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머리오리와 아메리카홍머리오리(맨 오른쪽)
본격적인 겨울에 접어든 최근 강원 최북단의 한 해안에 뜻밖의 반가운 귀한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국내에서는 길을 잘 못 찾은 미조(迷鳥)로 아주 드물게 관찰되는 희귀조류 아메리카홍머리오리입니다.
아메리카홍머리오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북미에서 번식하고 캘리포니아와 멕시코 등지에서 겨울을 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객이 나타난 곳은 겨울이면 흑기러기를 비롯해 흰줄박이오리 등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희귀 겨울 철새가 들르는 곳입니다.
태평양 건너 아메리카에서나 볼 수 있는 새를 직접 만나는 것은 커다란 즐거움이자 선물이기도 합니다.
반가운 손님을 보기 위해 주말과 휴일에는 20여 명, 평일에도 10여 명 가까운 탐조객과 생태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발견되는 아메리카홍머리오리는 대개 길을 잘 못 찾은 미조로 추정됩니다.
이곳 아메리카홍머리오리는 홍머리오리 10여 마리와 함께 기죽지 않고 어울리며 바위 주변의 해초를 뜯어 먹는 먹이활동에 열중하거나 한가로이 유영하며 씩씩하게 지내는 모습으로 관찰되고 있습니다.
가끔 갈매기의 공격 때문에 깜짝 놀라 날아오르기도 했으나 해안가 바위 주변을 멀리 떠나지 않았고, 힘찬 날갯짓을 하며 존재감을 뽐내기도 합니다.
아메리카홍머리오리는 바위 주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등 이곳에 10여 일째 머물고 있습니다.
아메리카홍머리오리는 이마와 머리 꼭대기 가운데는 흰색이며, 눈 뒤에 녹색 광택이 있는 검은색 선이 지나고 뒷머리에서 좌우의 것이 합치고 목뒤 아래까지 이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몇 년에 한 번씩 길잃은 새로 제주와 부산, 대전 등지에서 관찰된 기록이 있습니다.
앞서 2023년 1월 강릉 남대천에서는 새 이름에 아메리카가 붙은 쇠오리(미국쇠오리)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이곳에서 열흘 이상 머물며 흰꼬리수리를 보러 찾았던 많은 탐조객의 또 다른 인기 관찰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아메리카쇠오리는 기러기목 오릿과에 속하는 소형 오리로, 주로 북아메리카에서 번식해 미국 중부와 남부, 멕시코 등에서 월동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내에서 매우 흔하게 관찰되는 쇠오리와 매우 닮았으나 위 가슴 옆에 세로 흰색 줄무늬가 선명한 게 특징입니다.
이처럼 새 이름 앞에 '아메리카'가 붙는 이유는 아메리카 대륙에 서식하는 새를 구분하거나 특정 종을 지칭할 때 관용적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메리카에서 길을 잃고 아주 먼 길을 잘 못 찾아왔지만, 희귀 조류를 국내에서 만나게 된 탐조객이나 생태사진가들에게 이들은 매우 반가운 진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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