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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도 석방 요구' 홍콩 반중 언론인 유죄 판결…중형 가능성

'트럼프도 석방 요구' 홍콩 반중 언론인 유죄 판결…중형 가능성
▲ 지미 라이

홍콩 법원이 반중(反中) 성향 언론인 지미 라이(78)에 대한 국가보안법 재판에서 유죄 판단을 내림에 따라 종신형이 내려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외부의 석방 요구에도 1천800일 넘게 수감돼 있는 그에 대한 처벌 양형은 이르면 내년 1월 선고될 전망입니다.

AP·AFP통신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성도일보 등 홍콩매체에 따르면 15일 홍콩고등법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콩 '빈과일보'(애플데일리) 창업자 지미 라이의 선고 공판에서 외국 세력 공모와 선동적 자료 출판 등 세 가지 혐의 모두에 유죄 판단을 내리면서 선고 일자를 되도록 빨리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미 라이 측에는 내년 1월 2일 전에 처벌 감경을 받기 위한 서면 자료 등을 제출하라고 했습니다.

정상참작 사유를 살펴보기 위한 심리 공판은 내년 1월 12일 열릴 예정입니다.

정상참작 등 최종 고려를 통한 양형 선고는 내년 1월 중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SCMP는 전했습니다.

이날 배포된 유죄 판결문은 855쪽 분량으로, 이중 유죄 판단 이유 등 판결문 일부를 판사가 직접 낭독했습니다.

판사는 지미 라이의 주장 앞뒤가 맞지 않고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했으며 공모자들이 감형받기 위해 허위 증언을 했을 가능성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 매체 빈과일보 사주였던 지미 라이는 국가보안법 시행 직후인 2020년 8월 체포됐고, 그해 12월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중국은 2019년 홍콩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뒤 2020년 6월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시행했는데, 이 법은 국가 분열과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개 범죄에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미 라이의 국가보안법 재판은 여러 차례 연기된 끝에 2023년 12월 시작됐고, 156일간의 심리를 거쳐 지난 8월 28일에서야 마무리됐습니다.

그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외에도 2019년 불법 집회 주도 혐의로 2021년에 징역 20개월, 빈과일보 사무실을 허가 용도 외 사용한 혐의로 2022년 징역 69개월을 각각 선고받은 상태입니다.

지미 라이가 '홍콩 반환' 전인 1995년 6월 창간한 빈과일보는 중국의 전방위 압박 속에 결국 2021년 6월 24일 자진 폐간했습니다.

그는 앞서 여러 차례의 보석이 기각되면서 현재 구속된 기간이 1천830일을 넘겼습니다.

약 5년간의 기간 대부분 독방에서 수감돼 있었는데 이는 그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SCMP는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월 부산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양국 관계와 중국의 대외 이미지 등을 언급하며 지미 라이의 석방을 요구했다고 밝혔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영국 국적인 지미 라이의 석방을 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말하는 등 그의 체포와 재판은 국제적 관심을 받았습니다.

홍콩 검찰이 제기한 혐의 중 2019년 7월 지미 라이가 '트럼프 1기' 시절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나 중국에 대한 적대적 활동을 요청했다는 것이 포함된 점 등도 이목을 끌었습니다.

AP통신은 "배심원 없이 진행된 지미 라이의 재판은 1997년 중국으로 반환된 과거 영국 식민지의 언론 자유와 사법 독립 바로미터로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정치 관찰자들의 주목을 받아왔다"면서 "중국의 외교 관계 시험대이기도 하다"고 짚었습니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하듯 이날 법원 인근에는 취재진 등 사람들이 대거 몰렸습니다.

법원 건물 주변에는 100명 넘는 경찰이 배치됐으며 일부는 행인들을 대상으로 신분증을 요구하며 검문했습니다.

또 영국과 미국, 유럽연합(EU), 캐나다 등 서방 국가 출신 외교관 16명이 아침 일찍부터 법원에 도착해 재판을 참관했습니다.

재판 방청을 위해 전날인 지난 14일 오전부터 홍콩 시민 수십 명이 줄을 서기도 했습니다.

지미 라이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힌 시민들은 그의 석방을 촉구했습니다.

지미 라이의 가족과 홍콩 야권 성향의 활동가들도 모습을 드러냈으나 따로 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법정을 떠났습니다.

앞서 지미 라이의 딸인 클레어 라이 초이는 최근 서방 매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부친의 건강 상황이 안 좋아지고 있고 수감 처우가 좋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홍콩 정부는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며 지미 라이가 수감 중에도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홍콩은 법치 사회로, 중앙정부는 (홍콩) 특별행정구가 국가 안보를 수호하고 국가 안보를 해친 범죄 행위를 벌하는 것을 굳게 지지한다"고 말했습니다.

궈 대변인은 이어 "중국은 몇몇 국가가 공공연하게 홍콩 사법(기관)을 폄훼·비방하는 것에 강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한다. 홍콩 특구 사법기관이 법에 따라 직책을 수행하고 법률 권위와 국가 안보를 지킨 것은 합리적·합법적인 일로, 말 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不容置喙)"며 서방의 비판을 '내정 간섭'으로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홍콩 행정수반인 존 리 행정장관은 "지미 라이의 제멋대로 범죄는 공공연하게 벌어졌고, 증거가 확실하며, 법정의 정죄(定罪) 판결은 법률의 정의를 보여줬다"면서 "특별행정구 정부는 국가 안보를 수호할 책임이 있고, 국가 안보를 해치는 행위·동을 단호히 타격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지미 라이에 대한 유죄 판결은 홍콩의 민주화 정치 세력인 홍콩 민주당이 창당 30여 년 만에 공식 해산하기로 결정된 가운데 나온 것이기도 합니다.

전날 오후 개최된 민주당 임시총회에서 투표에 참여한 당원 121명 가운데 117명이 해산에 찬성표를 던졌고 4명이 기권했습니다.

반대표는 없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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