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사람들이 올해 마지막 회의를 마쳤습니다. 이 회의에서 미국의 기준금리가 0.25% 포인트 더 내려갔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주식 시장이 반겼다, 뉴욕 증시도 뛰었고요. 환율 부담도 좀 줄었습니다. 사실 크리스마스 선물도 두 가지를 받았습니다.
1. 전세계가 기다린 올해 마지막 미국 금리결정...일단 한숨 돌렸다
그런데 시장을 보시면 사실 그렇게까지 큰 환호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달러를 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즉 원 달러 환율도 내려가다가 말았죠. 관심은 분기 끝나는 달마다 나오는 점도표와 경제 전망에 쏠렸는데요. 점도표는 미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사람들 12명이랑 투표권을 나중에 행사할 수 있는 후보자 7명까지 모두 19명이 앞으로 미국의 기준금리는 이 정도 수준이 될 것 같다, 각자 생각하는 자리에 점을 찍어서 보여주는 표거든요. 이게 지난 9월에 석 달 전에 이 사람들이 찍었던 점보다 이번에 전반적으로 좀 올라갈 수 있다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3개월 전, 9월에 찍었던 수준에서 유지됐습니다. 9월과 똑같은 3.4%, 지금이 3.6%입니다. 다시 말해서 지금 FOMC 위원들의 생각대로라면 내년에 미국은 기준금리를 한 번만 더 내린다. 내후년에도 그 정도다. 그리고 내년에 미국 경제 2.3%는 성장할 거다 미국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치를 석 달 전보다 훌쩍 끌어올렸고요. 이 물가 오름세도 내년에는 지금보다 좀 진정될 거다, 그리고 실업률도 예상대로 가고 있다. 사실 이대로만 되면요, 내년 미국 경제는 꽤 좋다는 뜻입니다.
[제롬 파월/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 기본적으로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 미치는 건 비교적 단기간에 국한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반면에 최근 몇 달간 고용 쪽에서의 리스크가 더 커지면서, (더 신경써야 할) 문제가 좀 바뀌었어요.]
물가가 지금보다 더 치솟을까? 걱정하기보다는 다들 돈을 적당히 굴려서 경제가 더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금리 인하를 계속하겠다, 이런 신호를 줘서 일단 한숨 돌린 겁니다.
2. 연준, '깜짝 성탄절 선물'까지 준비했다
그리고 여기서 크리스마스 선물 1번이 등장합니다. 단기 국채 매입을 당장 12월 12일부터 앞당겨 시행하겠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러니까 4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60조 원 가까이 되는 규모입니다. 이게 무슨 얘기냐? 올해 4분기 우리나라 증시와 뉴욕 증시가 크게 출렁이고 급락 나오고 환율 요동칠 때마다 범인은 결국 유동성 경색 우려일 때가 많았습니다. '돈이 돌다가 막히는 곳이 자꾸 생기려고 한다' 그런 걱정이 부각될 때마다 우리 계좌가 흔들렸죠. 그런 일은 없게 하겠다는 걸 돈으로 보여준 겁니다. 우리가 FOMC가, 미국의 기준금리가 3.5에서 3.75라고 하면 시장금리도 거기서 멀리는 못 가는 거야. 우리가 FOMC가 금리를 내렸는데 시장금리 치솟게는 안 둔다, 결국 돈이 적당히 돌도록 그냥 금리만 조금 내리고 마는 게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는 걸 알려줬습니다. 시장이 전반적으로 예상하고 있었던 금리 인하 그 자체보다는 앞서 말씀드린 점도표와 경제 전망과 또 앞서 보신 것처럼 인플레 걱정이 현재로선 그렇게 크지 않다는 파월의 발언과 이것 때문에 이 크리스마스 선물 때문에 뉴욕증시가 상승 마감한 겁니다. 전통적으로 12월 증시는 산타랠리의 달이라고 하죠. 일단 한숨 놨다, 유동성에 크게 방해받을 것 같지는 않다, 이런 분위기가 됐고요.
3. 뚜껑을 열어보니... "파월, 아직 건재한데?"
크리스마스 선물 2번이 또 있습니다. 싸움 냄새가 예상했던 것보다 별로 많이 나지 않았습니다. 이건 또 무슨 얘기냐? 미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이 FOMC 지금 그야말로 정치의 한복판에 휩싸여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금리 결정도 바로 대놓고 저격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융통성이 없어요. ... 지금 내린 기준금리, 최소한 2배는 더 내려가게 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대통령이 이렇게 연일 공격을 하고 바로 이렇게 금리 결정에 대해서 불만을 표하고 이런 분위기가 최근 몇 달 동안 이어졌거든요. 그래서 지금 의장인 제롬 파월은 레임덕이 극심하지 않을까? 이런 우려가 있었습니다. 이분의 임기가 내년 5월까지인데 의장의 레임덕이 너무 심하면 그 사이에도 많은 문제들이 생길 수 있죠. 보통 FOMC나 우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나 왠만하면 만장일치를 만들어서 금리를 발표합니다. 그런데 이번 FOMC 회의에서는 이탈표가 3표 나왔습니다. 일단 지난 9월에 트럼프 대통령이 들여보낸 트럼프의 경제 오른팔 같은 사람, 스티브 마이런 이사가 이탈했는데요. 이 사람은 동맹국들이 미국에게 이자 한 푼 안 받고 백년 만기로 돈을 빌려주게 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동맹국들로부터 그냥 수금하자 이런 걸 정책이라고 제안한 적도 있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과 똑같이 금리를 이번에 내린 것의 두 배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고요. 반대로 이번에 금리를 동결시켰어야 했다, 이런 사람도 둘이나 나왔습니다. FOMC의 최종 금리 결정에 이렇게 위원들 12명 가운데서 이탈표가 3표나 나온 건 사실 6년 만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시장이 예상했던 것과의 계비, 그 격차가 중요하죠. 이것보다 더 싸울 거라고 시장은 예상을 했던 거죠. 이 정도면 평화롭게 끝났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4. 시장 일단 안도했지만... '짧은 평화'에 그칠까
그러면 이대로 증시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산타랠리로 가고 우리가 달러를 구하는 비용도 최근까지보다 줄어들게 될까요? 일단 뉴욕 증시에서는 최소한 연말까지는 증시가 덜컹거릴 확률이 많이 낮아졌다고 봅니다. 하지만 미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사람들 사이에 싸우는 티가 덜 난 거지 안 싸운 건 아니다. 내년 초에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의 후임을 발표하면 시장이 또 크게 덜컹거릴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지금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하는 케빈 해싯, 금리를 왠만하면 빨리 내리겠다는 사람으로 비치고 있는데, 이 사람이 정부와 너무 밀접하게 결정을 내리고 또 금리를 자칫 한꺼번에 너무 빨리 내리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물가를 자극하고 그래서 물가를 누르려고 했던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 이런 불안도 존재합니다.
5. 한국도 '온기' 탈 만 한데... 환율도 증시도 '털썩'
그리고 한국도 한숨 돌린 건 맞습니다. 만약에 이번 회의 결과가 이렇게 돈이 도는 걸 일단은 도와줄게, 이런 식으로 나오지 않았으면 당장 우리나라 같은 시장에서는 돈을 빼려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나타났을 겁니다. 하지만 FOMC 회의 이후 온종일 우리 환율 흐름 보셨죠? 하락 출발했지만, 시원하게 내려가지 못했고요. 오히려 장중에 상승 반전합니다. 미국이 이번에 금리를 내려서 우리 부담이 좀 줄기는 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 즉 은행에 비유를 하자면 1금융권 최대 은행 같은 미국이 우량저축은행급인 우리나라보다 이자도 훨씬 더 많이 주는 상태 그 폭이 좀 줄어서 이제 미국이 우리보다 1.25% 포인트만 이자를 더 주는 상태로 좁혀지기는 했지만요. 이 정도 금리 인하 속도로는 사실 한국은행은 내년 초에 금리를 다시 한 번 내리기 부담스럽다는 시각 팽배합니다. 미국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안 끝났다고는 하지만 실제 인하가 나오는 건 내년 후반기로 좀 미뤄질 수도 있고요 미국 금융가의 불안 요소도 남아 있고요. 그리고 지금 우리 문제는 사실 달러가 귀해질 수밖에 없는 상태가 금리차 외에도 우리에게 구조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 주요 기업들이 계속 해외 생산을 늘리고 또 미국에도 매년 거액의 돈을 앞으로 보내야 하고 뭔가 획기적인 분위기 반전이 없으면 원 달러 환율의 지금 추세가 뒤집히기는 힘들다, 이런 분위기가 상당히 크죠. 그러니까 이렇게 예상보다 온화했다. 시장이 바라는 대로 꽤 해줬다는 평가가 나오는 FOMC의 2025년 마지막 회의 결과가 나온 당일에도 원 달러 환율이 시원하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즉 환율이 좀 내려갈 것 같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달러를 사고 원을 팔고 이런 움직임이 좀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FOMC가 그래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 날인데도 환율이 시원하게 안 떨어지죠. 우리 금융시장도 한숨 돌리고 끝난 건 맞지만요, 우리 숙제는 따로 있다. 미국보다도 긴장해야 할 포인트가 더 많다 여기에 대해서는 기회되는 대로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취재: 권애리 /영상취재: 주용진/ 구성: 신희숙/ 영상편집: 김복형 / 디자인 : 육도현, 정유민 / 제작: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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