시아에 맞서기 위해 예측하기 어려운 방식의 공격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러시아 국방부 화생방전 방어사령관 이고리 키릴로프가 모스크바 대로변에서 전기스쿠터에 설치된 폭탄이 터지며 사망했습니다.
이 사고로 키릴로프 사령관의 부관 두 명도 함께 숨졌습니다.
지난 4월에는 모스크바 인근에서 러시아군 총참모부 주작전국 부국장인 야로슬라프 모스칼리크 중장이 차량 폭발로 사망했습니다.
러시아는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우크라이나를 배후로 지목해 왔고, 우크라이나 역시 일부 사건에 대해 자국 보안당국의 소행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다만 우크라이나는 이번 사르바로프 국장 사망 사건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보안기관의 개선을 촉구했지만, 주요 도시에서 고위 장성을 비롯한 영향력 있는 인물을 노린 공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2년 8월에는 러시아 극우 사상가의 딸 다리야 두기나가 차량 폭발로 숨졌고, 2023년 4월에는 군사 블로거 막심 포민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카페 행사장에서 폭발물로 사망했습니다.
(SBS 디지털뉴스부/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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