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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 지나 유공자 승인되자 "취소 검토"…뇌관 된 '훈장'

<앵커>

이재명 대통령이 제주 4·3 사건 당시 강경 진압을 주도했던 고 박진경 대령의 국가유공자 등록 취소를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러려면 1950년에 받은 무공훈장부터 취소돼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또 다른 논란이 이어질 걸로 예상됩니다.

그 이유가 뭔지 김수영 기자가 설명하겠습니다.

<기자>

고 박진경 대령은 제주 4·3 사건 직후인 1948년 5월, 조선경비대 9연대장을 맡았고, 공비 소탕 작전을 지휘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해 6월, 그가 강경 진압을 한다고 반발한 부하들에 의해 살해됐습니다.

군은 박 대령을 살해한 부하들이 남로당의 지령을 따랐다고 판단했고 2년 뒤인 1950년, 박 대령에게 을지무공훈장을 수여했습니다.

75년이 지난 올해 10월, 유족이 박 대령의 국가유공자 지정을 신청하자 정부는 승인했습니다.

무공훈장을 받은 경우, 유공자 자격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4·3 단체들을 중심으로 '양민 학살 책임자'를 유공자로 받아주느냐는 반발이 터져 나왔습니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이 제주를 찾아가 사과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어제(14일) 박 대령의 유공자 등록 취소를 검토하란 지시를 내렸습니다.

[이상봉/제주특별자치도 의회 의장 : 신속하고 책임있는 후속 조치로 이어져 도민과 유족의 상처를 치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그런데 유공자 지정이 취소되려면 훈장부터 취소돼야 합니다.

현행 상훈법에 따르면, 박 대령의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져야만 서훈 취소가 가능합니다.

문제는 1950년 훈장을 받을 당시 박 대령의 공적 기록이 국방부에 남아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공적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 터라 그게 거짓이라는 증명을 하기는 어렵다는 게 정부의 고민입니다.

[이경호/국방부 부대변인 : 관련법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결과 등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가능한 조치 사항을 판단해 나가겠습니다.]

박 대령 유족 측은 75년 만에 유공자 등록에 나선 건, 제주에 있는 박 대령 추도비를 국가가 보호해 달라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4·3 단체들은 박 대령이 강경 진압을 주도하며 제주 양민도 학살했다고, 보수 단체들은 남로당의 폭동을 진압했을 뿐이라고 당시 상황을 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박 대령의 공적 검증은 제주 4·3 사건을 둘러싼 역사 논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큽니다.

(영상취재 : 박주혁 JIBS, 영상편집 : 조무환, 디자인 : 최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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