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에 대한 단독 보도로 이어갑니다. 경찰이 최근 통일교 압수수색에서 각종 명품 구매 내역을 대거 확보할 걸로 확인됐습니다. 통일교가 왜 이런 명품들을 구매하고 또 내역을 남겨왔는지, 그렇다면 명품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앞으로 경찰 수사에 따라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성희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한성희 기자>
경찰 특별전담수사팀이 지난 15일 통일교 경기 가평 천정궁과, 서울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건 다량의 영수증을 비롯한 고가 명품 구매 내역들입니다.
수사팀이 확보한 대부분 내역에는 구매 시점과 매장, 금액은 적혀 있는데 어떤 제품인지 구체적인 품목명은 없고, 액세서리를 뜻하는 알파벳 'AC'가 적혀 있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구매 내역 자체가 워낙 많아 내역들을 분류하는 데만 시간이 꽤 걸리고 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명품은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많아, 해당 시점의 가격부터 알아본 뒤 품목을 특정해야 하기 때문에 분석 작업이 더디게 진행된다는 겁니다.
수사팀은 분석이 마무리되는 대로, 해당 명품 업체 본사와 매장 등을 찾아 매출 전표 등을 확보하고 구매 당시 상황에 대한 조사에 나설 걸로 보입니다.
앞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특검에서 2018년 8월 전재수 민주당 의원에게 현금과 함께 '불가리 또는 까르띠에 시계를 건넸다'는 취지로 진술한 걸로 파악됐는데, 경찰은 우선 해당 시기를 전후한 명품 구매 내역부터 들여다보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전 의원 압수수색 영장에는 현금 2천만 원과 '1천만 원 상당 불가리 시계'가 수수 품목으로 적시됐지만, 시계 현물 확보에 실패했고, 최근 윤 전 본부장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명품 구매 내역을 통한 '역추적'이 수사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지금까지 통일교의 로비 수단으로 알려진 건 김건희 여사에게 건네진 샤넬백과 그라프 목걸이, 전재수 의원에게 건넸다는 시계 한 점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또 다른 로비 의혹의 물증이 나올 수도 있어 경찰 수사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이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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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찰이 전재수 민주당 의원에게 내일(19일) 출석하라고 통보했습니다. 예상보다 빠른 소환 통보인데요. 전 의원은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없었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동은영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동은영 기자>
경찰 특별전담수사팀이 전재수 민주당 의원에게 내일 소환을 통보한 걸로 S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통일교 측으로부터 현금 2천만 원과 1천만 원 상당의 불가리 시계 1점을 받은 뇌물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입니다.
전 의원이 소환에 응할 경우, 지난 10일 김건희 특검팀에서 사건을 이첩받은 지 9일 만으로, 임종성, 김규환 전 의원 등 금품이 건네진 걸로 지목된 전, 현직 의원 3명 가운데 가장 먼저 조사를 받는 겁니다.
앞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특검 조사에서 전 의원이 지난 2018년 8월 중순 천정궁을 방문해 해당 금품을 받아갔다고 진술했습니다.
윤 전 본부장은 최근 경찰 접견 조사에서도 이런 내용을 진술하면서 통일교 측이 전 의원에게 금품을 전달한 건 한학자 총재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한 총재는 어제 구치소 접견 조사에서 다른 주장을 펼친 걸로 전해졌습니다.
"전 의원이 천정궁에 온 적 있냐"는 질문에 한 총재는 "기억이 안 난다"며 "돈은 윤 전 본부장이 다 관리한다", "돈을 줬다면 윤 전 본부장이 줬을 것"이라고 진술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의 소환 통보에 대해 출석 여부를 밝히지 않는 전 의원은 SNS를 통해 "통일교로부터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없었다"며 "차라리 현금 200억과 시계 100점을 받았다고 하라"며 다시 한번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또 통일교 산하 재단이 지난 2019년 전 의원의 책 500권을 1천만 원을 들여 구입해 편법 지원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해당 도서는 출판사를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됐고, 세금계산서까지 발급됐다"고 강조했습니다.
(영상편집 : 위원양, 디자인 : 제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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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찰은 통일교 한학자 총재의 전 비서실장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경찰청에 나가 있는 취재기자 연결하겠습니다.
김민준 기자, 조사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습니까?
<김민준 기자>
오늘(18일) 오전 9시 40분쯤 경찰청에 소환된 통일교 한학자 총재의 전 비서실장 정원주 씨에 대한 조사는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정원주/전 통일교 총재 비서실장 : (정치권 금품 전달 있었습니까?) ……. (한학자 총재 지시였습니까) …….]
정 씨는 지난해 7월까지 10년 가까이 한 총재의 비서실장이었던 최측근 인사로 이후에도 통일교 최상위 행정조직인 천무원의 부원장을 지냈습니다.
천무원 원장이 한 총재인데요.
경찰은 정 씨를 상대로 통일교 측이 전·현직 의원들에게 현금과 명품 시계 등을 건넨 의혹과 관련해 한 총재 지시와 관여가 있었는지 추궁했습니다.
앞서 김건희 특검은 정 씨가 한 총재 지시로 1억 원을 마련해 윤영호 전 본부장에게 전달했고, 윤 전 본부장이 이를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제공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어제 금고지기에 이어서 오늘은 전 비서실장까지, 한 총재 주변 인물에 대한 수사가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군요?
<기자>
경찰은 정치권에 건네졌다는 금품 흐름을 알 수 있을 걸로 보이는 한 총재 측근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비서실 관계자 A 씨는 어제 오전에 출석해서 밤 11시 50분까지 고강도 조사를 받았습니다.
총재 비서실 관계자들 외에도 통일교 관계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소환 조사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또 다른 금품 수수 의혹 당사자인 민주당의 임종성 전 의원은 오늘 자신의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을 만나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임종성/민주당 전 의원 : (직접적으로 금품 수수했다고.) 아니요. 그런 적 없습니다. 저는 시계를 안 차요, 아예. 원래 안 차요.]
경찰은 오늘 지난 15일 압수수색 이후 사흘 만에 다시 경기 가평의 천정궁을 찾아가 추가 자료를 확보하기도 했습니다.
(영상취재 : 강시우, 영상편집 : 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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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전해 드렸던 통일교의 명품 구매 내역을 취재한 한성희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명품 구매 내역, 추가 로비 정황?
[한성희 기자 : 많이 기억하시겠지만 통일교 측은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샤넬백 세 개와 샤넬 구두 한 켤레, 그리고 그라프 목걸이와 같은 고가의 명품을 전달한 사실이 이미 특검 수사 결과 드러났죠. 당초 경찰은 전재수 의원에게 전달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명품 시계 관련 증거를 찾기 위해 통일교 천정궁을 비롯한 여러 곳을 압수수색했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명품 구매 내역이 발견된 겁니다. 물론 이 명품들이 모두 정치권 로비에 사용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특검 수사 등으로 이미 일부가 불법적으로 사용된 사실이 드러난 데다, 통일교 측이 어디에 쓰려고 이렇게 많은 명품을 구매했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적어도 경찰 수사 상황에 따라 수사 범위가 더 확대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어 보입니다.]
Q. 국회의원 후원명단도 확보?
[한성희 기자 : 경찰이 지난 압수수색 도중 통일교가 작성한 '2019년 국회의원 후원 명단'이라는 문건을 확보했는데요. 이 명단에는 당시 현역 국회의원 10명의 이름이 적혀있다고 합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의원 5명과, 민주당 의원 3명, 바른미래당 1명, 민주평화당 1명이 이름을 올렸는데요. 임종성, 김규환 전 의원은 물론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포함됐습니다. 경찰은 이 명단에 담긴 의원들의 후원계좌로 실제 돈이 보내졌는지 확인 중입니다.]
Q. 신속한 경찰 수사 속도, 왜?
[한성희 기자 : 경찰이 이렇게 수사에 속도를 내는 건 민중기 특검이 관련 진술을 확보한 이후 4개월이나 지나고 사건을 경찰에 넘기면서, 공소시효 문제가 생겨 우선 시간이 촉박하고요. 윤영호 전 본부장의 진술까지 흔들리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신속한 수사와 함께 다량의 명품 구매 내역을 확보하는 등 압수수색에서도 추가 성과가 나왔죠. 흔히 수사를 살아있는 생물이라고 하는데, 앞으로 경찰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더욱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영상편집 : 위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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