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특검 하자"...민주당 전격 수용
통일교 특검이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오늘(22일) 오전 전격적으로 입장을 선회했기 때문입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통일교에 대한 특검을 하자. 여야 정치인 누구도 예외 없이 모두 포함해 특검 할 것을 제안한다"면서 통일교 특검 수용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의 착각'을 언급했습니다. 민주당이 뭐라도 있어서 특검을 회피하는 줄 알고 (국민의힘이) 앞장서서 특검을 주장하는데, 그게 착각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대선 당시 통일교가 정치에 어떻게 개입했는지 헌법 위배의 정교 유착 의혹과 불법 정치 자금 로비, 영향력 행사까지 모두 포함해서 철저히 한번 밝혀볼 것을 제안한다"고 했습니다.
현장 취재 기자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정청래 대표에게 향했습니다. 정 대표는 계속 '특검 절대 불가'라고 강조해 오던 터라, 민주당의 기존 입장을 확 바꾸는 김 원내대표의 발언이 혹시 '제 2차 투톱 갈등'을 촉발하는 건가 하는 의구심 때문이겠죠. 그런데 정청래 대표도 "통일교 특검 못 받을 것도 없다. 국민의힘 연루자들 모두 포함해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히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민주당 투톱의 공개 발언으로 '통일교 특검 수용' 입장이 공식화한 겁니다.
야당으로선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겠죠. 오후에는 여야 원내대표 회동까지 이뤄졌습니다. 특검 법안의 디테일을 놓고는 갈 길이 멀겠지만, 일단 협상은 곧 시작될 걸로 보입니다.
급전환 이유는?...여론의 압박?
전격적이라 할 만큼 예상 밖의 급전환입니다. 강도가 조금씩 변하긴 했지만 그동안 통일교 특검 요구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은 일관된 '반대'였습니다. 날짜별로 주요 발언을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12월 12일 박수현 수석 대변인
"전형적인 (내란)특검 흔들기, 물타기에 불과한 정치공세"
12월 15일 정청래 대표(비공개 최고위 백브리핑 中)
"통일교 특검 주장은 절대 수용 불가. 일고의 가치 없다."
12월 21일 박수현 수석 대변인
"현재까지 특검에 동의할 만한 수준의 명백함 떨어진다."
"전형적인 (내란)특검 흔들기, 물타기에 불과한 정치공세"
12월 15일 정청래 대표(비공개 최고위 백브리핑 中)
"통일교 특검 주장은 절대 수용 불가. 일고의 가치 없다."
12월 21일 박수현 수석 대변인
"현재까지 특검에 동의할 만한 수준의 명백함 떨어진다."
2차 종합특검을 추진하기 위한 전략적 양보인가? 통일교 특검과 관련한 여론 추이에 압박을 느껴서? 특검을 해도 문제될 게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 민주당의 전격적인 변화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여러 가지 분석과 추측이 수면 위아래에서 동시에 쏟아지고 있습니다.
일단 가장 일반적인 분석은 여론의 압박입니다. 지난 금요일 갤럽 정기 여론조사에서 통일교 특검 찬성 의견이 62%로 나타났습니다. 반대는 22%였습니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의 찬성 의견이 67%였습니다.
야당 지지층의 특검 지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민주당 지지층 2/3가 '통일교 특검 도입'에 찬성 응답을 했다는 사실이 민주당에 적잖은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물론 특검에 대한 관성적인 태도가 작용했을 수 있습니다. 민주당 지지층의 '특검 선호도'와 국민의힘 지지층의 '특검 불신'이라는 관성적 태도가 조사 외적인 변수로 작용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통일교 특검 찬성 여론'이 60%대에 이른다면, 이는 객관적 사실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한 태도일 겁니다.
<통일교 특검 관련 여론 추이>
응답자 전체: 찬성 62% vs 22% 반대
민주당 지지: 찬성 67%
국민의힘 지지: 찬성 60%
한국 갤럽 정기 여론조사
지난 16~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1명 대상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의한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10.8%
응답자 전체: 찬성 62% vs 22% 반대
민주당 지지: 찬성 67%
국민의힘 지지: 찬성 60%
한국 갤럽 정기 여론조사
지난 16~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1명 대상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의한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10.8%
"착각마라" 자신감?..."대통령실과도 조율"
여론의 압박은 느꼈지만, 그것만으로 전격적인 입장 변화를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난 주 후반 갤럽 여론조사가 나온 뒤에도 민주당은 '통일교 특검 불가' 입장을 유지했던 터였습니다. "현재까지는 명백함이 떨어진다." 정도로 강도가 완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통일교 특검 요구는 내란 특검 물타기이고, 그런 정치공세에 말려들 순 없다는 강경론이 우세했습니다. 그래서 나오는 분석이, "한번 해보자. 아마 국민의힘 인사들이 훨씬 많이 나올 걸?"이라는 일종의 자신감이랄까, 경찰 수사 상황과 여론 추이를 종합해서 내린 '정무적 판단'이라는 해석입니다.
그동안 민주당 내부에서는, "경찰 수사 상황을 지켜봤는데 새로운 게 별로 없다", "통일교가 윤석열을 지원하기로 결정해버린 이상 야당이 더 부담스러울 것", "특검 추천권과 수사 대상은 어차피 여당이 원하는 대로 될 수밖에 없다. 별로 불리할 거 없는데 괜히 오해만 커지고 2차 종합특검 동력만 떨어진다." 등의 반응도 적지 않았습니다. 요컨대 내란 관련 2차 종합 특검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통일교 특검만 못 받겠다는 게 국민들에게 통하겠느냐는 불만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제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대법원과 법원행정처가 추천'하는 제3자 특검 추진에 합의한 것이 정무적 결단의 트리거가 된 걸로 보입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 대변인
"대통령실과 지속적으로 공유·조율"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
"엄정대응 입장 한 번도 바뀐 적 없다.
(공유·조율 발언) 알아서 이해하시라"
"대통령실과 지속적으로 공유·조율"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
"엄정대응 입장 한 번도 바뀐 적 없다.
(공유·조율 발언) 알아서 이해하시라"
특히 오늘 박수현 수석 대변인은 '대통령실과 조율'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공식 회의 직후 백브리핑에서 "민주당 일부 인사에 대한 소문 수준의 보도가 나오면서, 민주당만 오해가 계속 쌓이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정무적 판단이 있었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 간의 지속적인 조율이 있었고, 대통령실과도 지속적으로 공유 조율 왔다"고 공개했습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도 "지위고하, 여야 막론하고 엄정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국회가 하는 걸 지켜본다는 입장인데 같은 기조로 보시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긴밀한 공유 조율'이라는 박수현 수석 대변인의 발언을 알아서 이해하시라고 했습니다. 경찰 수사상황, 여론 추이 등을 종합해서 내린 여권 전체의 결론이 '통일교 특검 수용'인 겁니다.
야당은 환영, 그러나...
어제 개혁신당과 '제3자 특검 추진'에 합의했던 국민의힘은 일단 환영했습니다. 대변인을 통해 "지극히 당연한 일, 만시지탄이지만 전향적으로 수용 입장을 밝힌 데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민주당으로부터 '특검 수용' 의사를 전달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좋다. 만나서 협의를 진행하자"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으로서는 '특검 찬성' 여론을 업고, 여당을 압박해 작은 승리를 거뒀다고 자평할 수도 있을 겁니다. 사실 소수야당이 숫자의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도가 '여론의 지지'겠지요.
하지만 오늘 민주당의 특검 수용으로 이제부터 새로운 국면이 시작됐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통일교 특검이 정치권에 어떤 태풍을 몰고 올지, 수사 결과에 따른 여야의 최종적인 유·불리를 예측하기도 어렵거니와, 민주당이 통일교 특검을 수용함으로써 '2차 (내란·김건희) 종합특검' 추진에 있어서 찜찜함을 덜었다는 측면도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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