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슬로 호텔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8)의 깜짝 오슬로행은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두 달간의 치밀한 계획에 따라 이뤄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목숨을 건 본인의 결단은 물론, 미국 정부를 비롯한 안팎의 도움도 탈출 작전 성공의 원동력이 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마차도는 8일 노벨상 시상식에 맞춰 노르웨이에 도착하기 위해 가발을 쓰고 변장한 채 탈출길에 올랐습니다.
최근 1년간 수도 카라카스 외곽 지역에 은신하던 마차도는 배를 타고 베네수엘라를 빠져나가기 위해 한 어촌 마을로 향했습니다.
조력자 두 사람과 함께 약 10시간에 걸쳐 군 검문소 10곳을 통과했고, 그때마다 체포망을 피해야 했습니다.
심야에 겨우 목적지에 도착한 마차도에겐 더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무로 만든 작은 어선을 타고 카리브해를 건너 네덜란드령 퀴라소로 향한 것입니다.
9일 새벽 5시 마차도를 태운 목선이 출항했지만, 강한 바람과 파도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고 WSJ은 전했습니다.
미군의 공습 우려도 있었습니다.
미군이 최근 3개월간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서 선박 20여 척을 공습해 80명 이상을 사살했다는 점에서 오인 사격의 위험이 컸습니다.
이와 관련, 지난 두 달간 마차도의 탈출 준비를 도운 국외 망명 조력 단체 '베네수엘라 네트워크'는 출항 전 미군에 연락을 취해 탑승자 정보를 알렸다고 WSJ에 밝혔습니다.
네트워크 측과 가까운 한 관계자는 "미군이 선박을 폭파하지 않도록 마차도가 특정 구역으로 빠져나갈 것임을 미리 조율했다"고 말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역시 이 작전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전후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이 전했습니다.
실제 비행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마차도가 해상을 건너던 시점에 미 해군 F-18 전투기 두 대가 베네수엘라만으로 진입해 약 40분간 선회 비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지난 9월 미군이 카리브해에서 병력을 전개한 이래 베네수엘라 영공에 가장 근접한 비행이었습니다.
다만 미 해군과 국방부는 사실관계에 관한 논평을 거부했고,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군사 접촉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이후 마차도는 9일 오후 퀴라소에 도착해 트럼프 행정부에서 파견한 '탈출 전문' 민간업자와 접선했고, 이튿날 마이애미의 측근이 제공한 전용기를 타고 오슬로로 향했습니다.
마차도는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자신이 베네수엘라를 떠날 수 있도록 "목숨을 걸고 애써준" 수많은 사람에게 감사를 표하는 짧은 음성 메시지를 녹음했다고 WSJ은 전했습니다.
이러한 탈출 과정은 노벨위원회조차 시상식이 시작될 때까지 그녀의 행방을 알지 못할 정도로 극비리에 진행됐습니다.
마차도는 이전에도 이반 두케 전 콜롬비아 대통령 등 정치적 동맹관계에 있는 인사를 만나기 위해 유사한 '비밀 수법'으로 해외를 방문한 뒤 귀국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마차도는 유럽 여러 나라를 순방하고 워싱턴DC도 방문할 계획이라고 마차도 측 관계자가 전했습니다.
다만 마차도가 베네수엘라로 돌아가면 체포, 기소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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