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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받는 중남미 '블루 타이드'…역내 좌파 퇴조 흐름 선명

힘 받는 중남미 '블루 타이드'…역내 좌파 퇴조 흐름 선명
▲ 14일(현지시간) 지지자에 손 흔드는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칠레 대통령 당선인

온건 좌파 정부 물결(핑크 타이드)의 위력적인 기세에 놓였던 중남미 정치 지형이 최근 격변하고 있습니다.

주요국 대통령 선거에서 좌파 정부 퇴진과 함께 보수파 집권(블루 타이드) 확산이라는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역내 우클릭'이 계속 탄력을 받을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14일(현지시간) 치러진 칠레 대선 결선에서 1천570만 명의 유권자(인구 2천만 명)는 극단적 이념 대결 양상 속에 칠레 공산당 소속 히아네트 하라(51) 후보 대신 강경 보수 성향의 공화당 소속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59) 대통령 당선인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는 칠레가 2021년 직전 대선에서 카스트 대신 가브리엘 보리치(39) 대통령을 택하면서 중남미 '핑크 타이드' 정점에 섰던 것과는 정반대 결과입니다.

2018년 멕시코를 시작으로 페루, 볼리비아, 칠레, 브라질, 과테말라 민심은 수년 새 잇따라 좌향좌를 선택했습니다.

특히 콜롬비아에선 역대 첫 좌파 정권이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 남미를 휩쓸었던 핑크 타이드는 2018년 멕시코를 시작으로 페루, 볼리비아, 칠레, 브라질, 과테말라를 중심으로 역내에서 다시 힘을 얻었습니다.

콜롬비아에선 역대 첫 좌파 정권이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기존 온두라스,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쿠바 등과 함께 이념적으로 중남미 전체를 뭉치게 하는 구심점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러나 2023년 아르헨티나가 '극우'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당선으로 변화 신호탄을 쏜 데 이어 파나마(호세 라울 물리노), 에콰도르(다니엘 노보아), 볼리비아(로드리고 파스)에서 범보수 집권 합류를 알렸습니다.

이들 국가는 엘살바도르(나이브 부켈레), 파라과이(산티아고 페냐), 코스타리카(로드리고 차베스) 등 기존 우파 또는 중도우파 성향 집권 국가들과 함께 중남미 보수 세력을 공고히 하는 형국입니다.

'미국 외압' 논란을 빚고 있는 온두라스에서도 보수 성향 후보 당선이 확실시됩니다.

그 배경에는 유권자 관심이 기존의 사회 구조 개혁이나 불평등 해소 같은 진보 의제보다 범죄, 치안 불안, 불법 이민 문제와 같은 실제적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됩니다.

이는 이번 칠레 대선에서도 관찰된 바 있습니다.

'남미의 모범생'이라는 국제사회의 평가가 무색하게 수도 산티아고를 중심으로 베네수엘라 출신 갱단 유입과 맞물려 강력 범죄가 증가하고 경제 성장 속도까지 둔화하면서, 좌파 보리치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도 거셌습니다.

카스트 대통령 당선인은 '공권력 확대와 질서 회복'을 강조하면서 불법 이민자 추방과 대규모 교도소 건설 등 강경한 공약으로 불안정한 사회 분위기에서 유권자 눈길을 끌었다고 현지 TV칠레비시온은 짚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장기화한 경제 침체와 물가 급등은 좌파 정부의 포퓰리즘적 복지 정책에 대한 재정적 부담과 국민적 반감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아르헨티나의 밀레이 대통령 당선이 그 대표적 방증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재등장' 역시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촉발된 반이민 정서와 '내 나라 우선주의'가 중남미 우파 정치인들에게 유사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면서, 좌파에 대한 불만을 대중적 구호로 결집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강력한 이민자 단속 정책과 맞물려 미국으로부터의 송금 감소 등 경제적 타격 우려까지 커지면서, 이민자 문제 자체가 중남미 각국 대선 핵심 의제로 부상한 것도 우파 성향 후보에게 더 유리한 지점이었습니다.

대선 유세 국면에서 좌파 성향 후보들은 대체로 이민자에 관대한 공약을 냈습니다.

실례로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낙태와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카스트 대통령 당선인의 폐쇄적 입장을 거부하는 칠레 유권자들조차 안전과 국익을 위해 "양보할 용의가 있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짚었습니다.

서반구(아메리카 대륙) 장악력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돈로주의'(미국의 고립주의를 대표하는 19세기 '먼로주의'의 트럼프 버전)를 내세우며 중남미에서의 중국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최근의 변화가 반가울 수밖에 없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각국 대선에서 우파 후보 당선이 확정될 때마다 즉각 환영 성명을 내며 긴밀한 협력 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코스타리카(2월), 페루(4월), 콜롬비아(5월), 브라질(10월)에서 대선이 치러집니다.

현재 기준, 브라질을 제외한 나머지 3개 국가에서 중도우파 측 경쟁력이 다소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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