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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베네수 연안서 '제재국 원유 수송' 유조선 나포…긴장 수위↑

미, 베네수 연안서 '제재국 원유 수송' 유조선 나포…긴장 수위↑
▲ 팸 본디 미국 법무장관이 공개한 '스키퍼호' 억류 당시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대형 유조선을 억류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군이 베네수엘라 인근 카리브해에서 군사력 시위를 이어가고 마약 운반용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격침하는 등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일어난 이례적 조처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경제 라운드테이블 행사 연설에서 "여러분이 아마도 알겠지만, 우리는 방금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유조선 한 척을 억류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다른 일들도 진행 중이며, 나중에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이 진행되고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해상에서 베네수엘라의 마약 운반 의심 선박에 대한 공격뿐 아니라 지상 작전도 곧 있을 것임을 시사해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유조선의 소유주가 누구인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은 채 억류 이유에 대해 "매우 타당한 이유로 억류했다"고만 말했으며, 유조선에 실린 원유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물음엔 "우리가 가질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팸 본디 미 법무장관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오늘 연방수사국(FBI), 국토안보수사국(HSI), 해안경비대는 전쟁부(국방부)의 지원을 받아 베네수엘라와 이란으로부터 제재 대상 원유를 수송했던 원유 유조선에 대해 압수 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습니다.

본디 장관은 또 "수년간, 이 유조선은 외국 테러 조직을 지원하는 불법 석유 운송 네트워크에 연루된 것으로 미국의 제재를 받아왔다"고 덧붙였습니다.

본디 장관은 나포 작전 장면을 담은 동영상도 함께 올렸는데, 영상에는 헬기를 타고 유조선 갑판에 내린 중무장 요원들이 총을 겨눈 채 선박을 장악하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미 CBS 방송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카리브해에 주둔한 세계 최대 핵추진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호에서 시작된 이번 작전에 헬기 2대와 특수작전 부대, 해안경비대 10명, 해병대 10명 등이 투입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건조된 지 20년 된 해당 유조선의 명칭은 '스키퍼'(The Skipper)이며, 작전은 유조선이 베네수엘라의 항구를 막 떠난 직후인 이날 오전 6시께 시작됐다고 CBS는 전했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 때인 2022년 이란 및 헤즈볼라(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와의 연관성 때문에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이 됐습니다.

당초 이 유조선은 남아메리카 북부의 가이아나 국적으로 알려졌으나 가이아나 해양관리국은 스키퍼호가 가이아나에 등록되지 않은 선박이라며 자국 국기를 허위로 게양하고 있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습니다.

스키퍼호는 최근에도 이란과 베네수엘라 인근을 지나다녔지만 수차례 허위 위치 정보를 발신해 선박의 실제 위치를 속인 것으로 보입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민간 위성서비스 플래닛랩스의 위성사진과 석유 운송 모니터링 회사 탱커트래커스닷컴 등이 제공한 사진 등을 분석해 10월 말부터 지난 4일까지 스키퍼호가 베네수엘라 해역에 있었다고 이날 보도했습니다.

같은 기간 스키퍼호의 위치 추적 장치는 가이아나와 수리남 인근에 정박해 있다고 신호를 발신하고 있었습니다.

NYT는 스키퍼호가 최근 베네수엘라에 정박했을 당시 사진을 보면 수면에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며 이는 상당량의 원유를 실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NYT는 전했습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국가로 하루에 약 100만 배럴을 생산합니다.

다만, 베네수엘라의 국영 석유회사는 미국의 제재로 인해 글로벌 석유 시장에 참여할 수 없어 생산량의 대부분을 대폭 할인된 가격에 중국 정유사들에 판매합니다.

AP통신은 "제재 탓에 원유 거래는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 중개인들의 복잡한 네트워크 속에서 이뤄진다. 이들 중 다수는 비밀 유지가 되는 관할권에 등록된 유령회사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의 유조선 억류는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마약 카르텔과의 전쟁을 선포한 뒤 이 나라 인근 카리브해에 포드 항모 전단 등을 배치하며 양국 간 무력 충돌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긴장 수위는 더욱 높아질 전망입니다.

앞서 미 해군 소속 전투기 2대가 지난 8일 베네수엘라 남부 카리브해 상공을 비행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러한 군사력 시위는 마약 카르텔뿐 아니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 축출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도 많습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노골적 강탈이자 국제법상 해적 행위'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유조선 억류를 강하게 규탄했습니다.

이반 힐 베네수엘라 외교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우리 국가에 대한 공격이 베네수엘라 에너지 자원을 의도적으로 빼앗으려는 계획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국제기구에 이 중대한 국제 범죄를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은 아직까지 이번 사안에 대해 직접적인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으나 트럼프 행정부가 내정 간섭을 하고 있다며 미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강조했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은 수도 카라카스에서 이날 열린 집권당이 주최한 시위 연설에서 "필요하다면 북미 제국의 이빨을 부러뜨릴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이날 산타 이네스 전투 기념 집회에서 "미국 정부에 베네수엘라와 라틴 아메리카에 대한 불법적이고 잔혹한 개입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도 밝혔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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