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연초부터 수도권에선 가정에서 배출하는 쓰레기 처리 방법이 큰 틀에서 변화가 생깁니다. 이 같은 변화로 인해 신년 벽두에 지난 2018년에 큰 물의를 빚었던 '폐비닐 대란' 사태 같은 게 다시 터지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과연 실태가 어떨까요?
2018년 쓰레기 대란 사태, 다시 재연?
먼저 수도권에서 총 발생하는 가정용 생활폐기물 총량은 연간 370만 톤 가량입니다. 이중에 66%가량은 소각 처리돼 왔고요. 또 다른 17%는 플라스틱이나 비닐, 종이류 등 재활용 수거망을 거칩니다. 그밖에 16%가량은 인천 서구에 있는 수도권 매립지에 묻힙니다. 이 물량은 종량제 봉투에 담긴 쓰레기입니다. 하루로 치면 2천 톤이고요. 이중 서울과 경기도에서 온 게 각각 2천 톤의 40%를 차지하고요. 나머지 15%가 인천에서 온 종량제 쓰레기입니다. 앞으로는 매립돼 왔던 16%에 대해서 직매립이 금지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소각장에서 먼저 태워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남은 찌꺼기, 잔재물만 묻을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바뀌려면 소각장이 추가로 필요하겠죠. 하지만 지난 2021년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직매립 금지' 규정이 만들어진 뒤 4년의 준비기간이 있었지만, 수도권에서 단 한 곳의 소각장도 신설되지 못했습니다. 주민 반대가 가장 큰 원인입니다. 서울시가 마포구에 소각장을 짓겠다고 추진했지만, 주민들이 반대 소송을 냈고 1심 선고가 나왔는데 주민들 손을 들어줬습니다. 입지 선정을 취소하라는 겁니다. 현재 항소심 판결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공공 소각장 신설이 꽉 막히자, 민간 시장에 의지해야 할 상황이 됐습니다. 그러려면 개별 기초 지자체마다 민간 업체와 쓰레기 처리 위탁 계약을 맺어야 할 텐데요. 준비가 매우 늦어졌습니다. 이미 4년간 공공 소각장 확보에 제자리를 맴돌자 직매립 금지를 실제 시행할 수 있을지 없을지 정부 고민이 컸습니다. 그 때문에 시행을 코앞에 둔 채 이번 연말까지도 개정안 시행이냐 유예냐 확정을 하지 못했고, 이 바람에 일선 지자체들의 대응도 지연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막판에 와서야 지난 12월 2일 김민석 총리가 주재한 4자 회의를 통해서 원안대로 내년 강행을 확정했습니다.
수도권 66개 지자체 새해 '생활폐기물 처리 용역' 살펴봤더니
현재 실상을 알려면 수도권 66개 기초 지자체 중에 종량제 쓰레기 처리 계약을 현시점에서 몇 곳이나 맺었느냐가 핵심입니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최종 시행 결정이 늦어지면서 지자체들마다 발등의 불이 떨어진 셈입니다. 지난주 12월 4일 기후부 브리핑에 따르면 수도권 내 66개 기초지자체 중에서 소각장 계약이 필요한 곳이 57곳이라고 했습니다. 나머지 9곳은 이미 기존에 소각처리 계약을 맺고 있어서 큰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기후부에 문의해 봐도 속 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 없어, 신규 추가 계약이 필요한 57곳을 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도움을 받아 전수 조사해 봤습니다. 국가 조달 서비스망인 나라장터를 통해섭니다. 이 글을 작성하는 현재가 12월 10일로 이제 직매립 금지 시행까지 딱 20일 남았습니다. 그랬더니 이미 낙찰이 이뤄져서 계약 완료됐거나 사실상 완료 상황인 곳이 11곳(기해결 9곳까지 합해 66개 지자체 전체로 보면 총 20곳), 이제 입찰공고를 띄우고 입찰에 앞서 준비 중인 곳이 6곳, 입찰 공고 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사전 규격 공개 단계에 머문 곳이 14곳, 아직까지 이조차도 진행되지 않은 곳 그러니까 입찰 진행 단계에 전혀 진입하지 못한 곳이 26곳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의 40%는 아직 계약 관련 한 발도 나아가지 못했단 겁니다.
새해 수도권 지자체 66곳 생활폐기물 민간처리 용역 추진 현황
처리 용역 낙찰 완료(기해결) 20곳
처리 입찰공고 진행중 6곳
사전규격 공개 진행중 14곳
민간처리 진행 없는 곳 26곳
민간처리 진행 없는 곳 26곳 상세 명단
서울(10곳): 종로구, 중구, 동대문구, 중랑구, 성북구, 도봉구, 노원구, 은평구, 서대문구, 양천구
경기(11곳): 수원, 용인, 화성, 부천, 의정부, 시흥, 파주, 이천, 하남, 안성, 포천
인천(5곳): 중구, 동구, 부평구, 계양구, 옹진군
처리 입찰공고 진행중 6곳
사전규격 공개 진행중 14곳
민간처리 진행 없는 곳 26곳
민간처리 진행 없는 곳 26곳 상세 명단
서울(10곳): 종로구, 중구, 동대문구, 중랑구, 성북구, 도봉구, 노원구, 은평구, 서대문구, 양천구
경기(11곳): 수원, 용인, 화성, 부천, 의정부, 시흥, 파주, 이천, 하남, 안성, 포천
인천(5곳): 중구, 동구, 부평구, 계양구, 옹진군
가정할 수 있는 최악의 경우는 12월 31일까지 계약이 이뤄지지 못해서 새해부터 아파트와 주택가에서 발생하는 종량제 봉투를 수거하지 못하는 사태일 텐데요. 적어도 기후부는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국내 전체 소각업체의 용량에 비추어보면 하루 2천 톤의 물량을 감당하는 게 충분하다는 것이고요. 현재 이뤄진 입찰을 봐도 매 입찰마다 응찰 업체가 10여 곳이 넘을 만큼 참여가 왕성해서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소각장을 대변하는 공제조합 측도 비슷한 입장입니다. 하지만 민간소각장 말 그대로 민간기업인 만큼 계약 참여를 강제할 길이 없어 실제 뚜껑을 열기 전에는 사업 참여 여부를 확언하기는 어렵습니다.
33년간 쓴 수도권매립지, 내년부터 직매립 중단
그런데 이 지점에서, 왜 이제까지 해왔던 직매립을 금지하게 된 건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가장 큰 배경은 인천시의 반발입니다. 서울 경기도도 추가 매립지 부지를 찾지 못해서 인천에 있는 수도권 매립지를 함께 써왔죠. 1992년부터 33년간 계속돼 온 일입니다. 단일 매립지로 세계 최대 규모라고 합니다.
그런데 왜 하필 인천이냐는 게 당사자인 인천시 측의 오랜 반발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당초 사용 종료일이었던 2016년을 앞두고 서울, 경기, 인천 그리고 환경부까지 4자가 합의를 봤는데, 현재 쓰고 있는 3-1 매립장이 포화될 때까지만 매립지를 쓴다는 겁니다. 그리고 설계 용량상 포화시점이 2025년 말이었습니다. 인천시는 이를 근거로 내년부터는 더 이상 쓰레기를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여기에 더해서 매립이란 형식의 쓰레기 처리 방법이 가진 환경오염 문제도 거듭 제기 돼왔습니다. 쓰레기를 눈에 안 보이게 땅을 파묻는 건데 그 속에선 부패가 진행되면서 침출수와 메탄가스가 발생하죠. 국내처럼 땅이 좁은 곳에선 영구적으로 토지를 차지한다는 비효율 문제도 큽니다. 이 때문에 정부가 4년 전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생활폐기물의 직매립을 금지하기로 한 건데, 시행시점이 수도권에서 내년 초부터, 나머지 전국에선 2030년부터로 명시됐습니다.
기후부 말대로 내년 초 큰 위기는 아니라고 해도, 민간위탁 방식의 쓰레기 처리로 인해서 시간이 가면서 부작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미 일부 수도권 지자체에 쓰레기가 넘쳐나서 이를 수도권 밖에 있는 민간 소각장에서 처리하는 곳들이 있습니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음식배달 증가로 폐플라스틱 배출 등이 크게 늘어난 것 등이 주요 원인입니다.
지방으로 향하는 수도권 종량제 쓰레기, 반발 터져 나오나
이 쓰레기들이 주로 충청북도나 강원, 영서, 경북 등으로 향했습니다. 아직은 해당 지역 주민들이 이 같은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데, 새해부터 본격적으로 수도권 쓰레기가 지방으로 이동하게 될 경우 큰 마찰이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충북에선 이미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요. 또 하나의 문제는 돈입니다. 민간 업체들이 뛰어들게 되면 소각처리 단가가 인상될 수밖에 없게 되고 결국은 소비자 종량제 봉투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단 겁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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