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AI거품론 속에 미국 시장에선 악재가 다시 나왔습니다. 대표적 클라우드 업체 오라클이 짓고 있는 대규모 AI 데이터센터의 투자유치가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소식에 뉴욕증시 기술주가 급락하며 장을 마치자마자 글로벌 3대 메모리반도체 회사 중 하나인 미국 마이크론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D램이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는 겁니다. AI산업에 대한 막대한 출혈 투자에 대한 우려에도 핵심 부품인 반도체는 공급 부족으로 사상 최대 매출이 나오는 복잡한 상황에 연말 금융시장도 혼란이 나타납니다. 마이크론의 실적은 역시 메모리 강국인 한국에는 호재였지만, 오늘(18일) 코스피는 다시 큰 폭 하락했습니다. 시장이 기대하는 연말 '산타랠리' 여부는 다음 주 초의 상황에 달려있습니다. 하지만 1480원까지 찍은 고환율과 내일(19일) 결정될 일본의 기준금리 인상이 또 변수입니다.
마이크론 CEO "내후년에도 D램 부족 지속될 것"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매분기 실적을 먼저 발표하는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지난 9~11월 매출은 작년보다 56% 증가한 136억 달러로 월가 전망치(130억 달러)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D램 부족 현상이 2026년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주요 고객사들에도 필요한 물량의 50%에서 3분의 2 정도만 공급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AI 인프라 투자수요의 강도를 설명했습니다. 현재 재고량도 17주(120일) 미만이라는 겁니다.
AI거품론에 시달리는 시장의 관심은 내년 말(2026년 12월~2027년 2월)의 실적 전망인데, 마이크론은 183억~191억 달러의 매출을 예상했습니다. 역시 전망치(144억)를 훌쩍 넘는 수치입니다. 결국, 마이크론의 이번 실적은 AI가속기에 들어가는 HBM(고대역폭 메모리)와 함께, 동반 필수부품인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도 내후년까지 공급이 달릴 정도로, AI산업 인프라 투자에 동반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진행 중이란 것을 재확인한 셈인데, 시장이 불안해하는 과잉투자 거품론과는 대비되는 현상입니다.
이에 따라 시장 점유율이 더 높은 한국 삼성전자와 SK의 4분기 실적에도 기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은 15조 원, SK하이닉스는 16조 원을 넘겨, 처음으로 합산 이익이 3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코스피 시총의 30% 안팎을 차지하는 두 회사란 점에서 악재 속에도 연말 랠리의 기대가 살아있는 배경입니다.
오라클, 데이터센터 투자유치 난항..美기술주 급락
하지만 주식시장에선 거래 마감 직후에 나온 마이크론의 호실적이 '뒷북'취급을 받았습니다. AI거품론의 주 타깃이 된 오라클이 미국 미시간 주에 짓고 있는 1기가 와트 규모 데이터 센터의 핵심 투자자와 협상이 결렬됐다는 소식으로 다시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입니다. 오픈AI와 3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협약을 맺으면서 지어지는 시설이었습니다.
사모신용펀드 '블루아울 캐피털'은 자체 자금과 함께 수십억 달러를 외부투자로 조달해 자금데이터에 투자를 협의해왔습니다. 하지만 막대한 AI 설비투자의 수익성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이 생기자 대출 기관들이 대출 조건을 강화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 소식이 보도되면서 오라클의 부실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투자 원리금 반환을 위한 보험성격의 파생금융상품 신용부도스와프(CDS) 수수료가 뛰면서 다시 시장에 AI 거품론을 부채질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오라클 외에도 아마존과 구글, MS 등 AI데이터센터를 만들고 있는 '하이퍼스케일러'기업들은, 사모펀드나 부동산자본가들이 건설 투자를 하고, 이를 장기간 임대해서 사용료를 지불하는 방식의 사업구조를 만들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내 부동산 사업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와 큰 틀에서 유사한 방식입니다. 하지만 임대 의무기간, 거액의 임대료 보장 옵션 등은 이들 빅테크의 장기적인 부담과 재무적 약점으로 부각돼 왔습니다.
'블루아울'만 해도 4년 전 AI붐 속에 생긴 펀드로 알려졌는데, 자금력이 탄탄한 투자은행(IB)이나 안정적인 대형펀드는 추가 투자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오라클은 다른 파트너와 협상 중이라고 해명했지만 해당 센터가 오픈AI 전용 인프라란 점에서, 최근 구글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오픈AI에도 리스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고, 관련 기술주들의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혼돈의 '반도체 개미'..고환율 겹치며 외국인 매도
반도체 업황의 견조함을 확인한 마이크론 실적에 오라클 쇼크의 '완충작용'을 기대했던 코스피는 1.53% 하락하며 4천선이 다시 무너졌습니다. 외국인들은 이번 주 들어 나흘 동안 2조5천억 원 넘는 순매도를 보였습니다. 국내 개미 투자자들은 지난 주 미국 시장 매수를 많이 줄이고, 반도체 등 국내 대형주의 반등을 기다리는 모습이었습니다. 미국 내 기술주 주가하락에도 반도체 대표주를 가진 한국시장이란 점에서 '차별화된 장세'를 기대했지만 원화약세가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입니다.
정부는 오늘(18일) 환율 대응책을 내놨습니다. 은행과 금융사들이 의무적으로 보유해야하는 외화자금에 대한 기준을 완화해 그 일부가 시장에 풀리도록 하고, 특히 외국인들이 국내 증권사 계좌개설 없이 해외 증권사를 통해 한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외국인 통합계좌의 활성화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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