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식품업체가 중국산 원재료를 사용해서 김치를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한다면, 이 김치의 원산지는 어디일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르면 '한국산'입니다.
한국에서 중국산 원재료를 김치로 가공하면서 부가가치가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국이 상호관세를 매기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상호관세를 부과할 때는 미국의 독특한 원산지 규정을 따르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원재료와 제품 사이에 '실질적 변형(Substantial Transformation)'이 있어야만 제품 제조국을 원산지로 인정합니다.
즉, 제품이 새로운 이름(name), 성질(character), 용도(use)를 창출하는 등 실질적 변형을 하지 못하면 원산지가 바뀌지 않는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미국은 한국에서 만든 김치를 '중국산'으로 판정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한국 업체는 미국이 중국에 적용하는 '관세 폭탄'을 떠안게 됩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빠른 속도로 관세 조치가 확대되면서 관세 리스크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 기업의 실무 대응과 관세 절감 전략 마련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만한 보고서가 나와 주목됩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오늘(10일) '미국 관세 파도에서 살아남기: 실무 유의사항과 대응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관세 실무 전문가들의 컨설팅 사례와 실무 체크리스트를 직접 소개해 국내 기업이 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지침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보고서는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시 적용하는 원산지 기준은 비특혜 원산지 기준으로, 이는 한미 FTA 특혜 원산지 기준 및 한국 대외무역법에 따른 비특혜 원산지 기준과 달라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부정확한 원산지 표시는 국내법상 처벌 대상일 뿐만 아니라 대미 수출 시 추가 관세를 부담할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미국에서 수입품의 원산지를 판별하는 곳은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입니다.
보고서는 CBP의 판정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없애는 방법으로 미국의 사전심사 제도를 추천합니다.
사전심사는 대미 수출 시 ▲ 원산지 ▲ 품목 분류 ▲ 과세 가격 등에 대해 CBP에 구속력 있는 사전 판결을 요청하는 제도로, 이를 통해 통관 과정에서의 세금 추징 위험을 줄이고 관세 절감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 기업은 지난 5월 자동차 부품 관련 CBP의 품목 분류 사전심사를 활용해 당초 '기타철강제품'으로 수출되던 제품을 '유압밸브부분품'으로 재분류함으로써 철강 관세(50%)와 자동차 부품 관세(25%)를 면제받았습니다.
사전심사 결과로 발급되는 CBP 서면 답변은 미국 내 모든 세관에 적용되는 유권해석이므로 사전심사제도를 활용하되 사전에 전문가를 통해 철저한 자료 준비가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강조합니다.
아울러 보고서는 국내 수출 기업들이 실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응 전략을 구체적으로 담았습니다.
강금윤 무협 수석연구원은 "한미 간 합의로 세율이 확정된 이후 관세 및 무역 비용 절감 방안에 대한 수출 기업들의 문의가 크게 증가함에 따라 이번 보고서를 기획했다"며 "과거 한미 FTA 발효 시 적극적 원산지 관리로 관세 부담을 경감한 것과 같이 미국 관세 확대 시대에도 수출 기업들의 능동적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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