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인공지능(AI) 산업에서 미국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려고 추진하는 구상에 삼성전자와 SK그룹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AI 수출을 장려해 AI 분야에서 중국의 거센 추격을 따돌리려고 하는 데 한국의 두 대표 기업이 여기에 동참하게 되면 첨단기술 분야에서 한미 양국 간 공조가 더 공고화될 전망입니다.
미국 연방관보를 보면 최근 삼성전자와 SK는 미국 상무부가 추진하는 '미국산 AI 수출 프로그램'과 관련해 공식 의견을 제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23일 행정명령에서 미국의 AI 지배력을 유지·확장하고, 적국이 개발한 AI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풀스택'(full-stack) 미국산 AI 기술 패키지 수출을 장려하라고 행정부에 지시한 바 있습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상무부에 '미국산 AI 수출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여기에 참여하고자 하는 산업계 주도의 컨소시엄들로부터 제안을 받으라고 했는데 삼성전자와 SK그룹은 이 컨소시엄에 외국기업의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제출한 의견서에서 "미국 기업들이 이들 컨소시엄을 이끌겠지만, 성공적인 프로그램에는 한국 같은 오랜 동맹들과 삼성 같은 신뢰받는 기업들의 참여가 필요할 것"이라면서 "특히 스택의 하드웨어 층에서 그렇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삼성은 엣지 디바이스를 포함한 풀스택 전문성을 갖춰 프로그램의 성공에 크게 기여할 독보적인 입지에 있다"면서 "이런 동맹 생산 모델은 미국 주도의 기술 스택이 특히 단기와 중기에 글로벌 수요에 부응하는 데 안정적인 경로"라고 설명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상무부가 외국기업과 다른 나라의 참여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고려하는 '신뢰하는 파트너' 프로그램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상무부가 외국기업 선정에 있어서 미국에서 오랫동안 투자, 생산하고 일자리를 창출한 역사가 있는 기업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삼성전자는 "그 어떤 다른 기업도 동맹국(한국)에서 최첨단 로직 및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를 제조하지 않는다"면서 "이 이중 역량으로 삼성은 미국산 AI 스택이 경제 및 국가 안보 요구에 효과적으로 부응하도록 그 규모를 키우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SK그룹은 지난 13일 낸 의견서에서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에 본사를 둔 외국기업을 미국산 AI 수출 프로그램에 포함하는 게 행정부의 정책, 기술, 수출 성장 목표를 가장 잘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SK그룹은 "미국 동맹국들의 여러 기업은 반도체, 첨단 패키징, 소재, 소프트웨어, 미국산 AI 스택에 필수적인 기타 제품과 서비스에서 세계 최고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동맹국 기업의 참여는 AI 스택 전반에 걸쳐 동급 최고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필수"라고 설명했습니다.
SK그룹은 AI 기술 스택 분야는 여러 기업이 시장 원리에 따라 협력 관계를 구축하면서 이미 '사실상의 컨소시엄'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상무부가 동맹국 참여를 막을 수 있는 배타적이고 공식화된 컨소시엄 구성을 지양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산 AI 수출 프로그램'은 경제 성장과 국가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미래의 지정학적 판도를 바꿀 수 있는 AI 산업에서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AI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기업의 AI 기술 수출을 장려하는 접근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미국산 AI 기술이 전 세계에 더 많이 깔려야 세계가 미국에 더 의존하게 되고 대체재로 중국을 찾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입니다.
이는 미국산 AI 기술이 중국 등 우려 국가에 유출되는 것을 막고자 미국 기업의 AI 반도체 수출을 광범위하게 통제한 전임 바이든 행정부와 상반됩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미국은 최근 몇 년 AI를 비롯한 첨단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부쩍 강화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미국이 아직 첨단기술 분야에서 우위에 있는 데다 한국도 중국을 상대로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미국과의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양국 정부는 지난 10월 29일 체결한 '한미 기술번영 업무협약'에서 하드웨어, 모델,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표준 등 풀스택 전반에 걸친 AI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향후 상무부는 AI 수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자 하는 컨소시엄들로부터 제안서를 받을 계획입니다.
상무부가 외국기업의 참여를 허용하면 삼성전자와 SK그룹은 미국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프로그램 참여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한국이 미국과 중국이 첨단기술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미국과 한층 더 협력을 강화하는 건 한중 관계 및 한국 기업의 중국 사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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