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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때문에 다 망쳤다' 윤과 다퉈?…더 커지는 국민의 분노 [스프]

[이브닝 브리핑] 180일 내란특검 최종 수사 결과…단죄까지 아직 긴 여정

이브닝브리핑
12.3 불법계엄을 수사하는 내란 특별검사 팀이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조은석 특검은 오늘(15일) 직접 나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역사적 경험을 통해, 권력을 가진 자의 친위쿠데타는 내세웠던 명분은 허울뿐이고, 목적은 오로지 '권력의 독점과 유지'였음을 잘 알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사태 1년 2개월 전인 2023년 10월부터 비상계엄을 준비했으며, 무력으로 반대 세력을 제거하고 권력을 독점하려는 목적이었다고 못 박았습니다. 누가 봐도 정치적, 법적 정당성이 없는 '친위쿠데타'였음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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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12월 3일?..특검 "美개입 차단하려 했다"
주요 의문 중 하나는 계엄 선포 시점이 왜 12월 3일이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내란특검은 이 의문에 대해 '미국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미국 대선 직후와 취임 전의 혼란한 시기를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미 대선은 2024년 11월 5일에 있었는데,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해를 넘긴 1월 20일에 출범했습니다. 미군의 부대 이전과 군 병력 이동이 전략적으로 이뤄지는 시기여서 미국의 개입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본다는 판단입니다.

특검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 '미국 협조'·'미국 사전 통보'라는 내용이 적혀있고, 조태용 전 국정원장이 계엄 이튿날인 12월 4일 미 CIA 국장 내정자 면담을 위해 출국할 예정이었던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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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특검은 "항간에 떠도는 무속 개입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윤 전 대통령이 무속적 판단의 영향을 받아 날짜를 정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많은 국민들이 의심한 부분이지만 구체적 증거나 진술이 없이는 가려내기 힘든 의혹입니다.


김건희 행적은?..'너 때문에 다 망쳤다' 尹과 다퉈
특검의 박지영 특검보는 오늘(15일) 수사결과 발표 후 질의응답에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후 김건희와 심하게 다퉜고, 이 과정에서 김건희가 '(생각한 게 많았는데) 너 때문에 다 망쳤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혀 주목됩니다. 해당 진술은 당시 김건희 씨를 보좌했던 사람이 증언한 것으로 당시의 불법 계엄 선포가 부부간 모의를 통해 나온 것은 아니었다는 추측을 가능하게 합니다. 당일에 김건희 씨를 보좌했던 행정관과 김 씨가 방문했다는 성형외과 의사도 조사가 이뤄졌는데, 이날 행적에서 계엄과 관련된 상황은 없었다고 특검은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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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은 내란 모의가 진행된 2023년 당시 김건희 씨가 노상원 전 사령관과 만났거나 연락한 증거가 있다면 모르지만, 만난 정황이 없다면서 '김건희의 계엄 관여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또 2024년 8월에서 11월까지 대통령 관저 모임에 참석한 군 사령관들의 통신 내역에서도 근거가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런 다툼이 계엄 자체에 관한 것인지, 선포 시점과 관련한 것인지는 의문으로 남습니다. 김건희 씨가 계엄 선포에 대해 분노한 것은 '본인이 생각한 게 많았었는데, 갑작스러운 계엄 선포 때문에 망쳤다'는 취지라고 특검은 설명하는데, 그렇다면 김건희 씨의 비정상적인 국정개입 의혹이 상당했던 상황에서 본인이 생각한 계획은 무엇이었고, 무엇을 망쳤나? 하는 또 다른 의심을 낳게 합니다.

정치권에선, 지난해 말 김건희 사법리스크가 '계엄 선포의 트리거(방아쇠)'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국민의힘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이 김 여사 특검에 찬성 쪽으로 선회하면서, 특검법이 12월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진 상황이었기 때문이죠. 김 씨의 '다 망쳤다'는 사법리스크 대응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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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2개월 전부터 계엄준비.."한동훈은 빨갱이"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준비한 시기는 '2023년 10월 이전부터'라고 특검은 밝혔습니다. 취임 직후부터 여러 가지 심경 변화와 계기를 거치면서 이른바 '비상대권'행사에 대한 확신이 강해지고 있었고, 2023년 10월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군 인사 작업에 착수한 것이 시작이라는 것입니다. 계엄 구상과 실행 계획 등이 상세하게 기재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에 기재된 국군방첩사령관 여인형 등 군사령관 배치 구상이 2023년 10월 29일 군 장성 인사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게 근거로 제시됩니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시기를 총선 후로 확정하고, 총선 결과에 관계없이 선포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2024년 3월부터 대통령 관저와 안가에서 군 장성들을 소집하기 시작했고, 7월엔 "한동훈은 빨갱이다. 군이 참여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고, 이 얘기를 들은 신원식 당시 국방장관이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에게 계엄 반대의사를 강하게 표시하자, 국방장관을 김용현으로 교체했습니다. 이 시점 전후로 당시 야당인 민주당에서 비상계엄 선포 가능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거짓 선동'으로 일축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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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의 이런 수사결과는, 계엄 선포 당시 윤 전 대통령이 2024년 4월 총선 이후 여소야대 정치상황에서 다수당인 민주당의 예산 삭감과 정부 인사 탄핵 등 이른바 '입법독재'를 계엄 이유로 밝힌 것과 상당히 다른 것입니다. 결국 취임 초기부터 비상대권을 염두에 두고 물밑 작업을 벌였으며, 특히 대통령실과 관저를 용산 군 기지로 옮기면서 군과 대통령이 밀착하는 여건이 조성됐다는 것입니다.


조희대 대법원장 계엄 관여는 "확인 안 돼"
시민단체는 비상계엄 당시 열렸던 대법원 간부회의에 대해 계엄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조희대 대법원장 등을 고발한 바 있습니다. 특검팀이 법원행정처 관계자와 계엄사령부를 조사하고 통신 내역을 확인한 결과, 당시 조 대법원장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등이 비상계엄 관련 조치사항을 준비하거나 논의하기 위한 간부회의를 개최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또 계엄사령부에서 대법원 실무자에게 연락관 파견을 요청했지만 대법원은 거부했다고 특검은 밝혔습니다. 박지영 특검보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4일 0시 46분쯤 계엄사령관 지시와 매뉴얼에 따라 대응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조 대법원장은 0시 40분께, 천 처장은 0시 50분께 대법원 청사에 도착했다"면서, "이를 고려하면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이 주재하는 자리에 언론 보도와 같은 논의가 진행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귀연 부장판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 취소 결정을 내렸다가 고발당한 사건에 대해서도 사법부 관계자와 공모해 구속 취소 결정을 했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불기소로 마무리했습니다. 하지만 지 부장판사의 구속 취소 결정에 불복 절차인 '즉시항고'를 하지 않은 등의 혐의로 고발된 심우정 전 검찰총장의 경우, 추가 조사를 위해 경찰 국가수사본부 이첩을 결정했습니다. 당시 심 전 총장 휘하에 있던 검찰 특별수사본부 수사팀 상당수가 특검팀에 합류함에 따라 공정성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입니다.


민주주의 쌓아온 국민 상대로 황당한 친위쿠데타
특검의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중요한 맥락은 ⓵윤석열 전 대통령이 집권 초기부터 무소불위의 권력을 장악하려는 생각을 가졌다는 점이고 ⓶이를 위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조치와 계략을 도모했다는 점입니다.

무엇보다 군을 동원해 사법부를 장악하고, 비상입법기구로 입법권을 장악하려 했다는 혐의가 심각합니다. 최상목 당시 부총리에게 준 '국회 자금 차단 및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지시 문건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메모에 담긴 '정치인 체포 명단'이 근거로 제시됐습니다. 또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총선을 '반국가세력에 의한 부정선거'로 조작해, 이를 국회 기능 정지의 명분으로 삼으려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문상호 당시 정보사령관은 선관위에 군 병력을 보냈고, 체포와 감금할 직원 30여 명을 정해 이송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그동안 부정선거 의혹을 밝히기 위해 군을 보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목적은 국회 해산 명분을 만들기 위해 지난 총선을 부정선거로 만들려고 했다는 게 충격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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