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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번쩍 눈부셔도 "기준 이하"…'빛 공해' 해소법 없나?

<앵커>

정부가 옥외광고 규제를 완화하고 디지털 전광판 산업을 키우면서 도심 대형 전광판이 부쩍 늘었습니다. 그만큼 눈부심 같은 빛 공해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는데, 관리 기준이 기술 변화를 못 따라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장선이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서울 성수동 한복판에 LED 초대형 전광판이 등장한 것은 지난 7월.

주변의 통유리 사무실에서 눈이 부셔 업무가 어려울 정도라는 민원이 잇따랐습니다.

전광판 운영사 측이 밝기를 낮췄지만 불편함은 여전합니다.

[최대한/인근 건물 회사 직원 : 일단은 눈이 피곤한 건 당연한 거고요. 업무를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좀 신경 쓰이는 구석이 많이 있습니다.]

대형 LED 전광판이 밀집한 서울 광화문에서도 시민들은 불편함을 호소합니다.

[최상규/택시 기사 : 녹색 신호인데, 녹색이 들어온단 말이에요. 전광판도. 그럴 때는 아유 이걸 어떻게 해야 되지? 그럴 때가 있습니다.]

빛 공해 민원은 최근 5년간 연평균 7천 건을 넘어섰는데, 이는 이전 5개년보다 26% 증가한 것입니다.

전광판이 얼마나 밝은 것인지, 평균 밝기, 즉 휘도를 직접 측정해 봤습니다.

기준치 1천보다 훨씬 낮은 300대에 그쳤습니다.

눈이 부실 정도로 현란해도 실제 밝기는 이렇게 기준치 이내이다 보니 해결되는 것 없이 민원 제기만 늘고 있습니다.

정부의 빛 공해 기준은 지난 2013년에 만들어져 전광판 정면에서 측정한 휘도만 따지도록 돼 있을 뿐, 눈부심을 유발하는 패턴 변화나 시선 각도, 색 대비는 측정 항목에 없습니다.

정적인 일반 조명을 눈부심이 강한 LED 전광판이 대체한 지 오래인데, 이것을 제재할 법적 근거나 기준이 아직 없는 셈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등 여러 주에서는 화면이 바뀌는 시간을 제한하거나, 주변 환경에 맞춰 밝기가 자동으로 조절되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더 나아가, 국제 표준을 통해 LED에 청색광이 얼마나 섞였는지, 빛의 성분까지 규제하고 있습니다.

[공효주/키엘연구원 빛환경평가센터 책임연구원 : (전광판 제작) 기술이 개발되어 있기도 하고 영상 전환 속도나, 색 변화, 주변 밝기와의 (대비) 기준이 마련돼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초대형 전광판 시대. 기준은 여전히 10년 전 밝기 중심 규제에 머물러 있습니다.

기술 변화에 맞춘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최혜영, 디자인 : 강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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