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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동결자산 우크라에 넘기지 말라' 유럽에 고강도 압박전

미·러, '동결자산 우크라에 넘기지 말라' 유럽에 고강도 압박전
▲ EU 깃발

유럽 정상들이 러시아의 동결자산을 활용해 우크라이나에 배상금 대출을 집행하는 것을 두고 최종 논의를 진행할 예정인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가 동결 자산을 우크라이나에 함부로 넘기지 말라며 고강도 압박 전술을 펴고 있습니다.

동결자산 활용 방안을 놓고 유럽 내에서 파열음이 이는 상황을 파고들며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방향으로 자산을 쓸 수 없도록 양측이 각자 '유럽 흔들기'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미국이 러시아 동결자산이 우크라이나 대출 담보로 활용될 경우 전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과 '어차피 돌려줄 돈'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을 상대로 물밑 설득을 진행 중이라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한 고위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유럽 국가들에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포기하도록 압박하고 있다"며 미국 측의 경고가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유럽의 러시아 동결자산 활용 방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이미 유럽 내외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AP와 이탈리아 ANSA통신에 따르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17일 의회에서 러시아 동결자산을 활용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안과 관련해 "절대 간단치 않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에 더해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전날 러시아 동결자산의 대부분을 보유 중인 벨기에 소재 중앙예탁기관(CSD) 유로클리어가 동결자산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며 이 기관을 '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한 미국 관리는 이미 이탈리아, 벨기에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이 논의 중인 동결자산 활용 방안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싶지 않아 조용히 미국에 개입을 요청하고 있다며 "이들은 자국 기관에 대한 신뢰도와 장기 투자에 미칠 피해를 우려한다"고 전했습니다.

유럽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분열 통치 전략을 쓰고 있다"며 유럽이 단결하지 못하도록 미국이 막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러시아의 압박은 더 심각한 수준입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러시아가 유로클리어에 18조1천700억루블(약 335조9천억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한 것 외에도, 정보기관을 통해 유로클리어 관계자와 벨기에 정부 고위 인사들을 협박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습니다.

이런 행위의 배후에는 러시아군 총정찰국(GRU)이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GRU의 위협 대상에는 발레리 위흐뱅 유로클리어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해 유로클리어 고위 임원은 물론이고 벨기에 정부 인사들도 포함됐습니다.

가디언은 EU 전문 매체 'EU옵저버'를 인용해 위흐뱅 대표가 지난해와 올해 협박을 당했으며 벨기에 경찰에 보호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위흐뱅 대표를 비롯한 유로클리어 임원들은 벨기에, 프랑스 경호회사를 고용해 경호원을 대동하고 활동 중입니다.

바르트 더 베버르 벨기에 총리는 이달 초 현지 일간지 '라 리브르'와의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산 동결을 차분하게 수용할 것이라고 누가 믿겠는가"라며 "러시아는 압류 사태가 발생하면 벨기에와 내가 영원히 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알려왔다"고 털어놨습니다.

EU 정상들은 오는 18일(현지시간)부터 벨기에에서 이틀간 정상회의를 열어 러시아의 동결자산을 활용해 우크라이나에 배상금 대출을 집행하는 방안을 최종 검토합니다.

EU는 이번 회의서 동결 자산 2100억유로 가운데 900억 유로를 초기 대출금으로 쓰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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