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월요일 친절한 경제 한지연 기자 나와 있습니다. 한 기자, 우리나라 부자들 수가 많이 늘었다는 통계가 나왔다면서요?
<기자>
보통 금융자산이 10억 원 이상이 되면 자산가라고 부르는데요.
최근 이 자산가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47만 6천 명으로 전체 인구의 0.92%를 차지했습니다.
부자 수는 전년보다 3.2% 늘었는데요.
이 조사가 시작된 2011년에는 13만 명밖에 안 됐었는데, 이게 3배 이상 불어나면서 해마다 평균 9.7% 증가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런데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히 '부자가 늘었다'기 보다는 경제가 불안해질수록 이미 만들어진 자산이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자산가들의 총 금융자산 규모는 3천66조 원으로, 전체 가계 금융자산의 60.8%에 해당합니다.
그러니까 1%도 안 되는 자산가들이 전체 금융자산 6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자산 증가 속도도 훨씬 빠릅니다.
자산가 금융자산 규모가 1년간 8.5% 늘어날 때, 전체 가계 금융자산 증가율은 4.4%에 그쳤습니다.
이 흐름은 자산 규모가 클수록 더 뚜렷합니다.
금융자산 10억 원에서 300억 원 미만이 포함된, 자산가와 고자산가도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5%대로 늘었지만, 300억 원 이상 초고자산가는 그보다 두 배 넘는 12.9%씩 가파르게 증가했습니다.
시장 변동성이 커질수록 자산이 분산되기보다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쪽으로 더 빨리 모이는 양상이 나타났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앵커>
그럼 부자들은 자산을 어떻게 배분해 놨나요?
<기자>
자산가들의 자산 구성은 부동산이 54.8%, 금융자산이 37.1%를 차지했는데요.
전년 대비 둘 다 소폭 감소했습니다.
이유는 금이나 코인 같은 대체 자산 비중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자산 배분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큰 틀에서는 여전히 부동산과 금융자산이 중심이기는 하지만 그 안에 구성이 확실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먼저 부동산을 보면, 거주용 주택, 거주용 외 주택, 빌딩과 상가 비중이 모두 줄었습니다.
부동산을 완전히 떠난다기보다는, 지금처럼 금리·정책·경기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신규 투자를 늘리기보다 관망하는 쪽을 택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대신 늘어난 게 현금성 자산과 예·적금, 그리고 주식입니다.
바로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 움직일 수 있는 유동성 자산이 되겠습니다.
투자 성향 조사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납니다.
높은 수익을 노리는 적극 투자형과 공격 투자형 합은 올해 17.1%로 1년 전보다 3%포인트 줄어든 반면, 안정형과 안정 추구형 투자자의 합은 44.3%에서 49.3%로 5%포인트나 뛰어서 전체의 절반 가까이나 늘었습니다.
자산가들도 지금은 "얼마나 더 벌까"보다 "어떻게 지킬까"를 더 고민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앵커>
그럼 부자들이 선호하는 자산의 유형은 뭔가요?
<기자>
자산가들은 단기, 중장기를 가리지 않고 가장 유망한 투자처 1순위로 주식을 꼽았습니다.
자산 배분에서는 안정적으로 무게를 옮겼지만, 수익 기회까지 완전히 내려놓은 건 아니었습니다.
단기 투자에서 주식을 유망하다고 답한 비율은 55%, 3년에서 5년, 중장기 투자에서도 49.8%로 가장 높았습니다.
특히 중장기 주식 응답률은 1년 전보다 14%포인트 넘게 뛰었습니다.
이건 단기적인 시세 차익보다는 기업 실적이나 산업 구조 변화 같은 중장기 흐름을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다만 투자 방식은 예전과 다릅니다.
자산가들은 국내 주식은 평균 5.8개, 해외 주식은 4.9개 종목을 나눠서 보유하고 있습니다.
해외 주식 보유 종목 수는 1년 새 0.7개 늘었습니다.
국내외로 투자 대상을 나눠서 위험을 분산하고, 특정 자산이나 한 시장에 의존하지 않으려는 전략입니다.
자산을 불린 원천을 보면 사업소득과 부동산 투자 이익이 여전히 크지만, 최근 1년간 실제 수익 경험은 주식과 채권, 펀드 같은 금융 투자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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