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현직 장관 첫 사의 표명…22년 전 대선자금 수사 데자뷔? [스프]

[이브닝 브리핑]

이브닝브리핑
통일교의 여야 정치인 로비 의혹이 전방위로 번지면서, 현직 장관들의 사의 표명과 공개 반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건희 특검으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경찰이 특별전담수사팀을 가동해 수사는 사실상 2003년 대선자금 사건을 연상시키는 '여야 동시 겨냥' 국면으로 진입하는 모양새입니다.


"전혀 사실무근, 직 내려놓겠다"..이재명 정부 첫 장관 사의 이브닝브리핑
통일교로부터 해저터널 사업 지원과 관련해 수천만 원대 현금과 명품 시계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오늘 새벽 인천공항 귀국 직후 장관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 장관은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며 불법적인 금품 수수가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흔들림 없이 해양수산부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제가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공직자로서의 처신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전재수 해수부 장관
"분명히 말씀드린다. 불법적인 그 어떤 금품수수는 전혀 없었습니다. 해수부가 지금 엄청난 일들을 하고 있는데 일이 흔들린다거나 정부가 흔들리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됩니다."

이재명 정부 들어 비리 의혹에 연루된 첫 현직 장관의 사퇴인데, 수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당당하게 임하되 해수부 부산 이전과 북극 항로 개척 등 부처 현안 추진에 장관 본인이 걸림돌이 되지는 않겠다는 취지입니다. 혹시 의혹을 인정해서 장관직을 내려놓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전재수 해수부 장관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인정하는 거 아니냐 이런 오해의 소지가 있을 거 같아서 고민을 했는데 그렇지 않고, 더 책임있고 당당하게 이 문제에 대처하겠다는 저의 의지표명으로서 사의를 표명한 것입니다."

그동안 '표적 수사' '정치 공작'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도 직에 연연해온 다른 정치인들과는 다른 처신이라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전 장관은 사의 표명에 대통령실과 교감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늘 오후 전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습니다.


"10분 간 한 차례 만난 게 전부..금품 수수 보도는 허위" 이브닝브리핑
통일교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이 특검에 진술한 정치인 명단에 오른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오늘 출근길에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정면 대응에 나섰습니다. 정 장관은 먼저 "야인 시절인 2021년 9월30일 윤 전 본부장을 10분간 한 차례 만나 통일 관련 이야기를 나눴을 뿐"이라며 금품 수수 보도는 허위라고 강조했습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고등학교 동창이 통일교 유관 단체 전북 회장입니다. 동창생 7,8명이 강원도 여행을 갔다 오다가 동행자의 제안으로 가평 천정궁에 들렀습니다. 그 때 통일교 관계자의 안내로 윤영호 씨를 만났습니다. 한 10분 통일 관련 통상적인 이야기로 차담을 하고 귀향했죠. 그게 전부입니다."

정 장관은 그 뒤로 윤씨를 만난 적이 없으며 금품 제공 제의를 받은 적도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한학자 총재 역시 만난 일도 없고 면식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여야 최소 16명 리스트 거론..당사자들 전원 반박 이브닝브리핑
지금까지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정치인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유일했습니다. 그런데 특검 조사 과정에서 윤영호 전 본부장이 "접촉했다"거나 "지원했다"고 진술한 여야 정치인은 최소 16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리고 윤 전 본부장은 이 판도라 상자의 존재를 지난 5일 본인의 재판에서 예고없이 공개했습니다.
윤영호 전 통일교 본부장(2025년 12월5일 법정 신문) : "드리고 싶은 말이 지금 국민의힘만 이야기했는데 2017~2021년까지 국민의힘보다 민주당과 가까웠습니다. 거기가 정권이었고. 그런 가운데 평화서밋 어프로치할 때 제가 그 때 했던 게 장관급, 현 정부의 장관급 네 분 정도. 두 분은 총재도 왔다갔다 뵈었고. 지원에 대한 부분도 수사에서 말했습니다. 현직 장관급 지금 4분, 제가 국회의원 리스트 말씀드렸어. 연계된 게 있다. 그리고 지자체장들입니다."

윤 전 본부장이 거론했다고 알려진 인사는 현재 여권 기준으로 전재수, 정동영 장관, 이종석 국가정보원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측근이던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 등이, 야권으로는 나경원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 등입니다. 이 가운데 임종성, 김규환 전 의원 관련해서는 2020년 총선 전 금품 수수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정진상 전 실장과 나경원 의원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통일교 평화서밋 행사와 관련해 대선 후보 측 접촉 대상, 이종석 국정원장은 민주당 대선캠프 평화번영위원장 신분이었습니다. 관련 의혹과 당사자들의 반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임종성 전 의원(통일교 행사 다수 참석, 정치자금 수수 의혹) : 주변에 "억울하다"며 의혹 부인
* 김규환 전 의원(해저터널 사업 지원 명목 정치자금 수수 의혹) : "한일의원연맹 소속으로 행사에 참석했지만 일체의 금품 받은 적 없다"
* 정진상 전 실장(이재명 후보 측 접촉 대상) : "통일교 측과 어떠한 접촉도 없었다"
* 니경원 의원(윤석열 후보 측 접촉 대상) : "문제 있다면 특검이 권성동 의원보다 먼저 탈탈 털었을 것, 저질 물타기 정치공작이다"
* 이종석 국정원장(이재명 후보 측 접촉 대상) : "2022년 초 통일교 관계자가 지인을 통해 북한 문제에 대해 할 얘기가 있다며 면담을 요청해 세종연구소에서 한 차례 만난 바 있다"


이제는 경찰의 시간..22년 전 대선자금 수사 데자뷔?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받은 뒤 수사 대상이 아니라며 넉 달 가까이 사실상 방치했던 김건희 특검이 그제(9일) 경찰로 사건을 넘기면서 이제부터 경찰의 시간이 됐습니다. 특검은 내사 사건으로 분류하면서 전재수 장관 건에는 뇌물 혐의를, 임종성, 김규환 전 의원 건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23명 규모의 특별전담수사팀을 꾸리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첫 단계로 오늘 오후 민주당 인사들 실명을 밝히겠다고 예고했다가 돌연 말문을 닫은 윤영호 전 본부장을 서울구치소에 면담할 예정입니다.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특검 진술 내용을 확인한 다음 증거 확보 차원에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나설지 등을 검토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여야 관계없이 지위 고하와 관계없이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한 상황이지만, 경찰로서는 만만치 않은 수사가 될 전망입니다. 시간부터 촉박합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경우, 윤 전 본부장이 금품 전달 시점으로 지목한 2018년부터 계산해보면 재판에 넘길 수 있는 공소시효가 이 달로 마감됩니다. 수사 주체 측면에서도 경찰은 검찰에 비해 수사력이 부족하다, 정치적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최근만 봐도 주식 차명 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이춘석 의원에 대해 넉 달이 지나도록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번 사건은 여야 인사 모두가 연루돼 있고 지방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수사 과정마다 조사 방식과 형평성을 놓고 장외 압박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더 깊고 인사이트 넘치는 이야기는 스브스프리미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콘텐츠의 남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하단 버튼 클릭! | 스브스프리미엄 바로가기 버튼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