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년 전부터 남북을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라고 선언한 상태죠.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총감독 역할을 했다는 북한판 블록버스터 영화에도 우리나라에 대한 적대감을 키우기 위한 장치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습니다.
김아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총탄이 날아다니는 특수효과에 엑스트라가 대거 투입된 대규모 전투 장면이 이어집니다.
북한이 '새 시대 영화 혁명'의 산물이라고 홍보한 4시간짜리 영화 '72시간'입니다.
6·25가 남한의 침공으로 시작됐다는 북한의 역사 왜곡은 기존과 다를 게 없는데, 과거에는 등장하지 않던 표현이 눈에 띕니다.
[북한 영화 '72시간' : 미국과 한국이 북한과 큰 싸움을 벌인대요. 6월 말경이라는지.]
북한이 지난 2023년 말부터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선언한 가운데, '남조선'이 아닌 '한국'이라고 영화에서도 칭하고 있는 겁니다.
인민군 사상자가 막대했다는 걸 부각하려는 듯 시신이 즐비한 장면을 보여주고, 어린 배우는 포격 속에 엄마를 잃는 장면을 연기합니다.
[복수합시다! 복수합시다!]
지난해 영화관에서 먼저 상영한 뒤 올해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송된 이 영화에는 남한에 대한 적대감을 높이려는 듯한 장치들이 수두룩합니다.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전투신이라든지 스펙타클한 측면에서 본다면 북한판 '태극기 휘날리며' 버전이라고 볼 수 있죠. 국가 서사로서의 대외적 입장을 홍보하기 위해서 상당한 투자를 한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북한 영화에는 잘 등장하지 않던 애정신이나 격투신이 포함되는 등 달라진 연출도 특징입니다.
북한은 김정은 총비서가 영화 제목을 직접 짓고, 대본 작업부터 캐스팅, 연출까지 전 과정을 일일이 살폈다고 강조합니다.
[화염이 날리는 촬영 현장에 나오시어 당시의 역사적 사실과 시대적 환경 하나하나 품 들여 보정해 주시고.]
블록버스터 흉내를 내긴 했지만, 북한의 문화 예술은 여전히 북한 체제의 선전 도구라는 현실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한일상, 영상편집 : 이재성, 화면제공 : 주북러시아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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