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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 '무릎 사과' 사건 그 후…고객 갑질, 그냥 참아라? [스프]

[갑갑한 오피스] (글 : 김기홍 노무사)

갑질 고객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손님이 욕을 하고 협박까지 해서 녹음을 해뒀습니다. 그런데 사장님은 '난 모르는 일'이라고 합니다" 10년째 주유소와 충전소에서 일해온 노동자의 제보다.(직장갑질119) 고객의 폭언과 위협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되지만, 사업주는 단지 고객 발생한 개인적인 문제라고 생각할 뿐, 위험과 고통은 노동자가 홀로 감당해야 한다.

"하루 종일 반말, 욕설, 비하를 들어요. 치료를 받는데도 다시 악화돼요." 고객센터에서 5년째 상담 업무를 해온 노동자도 크게 다르지 않다. 회사에 보호를 요청해도 "우리 일이 다 이러니 참아라" 혹은 "대응을 부드럽게 해 보라"고 말하며 오히려 노동자에게 책임을 넘긴 채 본질적인 조치는 하지 않았다. 대다수의 고객응대노동자가 회사를 떠나는 이유는 업무 부적응이 아니라 '고객의 폭언을 견디기 어려운 환경' 때문이라는 사실을 많은 현장은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최근 사회적 파장을 낳았던 전남 순천 다이소 사건은 이 문제를 다시 드러냈다. 아이가 상품을 훼손하고 매장을 뛰어다닌다는 이유로 제지한 매장 직원이 아이의 엄마 앞에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장면이 영상으로 퍼졌다. "직원이 스스로 무릎을 꿇은 것"이라는 해명은 오히려 더 많은 질문을 남겼다. 이 사건은 단순한 논란을 넘어, 우리 사회가 만들어 온 서비스 문화의 민낯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사회복지시설에서도 '이용자 괴롭힘'은 오래된 문제다. 복지관에서 직원에게 반복적으로 폭언을 퍼붓는 이용자, 요양시설에서 요양보호사에게 모욕을 일삼는 보호자, 사적인 심부름을 강요하며 따르지 않으면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는 사례도 많다. 복지시설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이용자가 어려운 상황이니 이해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쉽고, 그 틈에서 노동자는 외부 고객보다 더 큰 압박과 정서적 상처를 감당하게 된다.

직장갑질119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고객, 학부모, 아파트 주민 등 제삼자인 고객에게 괴롭힘(갑질)을 경험한 비율이 16%로 나타났다. 그중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는 응답이 61.9%였다. 이처럼 다양한 현장에서 반복되는 고객 갑질은 개인의 성향이나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다. 사업주는 고객 민원을 우려해 사건을 축소하고, 노동자는 "서비스업이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치부하고 넘어가기도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법이 존재하지만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못하다.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는 고객의 폭언·폭력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라고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즉각 대응, 휴식 부여, 업무 전환, 법적 조치 지원, 안내문 설치 등 사업주의 의무는 이미 법에 적혀 있다. 하지만 순천 다이소 사례와 복지시설의 괴롭힘 사건들은, 법이 있음에도 현장이 바뀌지 않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노동자가 고객 앞에 무릎을 꿇거나 욕설을 매일 견디며 일해야 하는 상황을 언제까지 당연하게 여길 것인가? 노동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서비스 품질보다 뒤에 있는 문화가 과연 정상적인가?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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